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어린 아들이 희귀병을 앓다가 숨진 후, 애도와 함께 영국의 국민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ystem)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돈 먹는 하마’인 NHS를 민영화하자는 게 보수당의 정책기조였는데, 보수당의 젊은 당수였던 캐머런은 오히려 NHS의 공공성을 더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들을 간병하면서 접촉했던 지역 간호사, 사회복지사, 특수학교 교사 등 NHS의 일원들에 대한 좋은 경험 때문이었다. 총리가 된 후에도 캐머런은 NHS를 민영화하자는 의견에 등을 돌리고, 영국의 보물로 칭하며 국가관리체제로 유지시켰다.
정책결정자의 개인 체험은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갖고 있던 생각에 확신을 보태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캐머런 전 총리 역시 그런 사례다.
특히 누구나 환자가 되고,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의료분야의 경험은 정책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쾌한 경험은 삭감이나 폐지로 이어지고, 좋은 경험은 지지나 신설로 이어진다. 윤곽이 또렷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대선후보의 치과의료 경험과 치과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다.
# 안희정 지사는 앞니 교정으로 자신감 회복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서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경우, 임플란트 10개를 심은 것이 가장 많이 회자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 유세로 인한 피로, 스트레스가 누적돼 치아가 하나 더 빠져 총 11개의 임플란트를 식립, 치과치료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후보로 추측된다. 치주과 출신 한 원장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면역력은 완전히 저하되고 몸 안의 방어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임플란트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노인 임플란트 공약에 맞서 7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완전틀니, 임플란트 무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선 공약 역시 지난 공약의 궤에서 엇나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경선을 치르면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치골이 내려앉고, 이가 다수 빠져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한 안희정 후보는 신체 콤플렉스를 치과에서 치료한 케이스다. 2003년 경 교정치료를 통해 벌어진 앞니를 교정했다. 한 인터뷰를 통해 “덕분에 발음도 좋아지고, 웃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정책연구소 전문가과정의 연단에 서 ‘치과계 및 한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치과와의 인연은 그가 의사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치협과 활발하게 접촉하면서 최남섭 협회장의 대외 공약이었던 ‘의료영리화 저지’에 뜻과 힘을 보탰다. 당시 갓 취임했던 최 협회장은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의료인들과 함께 국민건강권을 지키는데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치과와 악연과 인연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에 진주의료원 내 개원한 장애인 전문치과는 전임 지사인 김두관 전 지사에 의해 설립, 장애인 치과 진료에 상당한 역할을 하면서 2년 동안 1200여 명의 장애인을 진료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가 당선된 후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면서 장애인 치과진료도 전면 중단됐다. 2014년까지 5곳으로 확대시킬 계획 역시 ‘올 스톱’돼 지역 치과의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 지사는 4월 말 치과의사 조 모 씨를 둘째 며느리로 맞는다.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치과에 호의적이다. 그가 최근 발표한 의료복지 공약에 따르면, 의사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한국형 주치의 제도와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치과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