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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농간으로 9개월 만에 10억 빚더미

■보건의료계 고질병 ‘사무장 병원’ 무엇이 문제인가?  하
사무장 농간으로 9개월 만에 10억 빚더미


본지 단독 사무장 병원 근무자 익명 인터뷰

 

돈 많이 벌 수 있다 유혹 … 알고보니 새빨간 거짓말
면허대여 명목 협박도 … 참을 수 없어 자진신고로
공황장애 겪어 … 현재 근무자 하루속히 정리해야

  

■ 사무장 A씨를 소개 받게 된 계기는?
모 임플란트 업체 직원을 통해 사무장을 소개받게 됐다. 임플란트 판매를 위해 소개를 시켜 준 것 같다. 해외 의료 봉사로 필리핀에 3년간 다녀온 사이 한국 치과계 상황 등에 잘 몰랐던 것이 큰 불찰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곳보다 급여가 많다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큰 유혹이었다.

  

■ 사무장병원은 주로 치과 분야 관련자들이 불법 개설을 하는데 사무장 A씨는 누구인가?
군대에서 치과관련 위생병으로 복무 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많은 속칭 ‘꾼’이였다. 사무장 A씨는 나름 그쪽(사무장병원) 분야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것으로 알려진 듯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경기도에 있는 치과의사도 과거에 사무장 A씨 때문에 많이 고초를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도 나의 사정을 알고 어떻게 이런 사람한테 엮이게 됐냐며 치를 떨던 생각이 난다.

  

■ 어떤 계기로 자진 신고를 하게 됐나?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폐단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 마케팅팀을 운영해 환자 대상 셔틀버스 운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를 유인알선 행위를 할 뿐 아니라 치료비를 상상이상으로 덤핑한다. 운영 방법이 의료기관이라 말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내가 어떤 불이익을 당한다 하더라도 좋다는 생각에 자진신고를 하게 됐다.

  

■ 소개 받은 사무장병원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들어갔나? 아니면 근무하면서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인가?
물론 들어가기 전까지 이렇게 문제가 심각할 줄 몰랐다. 9개월 근무 기간 동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문제가 있었다. 진료의 질 여부를 떠나 우선 환자를 돈으로 인식하는 듯 했다. 환자를 많이 보고 쉽게 얘기해서 ‘박리다매’ 형식으로 치과를 운영했다. 환자 소개비로 일정 부분 돈이 오가기도 했다. 사무장은 나한테 진료만 보라 했다. 진료 외에 치과와 관련된 운영 또는 경영상의 터치를 하지 말라고 항상 얘기했다.

  

■ 근무했던 사무장병원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치과 실평수는 180평정도 됐다. 유니트체어가 15대 정도였으며, CT장비도 소유하고 있었다. 치과의사는 나를 포함해 3명으로 구강외과 전공 치과의사와 일주일에 한번 오는 교정 전공 치과의사 등이 있었다. 이밖에 진료스탭이 6명, 데스크에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동네치과와 비교해 볼 때 큰 규모다.

  

■ 해당 사무장병원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사무장 A씨가 처음 나한테 접근했을 때는 중국 의료 관광 유치를 목표로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하며 관련 자료를 보여줬다. 사무장 A씨는 중국 환자를 공급할 수 있는 루트를 이미 개척해 놨다며 중국 현지 관계자 미팅까지 준비했으나, 어떤 이유인지 일정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면서 통보해왔다. 그때 어느 정도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바빴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 그 뒤 사무장 A씨가 제안했던 중국 의료관광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알고 보니 중국 의료관광 사업은 사무장 A씨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 병원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뤄졌나?
간단하다. 나는 정액제만 받았다. 나머지는 전부 사무장 차지였다.

  

■ 면허 대여를 명목으로 협박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실제로 협박을 받았다. 행동 잘못하면 경찰서에 신고해 불법 의료기관으로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까지 말했다. 그때는 정말 사막에 나 혼자 있는 황량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나 막막했다. 고민하다 나도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계속 끌려 다녔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건 치과의사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자진신고를 하게 됐다. 사무장한테 얘기하면 또 협박이 들어올 것 같아 출근하자마자 바로 관할 보건소에 의료기관 폐업신고를 했다.

  

■ 사무장병원에 대해서 요즘 안팎으로 떠들썩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나? 
최근 사무장병원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사무장 A씨가 자문 변호사를 구했다. 어떤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하는 듯 했다. 변호사가 사무장병원으로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결국 생활협동조합을 만들면 합법적으로 된다고 해서 생협으로 전환했다. 발기인을 모집하고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등 합법(?)적 구조로 전환 시켰다. 임시총회 시 증거 확보를 위해 사진을 촬영해 놨다.

  

■ 사무장 A씨는 해당 사무장병원 뿐만 아리나 또다른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듯 한 정황이 있다.
중국인 의료관광 유치를 위해 법인을 하나 만드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법인 또한 전혀 운영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유령 법인이었다. 나한테 또 다른 사기를 친 것이다. 법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무장 A씨 말고도 또 다른 전과 이력이 있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타 지역에서 사기죄로 징역을 살고 온 사람들이었다. 나도 현재 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정신적 또는 금전적 피해는?
중국 의료관광 사업명목 대출과 차량 리스 등 10억 정도 피해를 봤다. 어떤 불이익을 당한다하더라고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즉시 폐업했다. 현재 개인회생 절차 작업 중이다. 한동안 공황장애 등 불안 증세가 있어 약을 먹었던 경험이 있다. 제일 미안한 게 가족이다. 내 결심도 있었지만 빨리 정리를 하자고 제안했던 사람이 와이프였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출발하자고 용기를 줬다. 법정관리 들어갈 것이고 최소 생계비용만 받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

  

■ 전체 개원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사무장병원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개원가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혹당하지 않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나 같은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 하루속히 정리하고 나왔으면 한다. 사무장병원의 뿌리를 뽑았으면 한다. 협박이 있더라도 일단 폐업하고 바로 나오는 게 순서일 듯하다.

 

김용재 기자 yonggari45@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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