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관에 형성된 바이오필름은 세균이 배양되는 온상으로 핸드피스, 하이스피드 등을 통해 민들레 홀씨처럼 치과 내부에 퍼진다.
이렇게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면 그걸 평생에 걸쳐 마시는 사람은 환자가 아닌 치과종사자다.”
지난 10일 서울종합국제학술대회(SIDEX2015)에서 치과종사자의 건강을 위한 수관관리가이드 강연이 마련돼 치과의사 및 치과 스탭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라성호 원장(서울미소치과의원)이 연자로 나선 이 강연에서 “치과 교차감염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치과의사”라며 “그 중에서도 수관관리는 치과 감염관리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수관관리만 잘해도 치과의 위생 수준을 중간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수관관리는 원장 스스로 연구해야
현재 식약처 등 정부기관에서 정하고 있는 치과 용수에 대한 기준이나 관리방법에 대한 기준은 전무한 상태다. 라 원장은 “식약처에 문의해 본 결과 환경부의 일반 수질을 제외하고 치과 용수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은 없는 상태”라며 “결국 치과에서의 수관(수질)관리는 원장 각자가 연구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라 원장이 이날 수관관리의 첫 걸음으로 제시한 것은 ‘자체 수질검사’다. 일단 심각성을 인지하려면 자신의 치과용수의 수질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페트리필름(50장 들이)을 사용하면 간편하게 세균검사를 할 수 있다.
환경부 등에서 정한 우리나라의 음용수 기준은 100CFU/ml. 물 1ml에서 일반세균의 집락군 수가 100개를 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트체어에 연결된 약 6개의 기구(핸드피스, 시린지 등)에서 채수를 해 필름에 뿌려놓고 상온에 하루정도 두면 세균이 눈에 보이게 드러난다.
필름에는 눈금이 20개 정도 있는데, 한 칸의 세균수를 세어 20을 곱하면 치과 음용수의 CFU/ml 수치가 나온다는 게 라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모 업체가 720개 치과를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치과 전반이 열악한 상황이다. 98.7%가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중 카본필터까지 사용하고 있는 치과에서는 세균수 허용치가 10배에서 100배에 달했고, 수돗물 직수를 사용하는 1.3%의 치과는 정수기를 쓰다 철거한 경우(80%)는 불량, 처음부터 직수만 사용한 경우(20%)는 대부분 적합이었다. 그러나 어떤 조건이라도 약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관청소를 하는 치과는 대부분 적합으로 나왔다.
# 차아염소수, 수관 소독 대안될까
물론 수관청소가 관리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지만, 물의 성질 역시 중요하다는 게 라 원장의 말이다. 라 원장은 “염소(Cl)가 중요한데, 직수가 효과를 보는 것도 수돗물에 염소가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직수는 배관의 이물질이 장비를 고장나게 할 수 있으므로 카본필터를 제거한 중공사막 필터를 사용하면 좋다”고 강조했다. 카본필터는 염소성분마저 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용수가 미산성차아염소산수(이하 차아염소수). 살균력이 우수하면서 음용에도 전혀 문제가 없어 수관 소독에 맞춤한 물이라는 게 라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라성호 원장이 차아염소수를 사용하는 강원도 한 도시의 10개 치과 36개 유니트 체어의 용수를 채수해 페트리필름 세균 검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수관 연결이 불량한 2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직접 치과에서 사용해본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라 원장은 “차아염소수를 24시간 정도 흘려보냈더니 세균의 박멸이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약 72시간 정도 흘려보낸 뒤 페트리필름 실험을 하니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강력한 살균으로 처음부터 박멸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이 차아염소수를 대상으로 2009년에 실험한 독성실험 결과도 ‘안전’으로 나왔다. 쥐를 이용한 급성경구독성시험(14일간)과 토끼를 이용한 안점막자극성시험(4일간)을 진행한 결과 어떤 위해성도 관찰되지 않았다.
라성호 원장은 강연 말미에 “과학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내 치과의 수관의 상태가 어떤지 일단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치과에서 일하는 치과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수관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