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백색’이라고 했던가? 약 73억 명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서 이들을 치료하는 소명을 가진 치과의사. 치과의사마다 생김새도 틀리고, 생각하는 방식도 틀리다. 예기치 않은 소식들로 놀라움을 준 세계 치과의사의 활동상을 살펴본다.
치과의사가 왜 사자를 죽였지?
최근 한 어이없는 사람이 13살 사자 세실(Cecil)을 죽여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 있는 월터 팔머(Walter Palmer) 라는 이름의 치과의사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실은 짐바브웨의 명물 사자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고 보도했다<사진 왼쪽 인물>.
사랑스러운 사자가 죽음을 맞게 된 것은 월터 팔머의 ‘트로피’ 일명 박제 욕심 때문이다. 사냥을 식량이나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락으로 하는 것을 ‘트로피 헌팅’이라고 하는데 팔머는 이번 사냥을 위해 무려 5만4천 달러(한화 약 6390만원)를 지불했다고 한다.
그는 세실을 사냥할 때 보호구역을 벗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냥이 불허된 보호구역 안에 있던 세실을 보호구역 밖으로 유인하고 석궁을 쏘아 40여 시간 동안 세실을 따라다니며 죽어가는 것을 보며 즐겼다는 점에서 부도덕하고 비열하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Palmer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성지 순례자를 뜻하는데 이름의 숭고한 의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더 섬뜩하다.
독수리 부리 고쳐준 휴머니스트
‘국민 사자’를 죽여 전 세계인의 원망의 대상이 된 치과의사와 달리 총에 맞아 부리를 잃고 죽을 위기에 처한 독수리를 구한 치과의사가 있어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캐나다의 치과의사인 브라이언 앤드류스(Brian Andrews). 몇몇 수의사들은 독수리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그의 숙련된 솜씨 덕에 독수리의 부리를 되살릴 수 있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토피노에 사는 주민들은 총소리와 함께 트럭 한 대가 달려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인근을 살펴보던 주민들은 부상당한 독수리를 발견했고, 곧바로 동물 피난소로 옮겼다. 부상이 심한 독수리는 다시 에링턴의 야생동물 치료센터로 옮겨졌다.
독수리의 부리는 총에 맞아 윗부분이 없어져버렸고, 부리 끝 부분만 얇은 연골조직에 의해 간신히 붙어 있었다. 이 때 앤드류스가 독수리에게 구조의 손길을 보냈다. 그는 치과기공사에게 의뢰해 독수리 부리에 맞는 보철물을 제작, 부리가 두개골에 단단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치료했다. 이로써 독수리는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됐다.
말 치과의사를 아시나요?
말(馬)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내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국내 최초로 세계적인 말 치과의사를 초청해 경주마 치아관리 특별 강연을 집중 시행한다고 홍보했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강연에서 경주마 치아분야의 세계적 권위가인 말 치과의사 네일 졸리(Neil Jolly) 씨가 특별 강사로 나서, 경주마 치아관리의 중요성과 경주마 발치수술을 직접 시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행한 ‘미국 속 별난 직업’에는 43개의 직업이 수록돼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말 치과의사다. 책자에 따르면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 면허를 딴 사람이 말 치과의사로 종사하도록 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말 치과진료에 대한 교육을 하고 관련 자격을 주는 아카데미들도 있어, 이들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은 사람의 진료 허용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한다.
말 치과의사는 해외에서 ‘Equine Dentist’로 통용되는데 말 전문 치과의사 과정 자체가 전 세계를 통틀어 몇 군데 없는 희귀 과정이라고 한국마사회는 밝혔다.
사랑니 스스로 뽑는 게 가능할까?
덴마크에서 자신이 직접 사랑니를 발치한 이가 있다. 이와 관련한 동영상은 3분 16초 분량으로 유튜브에 게시돼 있다. ‘wisdom tooth removal-do it yourself’ 라는 제목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자가 발치를 실현한 그는 덴마크 Aarhus School of Dentistry에 재학 중인 25세 치과대학생이다. Jesper Ryltoft 씨는 환자 예약이 많지 않은 조용한 날을 택해 환자처럼 턱받이를 하고 의자에 앉아 스스로 마취를 시행한 후 발치 시술 도구로 자신의 왼쪽 상악 사랑니를 성공적으로 뺐다.
그가 사랑니를 성공적으로 발치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거울이었다. 동료가 거울을 계속 비쳐줘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발치에 성공했다. 동영상 속의 주인공은 대수롭지 않은 듯 발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는 이들에겐 고통이 느껴진다. 동영상은 이제 막 뽑혀 피범벅이 된 치아를 보여주면서 끝맺고 있다.
Jesper Ryltoft 씨는 “일반인들은 저와 같은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전 치과대학 학생이고 시술 당시 전문적인 기구와 치과의사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