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만취한 노숙자가 진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해 ‘진료거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에서도 내원한 환자의 진료거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짐은 물론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의해 자격정지 1월의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료거부’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필요한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하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다.
하지만 ‘진료거부’와 관련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명확한 정부의 지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개원가는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와 관련해서는 사안별로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를 정형화하기가 어렵고 일률적으로 정례화해 판단할 수도 없다”며 “각 사안별로 명확한 사실관계 및 정황 조사 등을 종합해 위법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 예시로 ▲의사가 부재중이거나 신병으로 인해 진료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 또는 고난도의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외래 진료예약 및 입원실 만원 등으로 다른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 등을 들었지만, 이러한 사유 역시 최종적인 위법 여부의 판단은 사안별로 사실관계 및 정황 조사 등을 통한 법원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밖에 ▲환자의 과음 등으로 의식이 혼미하거나 심신상실의 상태로 인해 적정한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 요구하는 검사나 투약을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등도 정당한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당시 정황 등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 위법여부를 최종 가리게 된다.
아울러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즉시 진단하고 최선의 처치를 행한 후, 당해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그 환자에 대한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지체없이 그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요구한 치료분야가 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질환이 아닌 해당과의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일 경우도 진료를 거부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예시의 대부분이 사실상 진료를 할 수 없는 여건에서의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진료거부(진료할 시설 및 인력이 있음에도 진료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법률에 명시적으로 ‘환자가 의료인의 지시에 명백히 따르지 않는 경우’, ‘환자나 그 보호자가 의료인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