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정치료의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저수가를 홍보하는 치과들이 있어 안타깝다.
치과병·의원에서 이뤄지는 진료는 공장의 대량생산으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가를 낮추는 마케팅, 소위 덤핑을 하면서 치과 의료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어 문제가 된다.
단지 수가를 낮추는 행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뒤따르는 의료의 질 저하가 핵심이다. 진료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서 저수가를 내세운다는 것은 결국 환자의 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인데 많은 수의 환자를 봐야 하니 의료기관은 매우 바쁘고, 환자 1명 당 진료 시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수가 때문에 혹해서 가면 다른 진료를 유도해 결국 과잉진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진료비가 비싸지 않더라도 과잉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교정이라는 진료의 특성상 2~3년간 오랜 진료가 필요한데 그 긴 시간 동안 환자가 원하는 질적 보장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3년에 발간한 ‘CEO Information’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소비자들은 의료서비스의 가격보다 질을 우선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료서비스 선택기준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71%인 반면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32%에 불과했다. 선진국 대열에 선 우리나라도 의료의 질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수가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치과가 아닌 전체 치과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미 치과계는 치과의사 인력 과잉 공급, 치과수입의 지속적 감소, 치과 폐업률 증가, 지속적인 치과 경기 불황 등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수가를 홍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호도하는 것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수가보다 환자와의 신뢰와 합리적인 가치를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정해진 수가에 대한 진료철학적인 배경과 자신감을 가지고 합리적인 가격구조와 그에 수반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수가를 낮춰 환자를 유입하는 것으로 단기적 경영성과를 거둘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적인 성장을 통한 국민 건강권 보장이 우선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