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가 아니었다
국가고시 필기시험을 몇 주 앞두고 본가에 잠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다시 전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멀미 때문에 버스를 못 타지만, 이상하게 기차에서는 멀미가 나지 않아 수년째 애용하고 있고, 평소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시간대에 객차 끝 창가자리 KTX를 예매해두었다. 그런데, 열차에 올라서니 내 자리에 웬 중년의 남성분이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평소 입석표를 예매한 승객들이 빈 좌석에 앉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나는 그 분을 깨워 내 자리임을 알렸고, 그 분은 사과와 함께 소지품을 한껏 싸들고 자리를 비켜주셨다. 자리에 앉아가던 중 10분 쯤 지났을까. 이번엔 반대로 그 남성분께서 다시 돌아와 나를 조용히 깨우더니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열차 좌석이 중복으로 예약된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여 예매한 표를 확인하려고 곧바로 코레일 앱을 켜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예매한 표는 2시간 전에 이미 떠났고, 엉뚱한 사람을 깨워 자리를 뺏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자리에서 90도 인사를 연신 거듭하며 정신없이 짐을 빼는데, 아저씨는 괜찮다며 허허 웃으시곤 다시 처음과 같은 자세로 주무셨다. 곧바로 승무원을 통해
- 모건우 치과의사
- 2025-02-26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