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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치과의사, 더 할 나위 없었다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2)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눈덩이 학자금 대출이
지금의 나를 짓누르다
체력=행복 진료 시작...건강관리는 젊어서 부터


본지가 창간 반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치과계의 ‘미래’를 만나는 장도에 나섰다. 지금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들은 여러 선배 개원의들의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50년의 비전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이번 창간 5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예비 치과의사들의 고민과 갈등, 희망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치과의사 세대 간 간극을 좁히고 상생의 접점을 고민하기 위한 ‘디딤돌’을 제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공대생이었다가 회사원이었다가, 그리고 다시 치전원생까지. 숨 가쁘게 20대를 보낸 4명의 청년들이 한날한시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았다. 고된 하루 일과 중 잠깐의 틈을 허락받아 이들과 예비 치과의사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주제로 한 ‘즉문즉답’ 시간을 가졌다. 치과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앞으로 50년 치과의사로 살아갈 이들의 소박한 다짐을 활자로 풀어봤다.

이선호 : 조직의 부속품처럼 소모되기 싫어 꿈을 찾아 멀리 돌아온 치과의사 2세(이하 이)
김인석 : 보람도 느끼고 후회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치과의사는 내 천직 (이하 김)
주창민 : 연구에 전념하다 시간적 여유가 그리워 치전원에 왔지만 여기도 바쁘다(이하 주)
유호빈 : 취업과 다른 길을 고민하다 치전원의 문을 두드렸는데, 오길 잘 했다(이하 유)

Q 그래봤자 치과 VS 그래도 치과?

이: 치과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지금 이대로 간다면 ‘그래봤자 치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상황에 발맞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그래도 치과’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김: 치과의사들은 오랫동안 개인병원중심의 개원 형태를 유지해왔고 게다가 ‘의료’라는 더 보수적인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그 특수성에 의해 보호를 받겠지만 늘어나는 전문 인력을 배출할 다양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변화에 발맞춘 교육과 치과계의 노력으로 답을 찾아낸다면 ‘그래도 역시 치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주:  ‘그래도 치과’다.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치과의사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치료를 하는 술자 또한 감정적으로 큰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유: 비록 치과계가 갈수록 예전만 못하다지만, 다른 직업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을 때 힘든 건 치과의사만이 아니다. 노력 없이 안정적이고 만족할만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은 없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다른 직업보다 큰 메리트다.



Q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그것’은?

주: 사실 대학은 학문을 교류하는 장이라고 생각했었고, 대학원의 경우 그런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도제시스템에 가까운 부분이 많았다. 뒤돌아보면 질문도 많이 못하고 혼나는 방식으로 많이 배우기 때문에 당초 생각했던 것에 비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에 반해 선후배간의 ‘군기’는 없는 편이다. 저희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후배들에게) 열이 날 때도 있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교수님들도 다 좋은 분들이다(웃음)

유: 사실 지금은 등록금이 부담스럽다. 졸업할 때가 되니 대출금액이 크게 불어나 있는 상황이다. 한 달에 내는 대출이자만 해도 꽤 많아졌다. 작년까지는 과외를 했었는데, 새로 과외 구하기도 어렵고, 원내생 진료에 더 전념하고 싶어서 지금은 안 하고 있다.

김 :학자금 대출의 수치가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내야하는 건 아니라 사실 체감은 안 된다. 다만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시설이나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것과 비교해 말을 하자면 가용 인력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다.

Q 준비된 치과의사의 삶을 위해 무엇을?

이: 사실 행복은 남과 비교하면서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 저는 앞으로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예전의 호황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비우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주: 치과의사로서 행복을 느끼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제 행복의 기준은 관심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여가시간도 같이 보내고 하는데서 찾는 것이기 때문에 체력이 있어야 여가시간도 생기고 그런 생활도 즐길 수 있다.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한 건강과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유: 저도 체력에 한 표. 원내생 진료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치과의사가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수명도 길어지고 치과의사로 일할 날도 많아질텐데 체력을 길러놔야 건강하게 오래 진료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김: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수련을 받을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준비를 하고, 개원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그 쪽으로 경쟁력을 쌓거나 등등. 하지만 지금 학교 다니면서 배우는 것들은 이제 다시 못 배우니까 우선 학문적인 기본을 잘 잡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Q 내가 꿈꾸는 나만의 치과는?

이: 이상적인 얘기겠지만 치과에서 일하는 제 직원이나 저나 다 행복하고, 우리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냥 체어 몇 대 이런 식의 치과를 가지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 없다.

