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의학, 좌충우돌 속에서 발견한 길
2010년 한국에 막 소개된 열린 시스템의 구강스캐너 iTero 앞에 선 나는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당시 아날로그 인상 채득에 익숙했던 내 손은 스캐너 렌즈 앞에서 어색하게 떨렸다. “이게 과연 임상에서 통할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서툰 실력으로 수 차례의 실패 영상 얻기를 거듭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스캔이 완성된 후, 컴퓨터 화면에 완성된 3D 모델을 보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이 작은 기계가 치의학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해 가을 대전에서 열린 대한치과보철학회 학술대회에서의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구강스캐너를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느낀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임상 현장에서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직접 구축하기 시작했다. CAD-CAM 설계와 3D 프린팅 보철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차 하나하나가 환자 치료 결과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밤새 문헌을 뒤지고 실험을 반복했다. 실패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 과정이 쌓여 임상시험 설계로 이어졌고, 구강스캐너 정확도 검증과 세라믹 3D 프린팅 소재 평가 결과를 SCI급 저널에 발표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디지털 치과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 발
- 박지만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보철학교실 교수
- 2025-03-26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