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에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게 수십억 원의 요양급여비용 반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의료생협을 가장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가 적발된 이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는 등 판결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어 사무장병원 척결에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 수십억 원 급여비 징수 파산위기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명의를 빌려주고 의료행위를 한 의사 A씨가 51억여원의 요양급여비용징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개설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며 “2005년 5월 2일부터 2007년 2월 22일까지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그 개설명의자인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처분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의사 A씨는 건보공단으로부터 51억여원에 이르는 요양급여비용을 징수당하게 돼 개인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6개의 사무장형태의 요양병원을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들이 벌금 500만원부터 징역 8개월까지 형사처벌을 받는 것과 함께 450억여원에 달하는 진료비 환수폭탄까지 맞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지방법원에서도 비의료인 B씨가 의사 C씨를 고용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8억90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기도 하다.
# ‘의료생협 가장’ 사무장병원 출현
이러한 가운데 의료생협을 가장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다 처벌받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대법원 제2부는 의료생협조합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처럼 외관을 꾸민 뒤 사무장병원을 불법적으로 운영한 D씨 등 14명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및 벌금형 등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해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본문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할 목적으로 생협을 설립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며, 생협법이 생활협동조합의 보건·의료사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지난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 3단독부는 지역사회에서 의사면허 없이 대형 요양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다 의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E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무장병원 형태의 의료생협이 난립함으로써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생협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를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