주: 인도에 있는 한 안과병원을 벤치마킹하고 싶다. 해외에서 인공수정체를 들여오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병원에서 인공수정체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그 비용을 인도 부자층에게 걷어 빈곤층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 준다. 한국에서는 힘들겠지만, 중국 등 의료적으로 소외된 나라에 이런 치과병원을 세워보는 게 제 꿈이다.

유: 환자들이 저 선생님은 믿을 만한 선생님이다, 이런 평을 받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어떤 병원인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치과의사가 여러 명 있고, 직원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그런 치과가 내 치과였으면 한다.

김: 한 지역에서 평생 유지가 되는 치과를 만드는 게 우선 목표다. 둘째는 치과 자체적으로 교육기관을 만들어서 치과위생사들도 좋은 직장을 유지하면서 계속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치과, 신규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들이 적절한 대우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병원을 만들고 싶다.

Q 그래서 우리의 희망은?

이: ‘부끄러움’에 민감하고 ‘떳떳함’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자신이 가장 좋은 사람이고 싶은 사람들(예를 들어 가족 등)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행동인지를 매사에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의로운 치과의사’가 아닐까.

김: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결국 치과의사가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마음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한다면 치과의사로서의 삶은 의미 있을 것이다.

주: 박애정신이다. 특히 직업적인 것 외에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진심어린 관심으로 대할 때 행복을 느낀다. 박애정신을 통해 환자와 사회 앞에 선다면 치과의사로서 방점을 찍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 희망은 치과의사로서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올바른 진료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가장 중요한 본질은 변하지 않고 진심 역시 통할 것이라고 믿기에.
정리 = 윤선영 기자, 사진 = 조영갑 기자



돌발 질문============================================

치과의사는 OOO이다?

‘행복 CEO’ ‘pre’
‘마라토너’ ‘화롯불’

이: 치과의사는 ‘행복CEO’다.

김  치과의사는 ‘pre’다. 사회보다 빠르게, 안정적으로 좋은 직장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행복한 일자리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치과도 빠르게 변했으면 좋겠고, 저도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유:  치과의사는 ‘마라토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되는 직업이기 때문.

주:  치과의사는 ‘화롯불’이다. 겨울철 추운 날 밖에 있다 집에 들어가면 가장 찾고 싶은 것이 화롯불이듯 환자 입장에서 치아가 아플 때 찾으면, 고통이 해소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치과의사가 아닐까.

Interview_ 박영국 경희대 치전원장===========================

“젊은 치의 술기 약하다고? 우리 교육목표는 ‘안전한 의사’”

의료윤리는 후배들 생존의 문제
선배들이  더 이해하고 고민해야

“치과의사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동시대 다른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리 사이에서만 통하는 얘기로는 안 됩니다. 국민도 동의하는 사회중심가치를 고려해 우리의 분야를 평가하고 관련 정책 및 교육방향을 정해 나가야 합니다.”

박영국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장은 젊은 후배들이 치과계의 현 문제라고 언급되는 인력과잉, 이로 인한 치열한 경쟁체제의 심화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국민들이 사회중심가치로 함께 동의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박영국 원장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의 치과질환 유병율, 전체 수험생 감소에 따른 적정 치의학도 정원 비율, 의료 수요 연구를 기반으로 치과의사가 과잉 배출될 시 발생하는 사회적 낭비 등을 논리로 의료인력 조절 필요성을 주장해 가야 한다”며 아울러 기성 치과의사들은 어려움에 처한 후배들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보듬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영국 원장은 “의료윤리나 인문학과 관련된 교육과정은 이미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돼 있다. 최근 의료윤리가 지적되는 것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젊은 후배들이 먹고 사는 부분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선배들이 젊은 치과의사들의 어려움을 더 이해하고 심한 경쟁체제의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젊은 치과의사들의 술기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영국이나 미국 등 세계 선진국 의학교육에서 가장 대두되는 화제는 ‘Safe Beginner’ 양성이다. 진입자의 단계에서는 숙련된 의사보다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안전한 의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진정 환자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박영국 원장은 “인력공급 과잉, 이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는 부작용은 후기 고도산업사회에서는 전 직종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여기서 우리는 의료의 소비가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해 그들에게 경제적,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국민들이 치과진료를 불신하지 않고 생활의 필수요소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치과의료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희대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육(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강조한 인간다움에 중심을 둔 교육)’으로 치전원 자체적으로는 최근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해외 치의학 교육기관과의 MOU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며 학생들의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에 힘쓰고 있다.

박영국 원장은 “교육에 있어 학생들에게 연민·공감·헌신·봉사 등의 정신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봉사나 나눔의 정신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과 함께 하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마음을 심어주려는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Look beyond the horizon(수평선 너머를 보라)’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치과의사가 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