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환자들로 북적이는 서울 모 치과의 진료 대기실 풍경을 들여다 보니 치과 경기 불황이라는 말은 마치 딴 세상 얘기 같다.
최근 틈새시장을 겨냥해 ‘일요일 진료’ 특화를 시도하는 치과들이 늘고 있다.
메디컬의 경우 응급 환자들을 고려해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까지 진료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치과의 경우 진료 특성상 응급 상황이 드물어 야간 진료는 하더라도 일요일까지 진료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응급상황을 넘어 ‘진료편의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일요일 진료를 특화하는 치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주요 환자 층은 바쁜 직장 업무로 평일 치과치료를 할 수 없는 직장인, 학생, 응급환자들이다.
특히 일부는 개원 시부터 휴일 마트나 쇼핑몰, 교회를 찾는 수요를 겨냥해 해당 상권내 개원 후 일요일 진료를 특화하고 있다.
# 일요일 진료대신 토요일 전일 휴무
▲ 서울 모 대형 쇼핑센터 근처에서 7년째 일요일 진료를 하고 있는 K 치과. 일요일엔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하면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환자가 분빈다.
스탭이 귀띔해준 일요일 평균 환자 수는 60여명선. 일요일 근무를 하는 대신 금요일은 반일, 토요일은 전일 휴무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크게 불만이 없고 추가로 발생하는 경비도 없다.
치과 관계자는 “주택가 인근의 쇼핑센터 근처다 보니 일요일에 장보고 쇼핑을 하러 오는 수요가 적지 않다. 주 5일제가 되면서 금요일, 토요일은 여가를 즐기고 일요일은 장도 보고 집에서 쉬면서 충전하려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요일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진료하다 보니 쇼핑족 이외에도 평일 진료가 어려워 멀리서까지 수소문해 찾아오는 환자들도 꽤 있다.
▲ 경기도 L치과의 일요일 평균 내원 환자 수는 40~50여명선이다.
3개월 전 일요일 진료를 도입했다. 치과를 찾는 환자 10명 중 8명은 응급환자고 2명은 일반 환자다. 처음에는 원장과 직원들이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돌아가면서 진료하는 시스템이었지만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최근에는 대표원장은 매주, 다른 원장들은 2주에 한번 꼴로 출근하고 있다.
치과 관계자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얘기를 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치과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경기도 전역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입소문을 듣고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등록된 교인만 수만 명에 달하는 서울 대형 교회 인근에 위치한 P치과의 일요일 풍경은 마치 교회 사랑방을 연상케 한다.
일요일이면 서울은 물론 경기도 등 먼 곳에서 교회를 찾은 교인들이 짬짬이 시간을 내 치과치료를 위해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 치과의 경우 응급 환자보다는 스케일링이나 일반적인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치과 관계자는 “애초 교회 지인들의 요청으로 일요일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 교인들에게는 약간의 혜택(?)을 주는 영향도 있겠지만 환자가 많은 편이다.
일요일 환자 수가 평일에 진료하는 환자 수를 훨씬 능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환자 수 언급은 피했다. P치과는 일요일 근무를 하는 대신 목요일 하루를 온전히 쉬고 있다.
# 근무환경·위치 등 ‘성공 비법’ 있다
일요일 진료 특화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된 치과들을 분석한 결과 몇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인근에 일요일에 진료하는 치과가 없고, 주택가 및 상권가 등 일요일 진료 환자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이 될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해 있었다.
또 대부분은 원장 2인 이상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치과다. 일요일도 진료하는 치과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이나 입소문에 의지해 치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무엇보다 일요일 진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상당부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대체 방안을 마련하거나 적절한 보상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해당 치과 관계자들은 “일요일은 급여가산이 되긴 하지만 큰 액수는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진료를 하고 안 하고가 전체적인 매출을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성급하게 단언 할 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환자 상담시 진료날짜 선택에 대한 부분이 자유로워 내원을 결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크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들은 또 “치과마다 규모와 입지, 직원 성향 등 특성이 각기 다른 만큼 일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융통성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으며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겠다는 성급한 마음은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적절한 보상’과 ‘합리적인 시스템’ 도입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최근 직원들이 돈보다는 개인 여가 생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직원들의 공감대 없이 무리하게 시스템을 도입했다가는 잦은 이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응급 환자든 일반 환자든 한번 내원한 환자를 평생 환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료 실력을 갖추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