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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실사로 죽음 문턱까지 유명 작곡가로 새 삶을 열다

치과 밖으로 행군하라❹문화계-치과의사 김홍일 작곡가

엠넷 오디션 작곡 대상 계기 잇단 인기드라마 OST 작곡  

서울교대서 실용음악 가르쳐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힐러’를 비롯해 지난해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등 다수 드라마의 OST(배경음악) 작곡가가 ‘현직 치과의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치과의사 출신 작곡가 김홍일 원장(홍일치과의원·연세치대 97졸)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존재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3년 케이블 채널 엠넷의 신예 작곡가 오디션인 ‘슈퍼히트’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면서부터다.


당시 그녀는 남다른 개성과 특출한 작곡 능력을 겸비한 ‘미모의 치과의사’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엠넷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현재 작곡가로 유명세를 타면서 밀려드는 일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음악하며 소송으로 지친 심신 힐링

엠넷 오디션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그녀의 삶이 궁금했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꾸준히 쳐 왔고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로 치대에 진학했어요.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치과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음악작업을 해왔고요.”


곱상한 외모에 조곤조곤한 말투. 딱 여기까지 듣고서는 ‘음악이 좋아서 꾸준히 하다 보니 작곡가가 됐고 치과의사는 현실적인 삶의 선택이었다’는 그저 그런 답변이 그려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 밖의 반전이 이어졌다.


“치대 졸업 후 치과병원에서 7년간 수련을 받고 개원을 했었어요. 나름대로 치과의사를 업으로 여기고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심평원 실사를 받았어요. 지인들을 치료해주고 돈을 받지 않고 청구했던 것이 문제가 됐는데 저는 잘 못한 게 없다는 소신이 있었죠. 그래서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어요. 보험에 무지했던 것이 죄라면 죄였을 거예요.”


그녀는 “심평원의 부당한 실사 때문에 자살하는 의사들 얘기가 남일 같지 않았다”며 “이러다 하루아침에 내 자신이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절박한 상황까지 갔었다”고 회고했다.


홀로 소송하면서 참 많이 외로웠고 실사로 인해 받은 심리적 상처가 너무나 컸던 그녀는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던 치과를 팔아 버리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2011, 2012년 거의 2년여 간을 집안에 틀어 박혀 먹고, 자고 일어나면 곡만 썼죠.”


2013년 용기를 내 엠넷 오디션에 도전했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며 보낸 인고의 시간은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


# 낮엔 치과 근무 새벽 5시까지 작곡

“사실 제가 오디션에 나가거나 할 성격은 못되는데...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멜론 등의 최신 음원 앨범 차트에 올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기획사도 없고 무명이었던 제가 만든 곡을 올리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도전한 거 였어요.”

엠넷 오디션 우승이후 KBS, MBC 등 다수 메이저 방송사 드라마의 OST 작업을 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실용음악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젊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20대가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달란트를 나눌 수 있어 그 시간이 더 없이 행복하다.
지난해 치과도 다시 개원했다.


치과의사 직업이 있어 좋아하는 음악 작업편안하게 할 수 있다 "행복하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있기에 음악작업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사실 치과의사란 일은 저를 단련시켜준 고마운 직업이에요. 남들 비위도 잘 못 맞추고 조직생활도 미흡했었는데 청아치과병원에서 7년간 수련을 받으면서 김찬숙 원장님께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신환’이란 말 그대로 신이 내린 환자다. 그만큼 내치과로 온 환자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심어 주셨죠.”


그녀는 최근 오후 7시까지 치과 근무를 하고 퇴근하면 바로 잠자리에 든다. 12시면 일어나 새벽 5시까지 음악작업을하고 다시 출근 전까지 쪽잠을 청하는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행복하다.  


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인물

가수 백승엽 원장(서울탑치과)
1993년 서울치대 졸업. 치과의사 뮤지션으로 익히 잘 알려진 인물로 리안이란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펑크록 밴드 ‘이빨스’의 리더 겸 보컬로 활동하면서 여러 음반을 발표해 왔다. 또 솔로 활동을 통해 댄스, 발라드 등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 황병기 원장(3.3.3.치과)
1986년 조선치대 졸업. 지난 2006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가수로 깜짝 데뷔해 화제가 됐다.

그는 NPM 황병기라는 예명으로 가요계 활동을 하며 ‘레이디(Lady)’ 등 대중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출시했다.

이후 치과의사라는 전문성을 살려 333 치아송, 신종플루 예방 캠페인 송 등을 제작, 발표하면서 대중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가수 이지영 원장(닥터이지치과)
1998년 서울치대 졸업. 2003년 ‘명문대 출신, 노래하는 미모의 치과의사 가수’로 언론을 장식하며 공식 데뷔했다.

‘이지’라는 예명으로 1집과 2집까지 낸 프로가수로 가요와 예능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특히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치과의사에 만족하지 않고 고달픈 무명생활을 자처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저버리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팝페라’ 가수 박소연 원장(연세플러스치과)

1994년 연세치대 졸업. 스텔라 박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2007년 성악과 대중가요의 크로스오버 앨범인 ‘별과 바람의 노래’로 데뷔했다.

2011년 2집 ‘메모리’에 이어 지난해 3집 러브(LOVE)를 발매했다. 박 원장은 치과의사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어색할 만큼 어릴 때부터 음악 이외에 다른 길은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타고난 음악가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를 마치고 음대진학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져 치과의사가 된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