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가족, 인문학을 말하다
제주신협 작년 ‘인문 ·고전도서관’건립
도민 쉼터·문화예술공간 자리매김
제주도 치과계 가족이 만든 제주도 1호 인문·고전 도서관이 제주도 치과의사와 제주도민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제주치과의사신협(이사장 신용래)이 지난해 10월 제주지부회관에 건립한 인문·고전 도서관이 설립 7개월을 맞았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치과기자재업체 등 치과계 가족 전체가 동참해 마련한 도서관은 제주지부 회원들과 제주도민들의 쉼터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매주 인문·고전 강연을 열며 어렵고 딱딱한 인문·고전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지면서 인문고전 강연을 듣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실 치과의사를 비롯한 치과계 가족들은 자연과학을 전공해 인문·고전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 왔다. 하지만 제주치과의사신협은 그 편견을 멋지게 깨며 치과의사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 도서관을 설립했다.
현재 도서관에는 5000여권의 도서가 마련돼 있는 상태다. 비록 장서의 양은 많지 않지만 강봉수 교수, 철학자 강유원, 시인 김경훈,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김석희씨 등 인문고전 분야의 대가들이 추천한 책들만 비치돼 있다.
제주치과의사신협은 양질의 도서를 보유한 상태이지만 빠른 시간 내로 3만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치과계 가족을 비롯해 전국 치과계 가족들의 기증을 당부하고 있다.
제주치과의사신협은 “인문학 서적은 쉽게 전파되지 않을 뿐 아니라 찾아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치과계가 앞장서 인문학의 불씨를 살리면서 도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서관 입구에는 신영복 교수가 쓴 현판이 부착돼 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의미의 ‘군자불기’라는 현판으로 그릇은 각각의 용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자는 그런 그릇처럼 돼서는 안되며 배움에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치과의사신협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진료수준에 비해 국민들이 치과의사에게 기대하는 품격을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군자불기라는 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치과의사들이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영민 기자 yym0488@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