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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책임

Relay Essay 제2107번째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거리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 “그 때 왜 그랬을까, 그렇게만 안했어도…” 다른 것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경험은 다들 해봤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 때 정말 잘 선택했어, 다른 걸 선택했으면 큰일 날 뻔 했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 휴가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창 인기 있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최근까지 시청해서 그런지 이런 저런 옛날 얘기를 하며 우리의 대학 시절인 2002년도를 추억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창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공부와 축구 응원 사이에서 고민했던 사소한 선택의 순간도 아직 기억난다. 이렇게 옛 추억에 잠겨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한 친구가 얘기했다. “학생 시절 ○○ 자동차 연구 장학생으로 졸업 후 입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 그 당시 ○○ 중공업 취업 조건이 더 좋아서 연구 장학생을 포기하고 취업했었는데 요즘 들어 후회된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 자동차의 연봉과 삶의 질이 더 높기에 하는 넋두리였다. 또 다른 친구는 8년 간 다니던 회사를 바꿔야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얘기했다.

원래 치과의사가 되기 전 내 전공이 기계공학이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40대에 회사에서 버려질 것을 걱정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학도에서 치과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7년 전의 선택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 자동차와 ○○ 중공업처럼 먼 훗날 어떤 길이 더 좋을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사실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면서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항상 남아있다. “나도 친구들처럼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서울에서 계속 생활했을 테고, 조금 더 문화생활을 누리며, 돈도 빨리 벌고, 더 나은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치과의사로 진로를 바꾼 결정만큼이나 힘들었던 선택의 순간은 바로 “전문의 과정을 이수할 것인가 아니면 개원가로 바로 나갈 것인가” 였다. 주변 선후배, 동기 치과의사들에게 물어봐도 하나의 답으로 귀결되지 않는, 그야말로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수련 과정을 하고 있는 지금도, 하길 잘했다며 안도하면서도 가끔씩 후회가 밀려올 때도 있다. 

이처럼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사소한 선택부터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중대한 선택까지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이유는 어떤 선택이든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에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어야 한다. 책임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어야 한다. 나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길을 선택했다. 따라서 지금 이 수련 과정이 비록 힘들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다.

황경섭 부산대치과병원 보철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