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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치과’는 의료상업화의 비극

의료를 공산품처럼 생각하는 현실이 토양
치과계 자정노력과 함께 제재 방안 필요

'수가 덤핑 이벤트’로 환자를 끌어모으던 서울 강남의 한 교정치과가 최근 돌연 폐업 후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치과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먹튀 치과’를 낳은 우리나라 의료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 “치과 의료는 공산품 아니다” 

먼저 일부 치과의사들은 ‘의료’를 ‘상품’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 피해자 숫자가 최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먹튀 사건’을 낳은 기본적인 토양이라고 진단한다.

의료를 일종의 공산품처럼 생각해 오로지 ‘가격’만으로 비교·선택하는 의료 소비 행태가 이번 ‘먹튀 사건’의 피해를 키운 하나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처럼 ‘진료비가 싸다’는 이유로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먹튀 치과’로 인한 피해는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원장은 “이번 사건은 치과 진료를 ‘가격’이라는 가치에만 매몰시키는 세태가 낳은 현재 진행형 비극”이라며 “가격이 싸다고 해서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라면 제2, 제3의 ‘먹튀 치과’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B원장도 “이번 ‘먹튀 사건’과 관련해 상당수의 치과의사들은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싼 치과’를 찾는 환자들의 의료 소비 행태에도 분명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개원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의료 소비자가 의료를 상품으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예로 일부 개원가에서 공격적으로 이뤄지는 ‘비급여 진료비 할인 이벤트’가 환자들에게 의료를 ‘질’보다 ‘가격’으로 비교·선택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결국 의료 소비자에게 의료를 일종의 공산품처럼 생각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C원장은 “일부 치과에서 진료비를 할인하는 부분이 환자들에게 의료를 상품으로 인식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가령 임플란트를 심으려는 환자가 치과에 오면 치과의사가 진단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먼저 ‘국산이 있고 외산이 있다’면서 마치 상품 팔 듯 설명한다. 더구나 최근 코디네이터, 상담 실장 등의 직종이 생기면서 이 같은 상업화 (분위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D원장도 “의료는 공산품이 아니다. 케이스의 경중을 따지지 않을 수 없고, 의사의 실력이 다 같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런 의료의 특수성을 생각하지 않고) 의료를 마치 상품처럼 느끼게 만든 책임은 결국 의료인에게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짚었다.

# “‘먹튀 치과’ 막을 방안 마련돼야”

그렇다면 의료를 상품으로 인식하는 의료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먹튀 치과’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치과계 내부적으로는 의료광고의 격을 떨어뜨리는 각종 과장 광고를 자제하고 국민을 상대로 ‘올바른 치과 선택 방법’을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구지부(회장 민경호)가 최근 대구 지하철 2호선 전동차 내부에 부착한 ‘올바른 치과 선택 요령’ 관련 홍보문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러한 치과계 내부의 자정노력뿐 아니라 강력한 제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원장은 “치과계 내부적으로 직업윤리나 사명감, 이런 것에 대한 의식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자본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자정노력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먹튀 치과 등을 방지할 제도적 방안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