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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동물치과병원’ 가봤더니...

김춘근 원장 ‘수의치의학’ 특화 개원, 사람치료와 다를 것 없더라


 7년 된 혼종 말티즈 ‘똘이’가 회복실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전신 마취에서 깨는 중이었다. 대기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똘이의 견주는 “잇몸이 다 상해서 밥을 못 먹는 상황이었다”며 “오늘은 성한 이빨을 제외하고 열 개가 넘는 발치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의사에게 물었다. “발치를 그렇게 많이 하면 개가 살 수 있나요?” 수의사가 웃으면서 답했다. “어차피 아픈 이로는 씹지 못해요. 이렇게 발치해주면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먹을 수 있습니다.”


# 장비 수입하는 데만 2~3억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 있는 대한민국 ‘1호 동물치과병원’을 찾아 갔다. 1월 초에 개원한 이비치 동물치과병원. ‘입에서 빛이 난다’는 뜻의 이 병원은 치과 식으로 말하자면 ‘전문과목 표방 병원’인 셈이다.

김춘근 원장은 “섬세한 특성이 있는 수의치의학이 적성에도 잘 맞았다”며 “8년 전부터 이쪽을 공부를 하면서 계속 특화 진료를 꿈꾸고 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동물치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춘근 원장은 공부를 위해 이 분야 최고의 기관으로 꼽히는 UC Davis의 dentistry & oral surgery service에서 수련 받는 등 공부를 지속해 왔다.


한국에는 아직 수의치의학과 관련 산업의 인프라가 빈약하기 때문에 기자재 등은 전부 미국에서 수입해 왔다. 김 원장은 “동물용 유닛체어, 각종 기구 등 장비 값만 2~3억은 더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진료는 철저히 예약제다. 대부분 병증이 깊어진 이후에 찾아오기 때문에 수술시간만 4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운 케이스들이 많은 게 이유다.   


가장 많은 진료는 치주 질환. 앞에서 언급한 말티즈도 평소에 구강관리를 해주지 않아 염증이 확대되면서 치아와 잇몸이 망가진 케이스다.

이외에도 구강악안면 외상, 근관치료, 교정 등 다양한 진료를 보고 있다. 고양이는 구내염이 많다고 한다.


# 미국 수의치과 전문의 140여명

현재 한국 수의치과 분야는 태동 단계다. 140여 명의 전문의가 배출되는 미국에 비해 아직 턱없이 기초가 약하지만, 점점 시장이 형성되고, 공감하는 수의사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의치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원장은 현재 임상·학문적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논문을 꾸준히 쓰면서 페이퍼워크를 하는 동시에 회장으로서 수의계의 먹거리 창출에도 골몰하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수의계 역시 치과계와 비슷하게 과잉 인력과 경쟁으로 피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춘근 원장은 “수의치과협회에서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구강교실 등을 개최함으로써 치과 상식이 전파되도록 힘쓰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결국은 반려동물의 구강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들고 산업 전반의 수요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덧붙여 “개인적으로 우리 병원을 아시아 최고의 동물치과병원으로 만들어 수의사들이 수련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만들고, 나아가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수의치의학계에 이정표를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