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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통해서 보는 세상과 나

Relay Essay 제2128번째

  • 등록 2016.06.08 11:47:40

우리 집 아이는 2012년 2월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5살이다. 요즘은 낮에는 유치원에 갔다가 3시경에 집에 와서 엄마나 할머니와 논다.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은 성격이어서 지금까지는 다행히 큰 사고 한 번 없이 잘 지내왔는데, 5살이 돼서부터는 활동량이 많아지고 위험해 보이는 행동도 부쩍 많이 한다. 그래서 항상 조심조심하게 되고,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정말 크나큰 행복의 시간이었고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불안하기만 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무사히 지나가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면 나도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들어 아이에게 부쩍 잔소리가 많아졌는데, 이런 나를 보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많이 하고, 까다로운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일과 관련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나는 진료를 완벽하게 잘 하려고 그렇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면 아이가 눈치를 보게 되고 자립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아내에게 매번 혼이 나면서, 일을 하면서도 잔소리를 많이 하기보다 같이 힘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내가 신경 쓸 일이 있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어 표정이 안 좋아지면, 이놈이 길을 가다가도 어느새 옆에 와 손을 잡아 준다. “아빠랑 손잡고 갈 거야” 하면서. 또 집에서도 내가 전화 통화나 대화를 하면서 언성이 조금만 높여지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본다. 내 표정을 살피다 눈이 마주치면 아뿔싸 싶어 얼른 표정 관리를 하게 된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스님이 쓴 책에서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화가 났을 때의 자신의 감정이나 몸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화가 나면 초기에 이를 인지하고 마음을 다스려라 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놈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건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이런 게 있으니 화를 덜 내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아이를 재우려고 누었는데, 내 얼굴을 한참을 보다가 “아빠 쌍꺼풀 있네” 하면서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눈에 쌍꺼풀을 살며시 그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정말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날 사랑스럽게 지켜봐 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나도 쌍꺼풀 있어?” 하면서 눈을 감고 자기 눈을 보여 준다.

요즘 주변에서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부족하면, 혹시 좋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매번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게 된다. 원래는 자존감이 많았던 사람도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기다 보면 자존감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현대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경쟁이 심해지고 따뜻한 관계들이 줄어들고 고립되어 가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다면 세상은 살기 힘든 곳일 것이다. 내 아이의 손길에서 자존감을 느꼈다면 오버일까?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주변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큰 다행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과 딸이고, 그 존재만으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요즘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여성 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몸소 느낀다. 한편으로는 이 아이들이 커서 살아갈 세상이 ‘살만하고 따뜻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분노에 찬 정의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길을 가면서 아무리 조심을 시켜도 세상은 너무 위험하다. 요즘 내게 있어 아이는 나와 우리 사회를 보는 거울이자, 현미경이자, 망원경인 것 같다.

황종민 앵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