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페이닥터나 위생사가 나갈 때 안 받기로 구두약속한 퇴직금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 관례와 다른 일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난 적이 있다. 법에 따르면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하는 약속 자체가 성립될 수 없으므로 퇴직금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두 약속을 근거로 하여 퇴직금을 포함하여 좀 높게 급여를 책정한 원장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근로 계약서에 퇴직금을 분할 지급으로 명시하면 해결될 일로 생각된다. 품위 있는 집단일수록 관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약속을 한 페이닥터들은 관례대로 퇴직금을 안 받는 경우가 많고 위생사들은 매년 서류상 정산이 안 된 퇴직금이 있다면 고스란히 주어야 하는 것이 경향인 것 같다. 그럼 돈을 안 받으면 품위가 있고 돈을 받으면 품위가 없는 건지. 품위라는 말은 참 애매하고 주관적이다. 오랫동안 합리적이고 훌륭한 관례를 지켜온 역사가 쌓이면 해당 집단에는 자긍심을 안겨준다. 또한 관례는 일처리를 쉽고 빠르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법대로 하자며 관례를 깨고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사람을 관례와 다르다며 제지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품위 있는 집단일수록 관례를 어기는 사람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왜나라에서 물살이 쎈 쿠루지마 해협에서 주로 해적질을 하던 쿠루지마를 섭외하여 명량으로 출전하던 토도 다카도라의 배의 깃발에 씌여져 있던 네 글자가 있었으니 바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정유재란에 다시 부산포에 쳐들어와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을 크게 쳐 부순 후 이제는 330척의 배를 가지고 서해 쪽으로 마치 문, 즉 가로막는 적이 없는 것처럼 빠르게 북상해 육군과 연합해 조선과 명나라를 멋지게 쳐부수겠다는 의지를 네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라서 왜나라 무인의 무식함을 은근히 비웃기 위한 설정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토도가 정말 그랬다면 원래 뜻을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으로, 나름 대단한 호연지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도라는 것은 쳐들어 올 명분이 없는 전쟁을 시작하여 수많은 양민을 학살하는 것이고 무문이라는 것은 조선의 해군은 마치 문이 없는 것처럼 뚫릴 것이라는 뜻이니 이 얼마나 아전인수 격의 이치에 맞지 않는 해석인가?얼마 전 돌아가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우명이 ‘대도무문’이라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바른 도리에는 거칠 것이 없
공교육이 오래전에 죽었다고 한다. 누가 공교육을 믿느냐고 한다. 공교육은 이미 희망이 없어졌다고 한다. 공교육만으로는 대학에 보낼 수 없어 엄마들은 사교육을 알아보느라 바쁘고 여기 저기 학원에 레벨 테스트를 시키고 그 결과에 절망한? 나머지 실력을 올릴 수 있을까 싶어 결과에 책임도 지지 않는 학원에 매달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사교육이 국민 총생산의 너무 많은 양을 차지해 버려 예전 전두환 정권처럼 하루아침에 사교육 시장을 싸그리 없앨 수도 없다. 사교육에 의지해 살아가는 많은 학원 관계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면 나라 경제가 휘청할 지경이라는 것이다.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어젯밤 학원숙제를 하느라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교사들은 그래도 수업에 참여하는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이끌어 나간다. 영어, 수학은 거의 다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수업한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무언가를 배워 보겠다고 질문을 하는 것은 참으로 쌩뚱 맞은 일이 된다. 중학교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은 내가 고등학교 때도 그 개념을 어렵게 이해하거나 결국 이해하지 못했던 어려운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아직 뇌가 무르익지 못한 아이들은 이해도 할 수 없는 내용을 그냥 암기하는 식으로 주입식 교육에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소위 보수라고 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킨 우리 나라다. 이에 반해 전국에 진보적 성향을 가진 13인의 교육감이 잇따라 당선된 것을 보면 교육제도의 혁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염원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요구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겠으나 선거의 결과는 교육 변화를 요구하는 천심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대통령 담화에서도 자율학기제 확대 의지를 밝히는 것을 보았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학기 자율학기제가 개학 직후 시행되고 있다. 성남 시에서는 올해 자율학기제 시범 사업에서 이우 중학교를 제외한 54개 중학교가 신청을 하여 시범년도부터 벌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은 갈갈이 찢기고 준비기간은 고작 한 학기.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원하는 학부모들은 자율학기제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이다.자율학기제는 아일랜드와 북유럽의 교육 모델을 우리의 교육현장에 적용한 것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고등 교육에서 한 학기만이라도 탈피하여 구체적인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주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중학교 2학년 부터는 특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