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환자 (그림 4)는 수면무호흡을 주소로 이비인후과에서 의뢰되었다. 하악골이 충분히 발달된 골격성 3급이며 하악평면각이 정상보다 편평한 단안모 패턴으로서, 수면무호흡 환자의 일반적인 골격 양상과는 상반되는 패턴을 보이며, 측모 두부규격 방사선 사진 상 기도 폭경도 10mm 전후로 그다지 좁아진 소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온 설명으로는 수면무호흡 환자일 것으로 예상하기 힘든 환자이다. 그러나 측모 두부규격 방사선 사진 상 턱끝 부위의 이미지를 보면 이설근 신장술(Genioglossus advancement surgery)이라는 이비인후과 수술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이설근 신장술이란 기도 내부가 흡기 상태에서 형성되는 음압 하에서도 개방성 (patency)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도벽의 긴장도 (tension)를 유지하는 데에 역할을 하는 이설근이 무력화된 것으로 진단되는 경우, 이를 신장시켜 줌으로써 혀 기저부를 거상시키고 기도를 확보하고자 하는 술식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보인다면 수면무호흡 환자임을 알아봐야 한다. 또한 하악골 자체는 발달되었으나 턱끝에서 목선으로 이행되는 부위에 과도한 지방조직 침착으로 이중턱을 보이고 있는 방사선 사진상 소견 역시, 이러한 골격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이는 것에 대한 원인 요소로 볼 수 있다.

이 환자가 스스로 하악골을 내밀 수 있는 최대량은 11mm 였으며, 그 양의 70% 정도 되는 8mm를 전진시키는 것으로 하악 치료위를 결정하였다. 동시에 하악이 수직적으로 벌어지는 양은 ‘Rule of 10 (하악 재위치를 위한 구성교합 채득 시 전진량과 수직이개량의 합이 10mm를 넘지 않게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2mm로 하였다. 환자의 턱관절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으며, 치료 하악위에서 하악골을 고정시킨 1-piece 디자인에 대해 불편함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장치 장착 전 후 촬영한 측모 두부규격 방사선 사진 상 (그림 4)에서 기도 폭경이 충분히 확장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면다원 검사 결과 수면무호흡 지수 (AHI : apnea-hypopnea index)는 31.7에서 8.2로 감소하였고, 환자는 수면의 질 향상에 크게 만족하였다.

앞서 기능성 교정장치를 예로 들어 설명드린 바와 같이 하악전진 장치는 교정력을 발휘하는 능동적 장치이다. 따라서 교합 관계의 변화, 턱관절 증상과 같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음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그림 5는 1-piece 타입의 하악전진 장치를 장착하고 수면무호흡 지수가 44.2에서 4.7로 크게 개선됨으로써 협조도가 매우 높은 환자의 구내 사진이다. 환자는 하루 6~7시간 매일 장착하였다. 턱관절 및 안면 근육의 통증이나 불편감은 느끼지 못했으나, 2년 6개월 체크 시까지 뚜렷이 발견되지 않았던 교합 관계의 변화가 3년 체크 시부터 관찰되기 시작하였다. 상악 절치의 설측경사와 하악 절치의 순측경사, 나아가 상악치열 전체의 원심경사와 하악치열 전체의 근심경사로 인한 수평피개 감소, 수직피개 감소, 구치부 교합 관계의 3급 경향화 소견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림 5, 하).

환자를 주기적으로 내원시켜 체크하는 횟수 및 간격은 장치 디자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하악 전진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최적의 하악위를 결정하는 방식의 장치의 경우 조기에는 1주 간격으로 자주 내원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장치든 환자의 조건에 맞게 조절이 완료된 후에는 3개월 간격으로 내원시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체크하도록 한다. 기공소에서 제작해 준 장치를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하고 이후 체크에 소홀하게 되면 환자는 분명 장치 착용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불편함이 생기거나 효과가 점차 감소하게 됨으로써 수면 중 무의식 중에 집어 던지고 말 것이다. 주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야 말로 장기간 동안 환자가 편안하게 잘 착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이것이다.

김수정 교수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졸

현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교정과 과장

현 대한치과교정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