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에서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하였다. 세 명이 같이 여행을 하면 그중에 한 명은 나의 스승이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나보다 좋은 능력을 지닌 본받을 긍정적인 스승이 있다는 의미와 반대로 나쁜 모습을 보아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자각을 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개념이 있다. 또 여러 사람이 선택한 길이 옳은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
TV에 1대100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1명이 100명과 퀴즈를 같이 풀면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 것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준다. 그런데 가끔은 대다수가 선택한 답이 틀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다수가 선택한 것이 옳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그와 반대되는 생각이나 선택을 하면 틀렸을 것이라는 생각과 심한 심리적인 저항을 받는다. 심지어는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딸이 졸업한 후에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냥 본인이 하고 싶다면 무엇을 하여도 좋다고 답변하였다. 지인은 아빠로서 조언해주거나 바라는 것이 없냐고 물어왔다. 지금 필자의 생각이 10~30년 뒤까지도 옳을지 그를지 모르기 때문에 윤리나 종교 혹은 도덕적 조언이 아니라면 참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필자가 중학생 시절에 원자력공학과가 최고 인기 학과였다. 그러던 것이 대학 원서를 쓸 즈음엔 최악의 과가 되어 있었다. 필자가 수련을 받던 90년 초반에 피부과는 비인기과였고 한때는 산부인과가 최고인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남과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종종 남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오는 긴장감과 깨어있는 느낌을 즐긴다. 수업시간에 땡땡이를 치는 그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구강외과 수련을 마치고 다시 교정과를 공부한다고 하였을 때이다. 당시 모시던 과장님 한 분 빼고는 모두가 반대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 생각해보면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학한 것은 필자의 인생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얼마 전부터 치과들이 인터넷이나 SNS 혹은 블로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더불어 마치 그런 흐름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젖어있다. 그래서 필자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병원이 검색되지 않게 내려달라고 요청하였다. 인위성이 아닌 인연을 따라 오는 환자만 보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필자가 10년 전에 진료가 끝나면 집단 상담심리에 참석하며 심리학을 공부하고, 교육학을 공부하고, 사주팔자·동양철학 등을 공부할 때에는 모두가 특이한 치과의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90~100세까지 살아야하는 지금에는 그 공부가 노후에 강연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취미로 2~3년 동안 배웠던 살풀이춤은 요즘 시작한 택견을 배우는데 유연성으로 도움이 된다. 택견을 배우러 가면 나이든 사람은 혼자이고 모두가 중고생들이다. 살풀이춤을 배울 때에는 모두가 무용과 출신 여학생들이었다. 심리학을 배울 때에는 모두가 상담심리사이거나 심리학 강사들이었다. 동양철학을 배울 때에는 모두가 무속인이거나 역술가였다. 필자가 어딘가를 가면 그곳에서 필자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에서 동질성을 회복하게 되며 본인만의 특성을 발견한다. 반대로 치과의사로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남과 다른 필자만의 개성을 찾고자 한다.
미국의 샤갈이라 불리던 화가 해리 리버만은 현금출납원을 하다가 과자가게를 운영하고 개인 사업을 하여 성공한 후에 은퇴하였다. 은퇴 후에는 노인 복지관에서 장기나 두며 소일하였다. 그러던 중 76살에 우연히 복지관에서 그림을 가르쳐주는 10주 프로그램을 배우고 그 이후로 작품 활동을 하여 101세까지 22회의 개인전을 가지며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다. 남과 다르게 살아보는 데에는 이유와 조건과 나이가 상관이 없다.
최용현 강변 STM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