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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이치고 이치에’(일생에 단 하나뿐인 인연)

Spectrum

 

‘이치고 이치에’(일생에 단 하나뿐인 인연)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의 첫째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연’하면 늘 떠오르는 여행의 기억이 있다.


재작년 겨울이었다. 6월 부터 시작된 원내생 생활도 이제 서서히 익숙해 갈 쯤 3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얻게 되었다. 물론 그 전까지 방학을 누리던 학기에 비하면 참으로 소박한 일정이었지만 그 때는 3일을 연달아 쉴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모른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왠지 겨울의 끝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우리나라보다 더 북쪽에 있는 겨울중의 겨울, 홋카이도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역시 북쪽의 도시는 추웠고 어디를 가도 허리까지 쌓인 눈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우리는 맛집을 찾아 30여 분간을 걸어 서울에서부터 기대했던 스시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고 갔더니 이미 대기 중인 사람은 너무 많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근방에 있는 다른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까도 했지만 우리는 결국 기다려서 먹자는 쪽으로 합의를 내렸다. 드디어 시간이 지나 우리의 자리가 주방장 앞에 마련되었다. 스시를 고르고 한 입 먹을 때마다 ‘우마이(맛있다)’를 연발하여 좋아하는 우리를 보며 옆에 앉은 아저씨 두 분이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냐며 요즘 일본에도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며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맛있는 음식에 따뜻한 자리에 새로운 사람과의 재미난 담소까지 곁들어지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두 분 중 한 아저씨가 일본인 치과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치과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하자 너무나도 신기하고 반가워하시면서 감탄사를 연발하셨다. 나라는 다르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다 선후배라며 맛있는 음식도 더 주문해주고 우리의 식사까지 계산해주셨다. 계속 손사래치며 좋은 추억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자, ‘이치고 이치에’(단 하나뿐인 소중한 인연) 라는 말을 연달아 하시며 한국에 꼭 놀러오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도 교환하고 한국에 와서도 가끔 이메일을 주고 받곤 했는데 작년 여름 아저씨께서 봉사활동을 하러 한국에 오신다고 하셨다.


일 년이 넘게 지났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게다가 이번에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만나기로 해서 그런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아저씨가 좋아하길 바라며 한국 음식점을 고르고 작은 선물도 준비하여 만났는데 매우 좋아해주시고 고마워하셔서 우리 또한 흐뭇한 마음이 넘쳐났다.


같은 시간 옆자리에 앉아 나눈 몇 마디 대화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고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는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이제 치과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지금,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려보며 내 주변의 동기들, 선후배들,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될 여러 환자들과의 인연을 모두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지희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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