“의사로서 양심·자존심 버렸다”
네트워크치과 ‘메뚜기 의사’실체 드러나
인센티브제 빌미 무분별한 임플랜트 시술 시인
MBC TV 기획취재 2탄 보도
체계적이고 거대한 조직망을 갖추고 일명 ‘메뚜기 치과의사’들을 고용, 인센티브제를 빌미로 환자들에게 무분별한 임플랜트 시술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의 실체가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속속 공개되고 있다.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지난달 31일 ‘고통을 심었다? 임플랜트의 진실’을 주제로 한 기획 취재로 임플랜트 식립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한 과잉진료와 저수가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의 폐해를 방송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임플랜트의 또 다른 진실, 메뚜기 의사’를 주제로한 2탄을 보도했다.
방송은 31일 가맹점 치과들의 충격적인 운영 실태 소개 이후 제보가 잇따랐다고 강조하면서 엉터리 임플랜트 시술로 인한 공황장애로 2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고 있는 왕 모씨의 사례 등을 소개했다.
왕 모씨는 임플랜트 12개를 동시에 식립한 후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치과 진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방송은 이처럼 임플랜트 피해 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이 개원가의 임플랜트 과잉 식립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적극적으로 임플랜트를 권하는 대부분의 치과들이 ‘전국적으로 가맹점을 둔 치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 한 달에 임플랜트 800~1000개 심었지만 환자 얼굴은 몰라
또한 지난 방송에서 네트워크 치과의 전직 스탭 및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실체를 알린데 이어 이번에는 네트워크 치과에 근무한 적이 있는 치과의사 한 모씨의 양심 고백을 통해 네트워크 치과의 운영 형태, 인센티브제의 실체 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한 모씨는 “예를 들어 임플랜트를 1백만원에 심었다면 20만원은 나에게 들어온다. (임플랜트를) 많이 심을 때는 한달에 800개에서 1000개까지도 심어봤다”고 했다.
결국 인센티브제가 환자유치를 위한 과열경쟁을 부추기면서 임플랜트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게 된다는 고백인 셈이다.
방송은 이어 대한치과개원의협회 이상훈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치과들을 돌아다니면서 임플랜트, 교정치료 등 돈이 되는 치료만을 대신 시술해 주는 네트워크 치과 내 일명 ‘메뚜기 치과의사’의 존재를 알렸다.
한 모씨 역시 인터뷰를 통해 네트워크치과 내 ‘메뚜기 치과의사’의 실체를 시인했다.
한 모씨는 자신 역시 각 지점에서 환자를 모아 놓으면 월요일 A지점, 화요일 B지점, 수요일 C지점 등 요일별로 지점을 돌며 한꺼번에 임플랜트 시술을 했다고 밝혔다.
가맹점 치과에서 임플랜트를 시술받고 불편을 겪었다는 환자 또한 “요일마다 오는 선생님이 다르다. 시술해준 원장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면서 “상담은 간호사가 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진 한 모씨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 모씨는 “출근하면 그날 시술할 환자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된다. (환자의) 그 전 상태는 어땠는지 모른다. 이가 뽑힌 상태로 나한테 온다. 그러면 그냥 (임플랜트를) 심는다. 2년 동안 (임플랜트를) 많이 심었지만 심고 나서 환자들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네트워크 치과들의 가장 큰 맹점으로 지적돼 온 의료진의 책임 있는 진료, 사후관리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 모씨는 아울러 “이 같은 시스템을 지배하는 것은 돈이다. 아무리 의사지만 그것을 보고 가는 거다. 의사로서의 자존심, 양심 따위는 다 팽개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한 모씨는 또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이 진료비가 싸다는 것에만 현혹이 돼서 자기 입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자신이 올바른 치료를 받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간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싼 것만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
■ 환자 건강보다 돈 우선 하는 네트워크 치과
방송은 이에 마무리 멘트를 통해 “문제가 된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은 체계적이고 거대한 조직망을 갖추고 메뚜기 치과의사들을 고용, 인센티브제를 빌미로 의사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그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무분별한 임플랜트를 시술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의 건강보다는 돈이 우선이 되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의) 비양심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대처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편 지난 5월 31일에 이은 이번 방송은 그동안 개원가 내부에서만 그 심각성이 다뤄져 왔던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한 과잉진료와 저수가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일부 네트워크 치과’들의 실체와 폐해 사례가 일반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홍보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