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1인 1개소법’ 등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관련된 의료법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과정으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측에서는 1인 1개소법이 위헌이 될 경우 의료 상업화가 가속화될 뿐 아니라 관련 의료법 조항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 반면 헌법 위헌제청 및 소원을 제기한 청구인 측은 관련 법조항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침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법이라고 맞섰다.
지난 10일 헌재 대심판정에 열린 공개변론은 이 사건과 관련된 청구인을 비롯해 보조 참가인, 이해관계인, 참고인들이 주장하는 바를 공개적으로 듣는 자리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참관인들이 몰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으로는 지난 2015년 1월 접수된 의료법 제4조 2항 등 위헌소원 변론과 함께 의료법 제33조 8항의 둘 이상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금지에 대한 것에 명확성 원칙 및 청구인 및 보조참가인들이 주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의 침해 여부 및 평등원칙에 반하는지에 대한 여부로 요약됐다.
# 의료인 중복개설과 급여비용 환수
심판의 대상이 된 의료법 또는 국민건강보험법을 헌재에서 공개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의료법 제4조 2항 ▲의료법 제33조 8항 ▲의료법 부칙 제1조 본문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1항 본문 제1호, 제57조 1항과 2항 등이다.
대표적으로 의료법의 경우 ▲4조 2항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의료법 33조 8항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제57조 2항의 경우 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해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관련된 법조항이 많은 듯 보이나, 대부분의 법조항이 의료인 중복 개설 및 운영과 의료기관의 의료급여비용 환수에 관련된 조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의료 상업화 가속화 기본권 침해 어려워
합헌을 주장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서는 이해 관계인 자격으로 법률 대리인들이 참석해, 1인 1개소법 등 관련 법조항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보건복지부 법률 대리인인 정의정 변호사는 “국내는 보건의료 대부분을 민간부문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민간의료에 대해서도 규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의료기관 중복개설·운영을 허용할 경우 국민건강보호보다 영리추구가 우선시 돼 과잉진료, 환자유인, 소규모 개인의원의 폐업, 리베이트 수수 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사전에 방지할 필요 있다. 또 의사들 간의 협진이나 공동구매, 공동홍보 등은 이미 허용됨에 따라 의료인 직업의 자유 침해 원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국민의 건강 보호·증진을 위한 의료행위의 목적과 보건의료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료인의 중복개설 및 운영 금지한 1인 1개소법은 입법재량을 명백하게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임을 강조했다.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도 “이 사건을 비롯해 중복개설·운영이 문제된 사건들에서는 의료행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및 리베이트 수수 등이 문제됐다”면서 “결국 의료기관 중복개설·운영은 영리추구를 위한 것”이라며 합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유화진 변호사(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중복개설·운영을 허용하는 것은 비용절감이나 수익성 제고 등의 측면에서 장점도 있으나 의료의 상업화·영리화 및 진료의 획일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특히 영리성 추구가 조직화돼 의사의 의료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위헌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위주로 관련 법조항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나온 주심 재판장을 포함한 총 8명의 재판관들은 청구 대리인과 보조참가인, 이해 관계인, 참고인 등에 33조 8항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에 대한 관련자들의 입장과 ▲관련 법률과 의료 영리화와의 관계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형 사무장병원 등의 과잉 진료 등 불법의료행위와의 상관관계 ▲유디치과, 튼튼병원 등의 네트워크 수익 구조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의 의미 등을 질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질의와 답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재판관들은 각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근거를 차후에 서면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주장?
청구인 측 법률 대리인인 김성수 변호사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및 제33조 제8항은 금지되는 중복개설·운영의 형태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중복개설·운영되는 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1호도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의료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제2호도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보조 참가인 자격으로 참석한 유디치과 법률 대리인 측은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특별히 상업적 이익 추구 경향이 강하다거나 과잉진료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님에도 의료기관 중복개설·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 법인이나 비의료인 등과 비교해 의료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며, 신뢰보호 원칙,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디치과 법률 대리인은 공개변론 말미에 “임플란트의 고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얻어 환자의 접근성을 높였다”면서 예상했던 대로 반값 임플란트 논리를 다시 들고 나오기도 했다.
한편 헌재 최종 위헌여부 결정은 통상적으로 공개변론 이후 수개월 내에 결정되는 것으로 보여, 상반기중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