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엔 유니트체어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어야 할 환자. 하지만 환자는 나타나지 않은 채 10분이 지나자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진료 취소를 알려온다. 전날까지 아무 말 없이 당일 나타나지 않는 환자 때문에 진료예약제를 운영하는 치과는 속이 탄다.
진료예약을 해 놓고 정작 제시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환자, 일명 ‘예약부도’ 환자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도시와 지방 간에, 성별 간에, 진료 항목별로 어떤 유의미한 특수성이 있을까?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이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함주희 씨(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는 ‘치과의원에서의 예약 미이행 환자의 특성’을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도시와 지방에 있는 치과의원의 비내원 환자 특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성별·연령·치료내용 등의 변수를 통한 환자의 특성을 살펴봤다.
이번 연구는 서울에 있는 치과와 충남에 있는 치과의 내원환자 중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년간의 데이터를 수집해 총 1만6312건의 예약건수를 통계분석했다.
# 지방은 우천 시 환자 늘어
연구 결과 도시와 지방의 환자 내원현황을 살펴보면 도시 치과는 20~30대가 많은 반면 지방은 오히려 40~50대 환자가 많았다.
지방은 모내기철인 6월이나 추수철인 10월에 예약부도 환자가 많았던 반면 서울은 직장인들이 많아서 11~12월 회식이 많은 연말에 예약부도가 많았다.
또 비가 오면 환자들이 적을 것이라고 통상 예측되지만 지방의 경우 오히려 비가 오면 병원에 갑자기 환자가 늘어났다. 이는 농사일을 안 하기 때문에 시간이 생겨 병원을 내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예약부도가 많은 시기에는 직원을 줄이고, 예약이 많은 달에는 직원을 늘릴 수 있는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다.
도시 환자와 지방 환자의 예약부도율을 살펴보면 지방 환자의 예약부도율은 17.8%인 반면 도시 환자의 예약부도율은 28.8%인 것으로 집계돼 지방의 환자들이 진료 약속을 더 성실히 지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심의 경우 다른 경쟁치과로 환자가 유출되는 경우가 잦은 반면 지방은 보험진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진료의 필요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충성도가 비교적 더 높기 때문이다.
또 진료 내용별로도 예약부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다. 임플란트나 교정처럼 고가치료 환자의 예약부도가 일반 보험진료 환자보다 낮았다. 즉 치료비를 적게 지불하는 환자일수록 예약부도를 쉽게 내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20~30대 환자의 예약부도율이 가장 높았으며, 여자치과의사 환자들의 예약부도율이 남자치과의사에 비해 높았다.
# 두 번째 내원 유도로 리텐션 높여야
구환과 신환 사이에도 예약부도 차이를 보였는데 도시 치과는 신환의 예약부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방 치과의 경우 오히려 신환의 예약부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방에 있는 치과들은 신환이 예약전화를 했을 때 꼭 내원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와 지방 모두 한 번만 내원한 환자들의 예약부도율이 높게 나타나 이들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내원하는 환자관리를 철저하게 해 고객 리텐션을 유지하는데 신경 써야 한다.
또 예전에 예약부도를 냈던 환자들이 또 예약부도를 내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들 환자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