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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유럽 맛보기

Relay Essay 제2119번째

지난 2월 인륜지대사라 불리는 큰 행사를 치르고 여행을 다녀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중 하나가 신혼여행이었는데, 진작에 ‘신혼여행은 꼭 멀리, 유럽으로 가자!’ 라고 결정하여 큰 고민은 없었다. 물론 연애기간이 길어 고급 숙박시설의 휴양지는 따분할 것 같았고, 결혼 후 출산, 육아 등에 시달리다 보면 장거리여행은 한동안 불가하다는 결혼 선배님들의 말씀도 한몫했다. 마음은 1년간 유럽 전 지역 자유여행이었지만, 현실은 8박 10일 스위스, 이탈리아 2국가였던 서유럽 맛보기를 간접적으로나마 함께 나누려 한다.

스위스에 도착한 첫 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장시간 비행으로 많이 피곤했지만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일념하에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다. 리마트강을 따라 취리히 구시가지부터, 루체른의 카펠교, 빈사의 사자상 등. 특히 강가를 따라 조금씩 다르게 생긴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스위스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경관이지 않을까. 다음 날 알프스 산봉우리의 하나인 쉴트호른으로 향했다.(쉴트호른은 해발 2970m의 높이로 1969년 007 여왕 폐하 대작전의 주요 촬영지로 알려져있다.) 지그재그 형태로 생긴 케이블카를 3번 정도 갈아타면서 중간 중간 들리는 역과 마을구경도 소소한 볼거리였고, 산꼭대기에서 스키를 타고 약 3천 미터를 끝없이 내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새하얀 눈으로 덮인 알프스의 조화는 글로 풀어내기엔 부족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360도로 회전하는 피츠글로리아라는 쉴트호른의 유일한 식당에서 간단한 음식과 이 지역 맥주(스위스 인터라켄에는 루겐브로이라는 우리나라 소맥과 유사한 맛의 맥주가 있다.)를 한 잔 곁들이니 그 동안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다.

짧은 스위스 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넘어갈 때엔 꽤 많은 시간을 기차에서 보냈다. 슬슬 지루함이 느껴질 무렵 도착한 베네치아는 날씨도 맑고, 물의 도시답게 이국적인 곤돌라와 수상버스, 수상택시가 가득했다. 물 위에 기둥을 박아 그 위에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일부 지반침하로 인해 기울어져 있는 건물이 보여 안타깝기도 했다. 길치인 내가 다시는 찾지 못할 것 같은 미로 같은 골목들을 지나자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 산마르코광장, 화려한 두칼레 궁전, 카사노바의 탄식의 다리 등 익히 들어온 유명한 건축물들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었다.

이어 도착한 피렌체는 베네치아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중후한 분위기였다. 문학, 과학, 예술의 도시답게 곳곳에 박물관, 미술관이 즐비하고, 동상의 손짓, 시선 하나에도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특히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두오모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피렌체를 한 눈에 보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그 전망이 빵 위에 코코아 가루를 잔뜩 뿌려놓은 티라미수같은 모습으로 느껴져 더 기억에 남는다. 피렌체는 걸어서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도시이지만, 꼭 다시 와서 그 역사와 의미를 다시 새기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빠질 수 없는 남부여행은 폼페이, 포지타노, 소렌토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여행사투어를 이용했다. 단체로 줄서서 다니는 여행사투어를 선호하지 않지만, 시간적, 경제적, 지리적으로 효율적이었다. 특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아말피 해안도로는 가수 김동률의 ‘동행’이라는 노래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다. 통영, 거제 등 우리나라 남해에도 아름다운 해변이 많지만 비교할 수 없는 그 곳만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여행의 끝맺음은 로마에서 맺었다. 콜로세움과 개선문, 포로 로마노, 트레비분수 등 긴 역사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물론이거니와 바티칸에 다양하고 섬세한 작품들은 예술 문외한인 나조차 초롱초롱 존경의 눈망울로 열심히 보고 들을 만큼 경이로웠다. 개인적으로 로마는 복잡한 시내에 위치한 관광지여서 그런지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탈리아는 특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갔는데, 실제로 파리테러 이후에 군인과 경찰의 순찰이 늘어서 걱정한만큼 위험하지 않았다. 그래도 집시와 난민들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니 소매치기에 대비하는 나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이탈리아 곳곳에서 특이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하면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좋다. 사진 한 장에 20유로를 지불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여행도 하나하나 살펴보며 다니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2개 국가를 고작 10일간 둘러보았다는 건 수박 겉핥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5주년 결혼기념일에 다시 떠날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30박 31일 유럽여행이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지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