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주고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던 ‘사무장병원’이 무더기로 적발...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건당 2000~3000만원에 대여하고 매월 사용료 명목으로 200만원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11개 사무장병원을 적발…”
“…유령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의사를 고용, 거액의 요양 급여를 챙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무더기로 적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상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 30명 이상의 출자를 받아야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일반인을 유령 조합원들로 서류를 꾸민 뒤 자신이 모두 출자, 의료생협을 만들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사무장병원’과 관련한 수사기관의 적발 사례가 하루를 멀다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다보니 국민들은 물론 의료계조차도 이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 볼 때다.
의료인으로서 성실히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가 주변 곳곳에 이처럼 의료를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사무장병원들이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사무장병원은 노숙인을 유인해 가짜환자로 등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하고, 퇴원을 요구하는 노숙인을 감금·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적발사례도 있었다.
개설 시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생겨난 사무장병원들의 경우 결국 불법의료행위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불법·과잉 의료행위 및 진료비 허위·부당청구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고발 없이는 사실상 적발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사무장병원 발생의 주요원인으로 ‘사무장병원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 및 정보부족’과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단체, 사법기관 등 관계기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부족’, ‘비영리법인·의료생협 등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제한 규정 미흡’ 등이 지적돼 온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 불법 대응 협의체 구성 색출 나서
이에 보건복지부도 건보공단과 합동으로 지난 5월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 근절을 위한 ‘불법의료기관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사무장병원 색출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 협의체는 현재 불법개설 의료기관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부와 건보공단 외에도 근로복지공단, 치협, 의협, 한의협, 약사회 등 의약단체와 최근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와 심평원과도 공조해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경찰과 합동으로 실시한 요양병원 집중 단속을 통해 10월까지 전국 53개소의 의료기관이 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졌으며, 건강보험료 1146억원을 환수조치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집중단속으로 요양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의원의 영리목적 의료기관 운영과 불법·과잉 의료행위,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확인됨에 따라, ‘불법의료기관 대응 협의체’를 중심으로 요양병원의 상시 점검체계를 구축하는 등 내년에도 지속적인 사무장병원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협도 특위 구성 사무장치과 강력대응
치협도 사무장치과 척결 및 의료영리화저지대책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통해 지난 3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무장병원에 대한 철저한 증거 수집과 내부 고발자 등을 통해 불법 정황 등을 수시로 포착, 사안별로 법무법인과 공조 및 사법당국에 고발조치 등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업형 사무장치과는 일반 사무장치과에 비해 조직이나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체계적인 대응에 신경쓰고 있다.
그동안 치협은 과잉진료 등으로 국민건강권을 침해해온 기업형 사무장치과 척결에 앞장서 한때 전국 40여개에 이르는 룡플란트 지점의 실소유주였던 김 전 대표가 구속수감 되기도 했다.
#“국민건강 침해 막자” 계속되는 불법 척결
최남섭 협회장은 “기업형을 포함해 사무장치과 척결은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중요사업”이라며 “척결에 대한 구체적 방법에 대해 일일이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도 척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치협은 지난 3년간 상시 운영된 ‘불법의료신고센터’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신고를 한 내부 고발자 신변 보호는 물론 내부 고발자도 결국 치과계 회원임을 감안해 법률 및 세무자문 서비스도 추가되도록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또 회원 홍보는 물론 치과에 내원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업형 사무장치과의 폐해를 알리는 포스터 홍보전단 등도 지속적으로 배포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서울시도 건보공단, 서울시 치과의사회, 의사회, 한의사회 등과 더불어 ‘불법행위 근절 협의체’를 구성해 사무장병원에 대한 신고접수와 수사의뢰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사기관에서 적발한 사례들을 통해 보면, ▲개설자의 잦은 변경이 있는 경우를 비롯해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관여 등에 대한 민원이 빈발한 경우 ▲비의료인이 직원의 근로계약 등을 주도하거나 의사에게 공동투자운영을 제안하는 경우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실질적 개설 운영 주체가 법인이 아닌 제3자인 경우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개설의사 변경에도 불구하고 사무장(직원)이 계속 근무하는 경우 ▲의료광고가 과다할 정도로 잦은 의료기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자행(진료비 감면, 정기적 차량운행 통한 교통편의 제공 등)하는 의료기관 ▲의료생협이 개설한 치과·한의원 중 창립총회 이후 총회 미개최, 조합원수 정체 등의 경우도 사무장병원으로 주요 의심 대상이다.
정부·국회 사무장 병원 “옥죄기”
최근 들어 보다 진화되고 다양한 유형으로 사무장병원이 생겨나고 있지만 사실상 적발하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 제보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부제보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포상금제도(평균 거짓·부당청구금액의 5% 수준)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9월부터는 건강보험 부당청구 신고자에 지급되는 포상금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자진신고를 해도 면허정지 처분은 감면되지만 진료비 환수에는 감경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사무장에 대한 진료비 환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국무회의에서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급여비 지급 보류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돼 11월 21일부터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되면 건보공단이 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즉, 사무장병원이 환수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확정판결 전 수사단계에서 급여비 지급을 즉시 보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은 사무장병원 등에 대한 지급보류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무장병원들이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사 및 판결 확정 전 사무장병원의 개설자가 병원을 청산하고 지급받은 급여비용을 빼돌리는 등의 부작용으로 환수에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지난달 건보공단 국감에서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결정금액은 4673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징수된 금액은 377억원에 불과해 징수율이 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불법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일정기간 특별기간을 통해 자수하는 의사들에게는 사면처리를 하는 등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고의성 불법행위를 지속하는 의사들에게는 면허 취소, 가중 처벌 등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국감에서 제안하기도 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기업형 사무장치과 척결 여부는 사무장치과 내부에서의 자금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가 관건인 만큼 이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에 수사 시 의사명의 통장을 비롯한 계약서와 약정서, 협약서, 병원개설 신고서, 병원 사업자 등록증, 진단서, 입·퇴원 신고서 등 은밀한 곳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과 보험사기는 환자유인, 불법 의료행위 등으로 의료의 질적 서비스가 저하되고 불필요한 국민의료비 지출증가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양심 있는 내부 종사자와 일반 국민들의 용기있는 신고정신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