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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科學(비과학)과 未科學(미과학)

Relay Essay 제2099번째

고대로부터 치의학은 의학의 일부로 여겨졌고 미용적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삶에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구강 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처치 방법을 알지 못하여 구전된 방법으로 처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처치 방법이 어떠한 기전을 바탕으로 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다양했지만 희박했으며 이론적인 배경보다는 처치하는 이의 명성에 기대거나 종교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었다.

내과의에 의해 경시되던 치과 치료가 현대 서양 학문의 형태를 갖추는데 18세기 프랑스 의사 피에르 포샤르의 역할이 지대했다.

피에르 포샤르는 치과 치료를 학문의 형태로 발전시켰지만 질환의 원인을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체액설’에 기댔기 때문에 백여년 뒤 루이 파스퇴르가 실험을 통하여 증명한 세균설을 기준으로 본다면 비과학적인 접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대부분의 의학적 지식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경험 의술로부터 얻었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도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치과와 관련하여 설명한 내용은 많지 않지만 그 가운데 ‘남성은 여성보다 치아의 개수가 많다’라는 주장은 눈길을 끈다. 이 주장은 이 후 이천년에 걸쳐 최고의 과학자로 칭송받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다시 한번 강화되었다.

이러한 의학의 아버지의 주장이 현재의 역학 조사에 따른 결과를 바탕으로 ‘과잉치의 빈도가 여성보다 남성에서 높다’ 라거나 반대로 ‘치아의 선천적 결손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라는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랜시간 최고의 과학자로 칭송을 받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들은 이천년이 흐른 뒤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천체를 관찰하기 위해 직접 망원경을 발명했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주장하였지만 종교적인 이해 관계와 과학적 증거의 불충분으로 인하여 탄압을 받았다.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과학적 사고를 뒤집는 이론들을 내놓았으데 그 가운데 일부는 신의 절대성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기도 했다.

그가 이야기했던 중력파의 존재는 10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에 이르러서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론이 아닌 실험을 통하여 증명됨으로써 과학계는 열광하고 있고 증명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수치를 보고 대다수 일반인들은 다시금 그의 천재성에 놀라고 있다.

머리속에 우주를 그려낼 수 있었던 천재는 이제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제시했던 이론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실생활에서의 문명의 이기들은 그 원리의 정확한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과학, 그리고 과학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아인슈타인이 오랜시간에 걸쳐 찾고자 했던 우주 상수를 수학적으로 풀어내고 일반상대성이론이 아인슈타인의 것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이후에 세계를 돌면서 그가 받았던 관심은 ‘최초의 스타 과학자’로 부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당시 인류의 절대 다수가 이해할 수 없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독일 과학자들이 보인 반응은 더러운 유대인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야유였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관심을 보였던 젊은 과학자들의 지지와 영국, 미국의 천문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의 천재성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현재의 기준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 가운데 누구를 더 과학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고 과학자라 부를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높은 곳에서 무게가 다른 구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보았고 주변의 여인들 입안을 들여다보고 남성과 여성의 치아 개수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면 우리는 그를 지금 인지하는 수준보다 ‘더’ 과학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현재의 기준으로 발견한 오류로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과학자들을 가치가 없다고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류없는 지적 자산의 축적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러한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 또한 과학의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론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현상의 이해는 과학적인 사고를 위해 기본적이면서 매우 중요하다. 처음 소개되었을 때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영원히 사라져버릴 뻔 했지만 지금은 칭송받는 이론들과 과학자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이렇게 시대의 오류와 당시에 인정받지 못했던 지성을 인지하고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르며 그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것이 훗날 진보된 형태의 과학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치의학에서 꾸준히 새로운 술식과 이론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것들의 가치와 진위는 치료 결과, 현재 갖고 있는 과학적 지식 그리고 훗날 설정될 새로운 기준에 의해서 증명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무엇인가는 언젠가 훗날 과학이 될 미과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승훈 단국치대 소아치과학 교실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