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관절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플린트 장치를 두고 치협과 타 의료인의 직역갈등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원에 이어 일선 정형외과의원에서 버젓이 스플린트 치료가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취재 결과, 이 정형외과는 병원 내부에서 치료사 주도로 턱관절 환자의 인상채득까지 진행하는 정황이 포착돼 의료법 위반 여부까지 논란의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 비의료인이 인상채득까지?
최근 기자는 서울에 위치한 Y정형외과의원을 찾았다. 이 정형외과는 홈페이지의 메인에 비수술통증클리닉, 척추측만클리닉, 족부교정클리닉과 함께 ‘턱관절 클리닉’을 내세우면서 이 분야를 전문으로 본다고 광고하고 있다.
3층은 대기실 및 진료실, 5층은 물리치료실로 구성돼 있는 해당 정형외과의 내부에는 턱관절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고, 스플린트 사진이 함께 게재돼 있었다. 기자는 턱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상담실장과 약 20여 분간 상담을 가졌다.
손가락 세 개를 세로로 입에 넣어보라고 한 후, “입이 잘 안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한 상담실장은 “턱관절 질환은 턱 자체만의 문제라기보다 전체적인 체형, 자세, 균형감각 등에서 이상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검사를 해봐야한다”고 전제하고, “턱관절 자체에만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스플린트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플린트가 기성품인지 맞춤 제작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담실장은 “여기(정형외과)에서 직접 환자의 치아에 맞춰 본을 뜬다”면서 “이갈이가 심한 경우에도 제작한 스플린트를 착용하고 자면 이갈이로 인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담실장이 밝힌 스플린트의 가격은 제작비만 70만원 가량.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것은 이 과정을 비의료인이 관여한다는 점이다. 상담실장의 말에 따르면 5층 치료실에는 도수치료를 진행하는 치료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스플린트 치료까지 진행된다는 것. 이 같은 상담실장의 말은 직접 이 병원을 이용한 한 치과의사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원장은 “5층 물리치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왁스바이트를 물린 임프레션 모형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여지는 더 남아 있다. 이 정형외과의 턱관절 질환 진단을 인근 치과의원에서 ‘협진’ 형태로 도와주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상담 말미에 상담실장은 “저희가 갖고 있는 기계는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에 협진을 맺고 있는 인근 치과에서 두 가지 정도(파노라마, TMJ엑스레이)를 촬영해 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요청서<사진>를 써줬다.
# ‘우리 영역’ 인식하고 힘 합쳐야
정형외과의 이런 행위에 대해서 치과 개원가와 관련 학회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턱관절 관련학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TMD 스플린트 치료 등에 대해 활발하게 강연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그쪽에서 정확히 어떤 식으로 진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형외과 의사는 치과의사처럼 오랜 시간 턱관절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턱관절 분야는 매우 복잡해서 난이도가 상당하고, 스플린트 치료는 잘못되면 교합이 틀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수습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턱관절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한 대학교수 역시 “우리 영역을 지켜나가는 데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치과가 타 직역에 파노라마 촬영을 협진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매년 10% 가량 턱관절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치과의사들은 턱관절 질환의 스플린트 치료가 우리의 영역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관련 기관과 학회 등에서는 활발한 교육, 연수회 등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