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를 타던 손으로, 이제는 환자의 ‘삶’을 조율합니다
내 열 손가락 끝에는 아주 오래된 기억이 박혀 있다. 열아홉 살 무렵, 서울대 국악과 입시를 준비하며 거문고의 굵은 명주실을 술대로 수만 번 내리치던 시절, 내 손끝은 물집과 굳은살로 딱딱하게 여물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해 연주를 넘어 우리 소리가 가진 논리적 구조와 미학적 원리를 파고들었지만, 나는 그 안의 질서를 더 넓은 세상에 대입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그 갈증이 나를 경영학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경영학과로 전과하여 악보 대신 재무제표를 읽고, 감성 대신 효율을 계산하며 조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돌아가는 이치를 배웠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다시 새로운 굳은살을 손끝에 새기고 있다. 묵직한 거문고 술대나 펜 대신, 분당 수십만 번 회전하는 핸드피스의 진동을 느끼며 환자의 구강이라는 소우주를 들여다본다. 사람들은 내 독특한 이력을 보며 묻는다. “국악을 하다가 경영을 배우고, 다시 힘든 치과의사의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것 아닙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한다.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아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조율’의 과정이니까요.” 1. 치의학, 인체라는 정교
- 박현지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 2026-02-11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