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개원가 타격 언제까지”
수도권·주택가 주변 개점 난립
주변 치과 환자 급감 시름 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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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표를 작성한 뒤 1시간 15분 이상을 기다렸다. 스탭의 안내에 따라 파노라마 촬영을 마치고 유니트체어 앞에 앉아 있자 치과위생사인 듯한 스탭이 먼저 파노라마 사진을 보며 간단한 진단 설명과 함께 스케일링을 받을 것을 몇차례 권유했다. 이어 30대 중반의 젊은 원장이 와서 검진을 하고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검진을 한 치과의사 이름은 물어보기 전에는 이름이 뭐고 전공이 뭔지, 출신대학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치과의사가 나간 뒤 치과위생사인 ‘실장’이 와서 구강상태를 본 뒤 스케일링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시간이 없다고 하자 저녁 6시 이후에 오면 여유있게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
접수대에 와 진료비를 계산하려 했으나 파노라마 촬영, 검진과 상담 등이 모두 공짜였다. 다음날 오전에 진료에 불편함은 없었는지를 묻는 문자를 보내오는 친절함도 보였다.
치료받은 다음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왕십리역을 갔을 때 L치과 사무장이라는 박 모씨가 ‘국산 임플랜트 80만원’, ‘○○○임플랜트 95만원’이라고 말하면서 물티슈와 전단지 광고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는 기자가 다른 치과에 들렸다가 나올 때까지도 계속 홍보를 하고 있었다. 인근 2번 출구에서는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아주머니와 젊은 청년이 역시 전단지와 티슈를 나눠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같은 길거리 홍보는 몇시간이나 계속됐다.
인근의 한 치과 원장은 “저렇게 홍보하는 걸 보면 정말 열불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동안 수차례나 있어왔던 일”이라며 “동영상도 직접 촬영해 구회와 보건소 등에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인근에 있는 또다른 치과원장은 “우리병원 입구까지 와서 홍보물을 나눠준 적도 있었다”며 “여름이 되니까 다시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저런 것을 찍어 크게 보도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원장은 “2007년도에 정점에 올랐다가 L플란트 치과가 들어오고 나서 30%정도 환자가 급감했을 정도로 임플랜트 환자가 씨가 말랐다”며 “교정을 주력으로 하는 것으로 병원운영방식을 바꿨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환자규모와 수입이 30%정도 급감할 정도면 다른 병원도 오죽하겠나. L치과가 들어온 뒤로 왕십리역 주변치과는 쑥대밭이 됐다”면서 “치협에서 잘 좀 해달라. 잘 부탁한다”고 하소연을 이어갔다.
교정을 주로하고 있는 모 원장은 “단골환자들도 많이 그곳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 같다”며 “환자중에 L플란트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가 문제가 생겨 다시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었다”면서 부실한 치료를 문제점으로지적하기도 했다.
L플란치과 인천 구월동 메디컬타운
후발 덤핑 네트워크치과들의 도를 넘어선 마케팅에 수도권 개원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시내 주요 길목에 아르바이트생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 광고 카피로 도색된 차량을 통한 거리홍보까지. 시민들의 ‘락(樂)’을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외침에 수도권 개원의들이 ‘락(樂)’을 잃어가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고속터미널 일대. 이 지역은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이 모여 있는 지역상권의 중심지 일뿐 아니라 대형 메디컬센터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의 대표 메디컬타운이다.
상권의 중심에 서 고개를 돌려보면 얼핏 눈에 들어오는 치과 간판만 수십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접전지다.
그러나 이 지역 개원의들은 10년이 넘게 이 메디컬타운에서 경쟁을 벌여 왔어도 자신의 치과 앞에서 다른 치과가 싸다고 물티슈를 나눠주고 시민을 따라가며 환자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올해 4월 들어온 L플란트치과의 이 같은 공격적 거리홍보에 지역 개원의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L플란트치과 근처의 한 개원의는 “처음엔 내 병원 앞에서 임플랜트가 80만원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고 흥분을 참지 못해 뛰어나갔다. 유인물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생도 놀라 움찔 하더라.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개원의는 “덤핑진료를 하던 과잉진료를 하던 그것이 경영전략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시민들 팔까지 끌어당기며 임플랜트가 싸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미 이 지역에 입점해 있던 대형 네트워크치과들도 이 같이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이 지역의 경우 지척에 U모 네트워크, R플란트 등이 들어와 지역 개원의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치과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니 이제는 예상치 못한 유사 덤핑 네트워크 치과까지 가세한 것이다.
특히, 이들 후발 덤핑 네트워크 치과들은 ‘앞선 선배’들의 버릇을 그대로 답습하며 지역 개원가와의 대화마저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L플란트치과를 직접 찾아가 봤다는 한 개원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니 도의적으로라도 부탁해 보려 L플란트치과 원장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직원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 동료 치과의사를 만나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개원의는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주변의 동료들과 자주 단합의 기회를 가지며 상생의 방법을 논의하곤 했다. 지역 개원가의 정서를 무시한 이들 후발 네트워크치과들의 행동에 가슴만 더욱 답답해 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L플란트치과의 거리 마케팅은 각 지점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중앙 홍보부서에 의해 수립된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특정 임플랜트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시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는데, 국산 임플랜트는 차치하고라도 수입산 임플랜트를 이용한 시술비용마저 개원가의 평균 수가보다 한참 아래에 있었다.
이상호 인천지부 회장은 “기존 개원가에 퍼져 있던 대형 덤핑 네트워크 치과들보다 후발 유사 네트워크 치과들이 더 문제다. 끊임없이 신환을 창출해야 하는 이들의 특성상 보다 많은 유사 네트워크치과들이 수도권 개원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크다”며 “우선은 시민들이 이들에 현혹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데 주력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