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습지에 작은 바람이 휘돌면 쭉정이로 남은 억새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질척거리는 집착은 스스로를 속박할 뿐, 그리움 없는 사랑의 반감기는 가속된다고.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2남 중 막내로 태어난 저는 어려서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엄마에게 딸 같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엄마랑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지냈습니다. 20대까지는 걷기 운동부터 장보기, 영화 보기 등 소소한 시간을 보내왔다면, 강릉에서의 수련 생활과 결혼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지방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추억을 쌓아왔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친구들과 열 번 놀러 가는 번화가를 엄마랑 한 번 걷고, 제가 사고 싶은 물건을 엄마 카드로 실컷 사고는 엄마가 작은 머리핀 한 개 사는 것을 골라주었을 뿐인데, 엄마는 ‘아들 덕분에’ 재밌게 놀았다며 늘 행복해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엄마와 함께 거닐던 명동의 번화한 거리는 엄마가 성당에 미사를 보러 여러 번 다녔던 거리이고, 같이 간 식당은 엄마의 단골집입니다. 처음도 아닌, 심지어 주인과 안부를 건넬 정도로 자주 가는 곳에 함께 다녀온 것이 왜 제 덕분이라는 걸까요. 엄마의 ‘아들 덕분’ 표현을 상투적이라 여기면서 저는 ‘엄마 덕분에’ 재밌게 놀았다는 표현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엄마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은 온라인에서, 26일부터 30일은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Technical Committee 106 Dentistry; ISO/TC 106)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ISO/TC 106은 모두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로 구성됩니다. SC 1은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충전 및 수복재료), SC 2는 Prosthodontic materials(보철재료), SC 3은 Terminology(용어), SC 4는 Dental instrument(치과 기구), SC 6은 Dental equipment(치과 장비), SC 7은 Oral care product(구강관리용품), SC 8은 Dental implant(치과용 임플란트) 그리고 SC 9는 Dent
비밀이 많은 이는 부자라지만 그 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쇠를 가져야하며 더 적은 잠을 자야 한다. 권태와 자학이 방황의 강가에 흐르는 밤 홀로 누워 깊은 숨을 뱉고 있을 때 그는 내게로 다가와 자유에로의 손짓을 보냈다. 부적응과 불신과 사랑 없음에 흐느끼고 있을 때에 그는 내게로 다가와 근엄함과 자상함으로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은화 같은 달빛을 실루엣으로 두르고 우뚝 선 그대, 어둠을 볼 수 있는 빛나는 그 눈동자. 그는 내게 다가와 하나의 전체로의 비밀이 되었다. 달콤한 밀회. 밤이 새워지도록 그의 등에 흐르는 땀을 가슴에 적시며 달리는 쾌감. 세상의 눈을 피하여 그에게서 삶의 방법을 배우고, 그에게로 자유에의 열정을 뿜으며 오랫동안 그대로 서 있었네. 낮과 밤은 서로 함께 할 수 없는가? 어둠 속에서도 밝음을 볼 수는 없을까? 강렬한 태양 아래 마음과 몸을 한껏 열어 젖혀 벌거벗은 몸으로 대지를 달리고 싶다. 차라리 독선의 쓴잔을 들이키고 싶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드러내고 싶은 나의 욕구에 그는 세찬 거부의 몸짓을 하였다. 오오, 나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나여 나를 놓아주오. 나는 너를 우리에 가두지 않는다. 너를
10월 말이 되가면서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니 눈이 뻑뻑하고 충혈될 때가 많습니다. 모니터를 많이 보게 되고,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로 일찍 일어나서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니 증상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마흔 이후로 신체가 더 예민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혼술도 이전과 다르게 거의 안 하게 됩니다. 음주로 인한 기쁨보다 힘듦이 더 큰 것 같습니다(물론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의 음주는 무리해서 다음날 피곤해도 기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 아니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또는 그 이상 미라클모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절대적으로 제가 일하거나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새벽에 깨어나면 그 조용한 느낌은 무언가 묘하게 좋은 기분을 받습니다. 밤에 놀면서 느끼는 기분과 다릅니다. 게다가 새벽이 지나고 일상적인 하루가 다시 시작될 때 차분하고 긴장감이 완화되는 기분도 매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냥 저는 이를 새벽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뽕이라 하면 마약과 같은 어두운 느낌도 있지만, 국뽕과 같은 무언가에 도취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취해서 그 뽕끼를 느
이집트 나일강을 지배하는 포악하기 짝이 없는 악어도 사람을 잡아먹고 나서는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상은 입을 벌리면 눈물샘도 같은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고, 눈물이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합니다. 결코 애도를 표하기 위해 나오는 눈물이 아닙니다. 악어의 눈물은 흔히 거짓의 눈물, 위선자의 눈물을 비꼬기 위해 사용됩니다만, 본래의 의미를 모른 체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중 하나는 본인도 그 구성원인 모임의 이익에 반하는 치명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대의를 들먹이며 자기 합리화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일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 조직의 규범과 목적을 자의적으로 결정지으려고 했을 때는 그 조직이 맞닥뜨려야 하는 위험도는 상상 이상으로 커집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소위 알권리를 내세우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익명 투서로 인한 내부 고발로 외부 조직을 끌어들이는 행위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그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잘못의 인정이나 사과도
화학공학을 전공하던 20살, 대학교 신문에서 만화를 연재하였다. 공대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학교 일상을 유머로 풀어낸 4컷 만화였다. 한 달에 한 번 연재하는 만화였지만 한 달 내내 창작의 고통을 받고 지냈다. 하루는 뭘 그릴까 고민을 하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공대라 여자 비율이 너무 적어서 고통받는 우리가 생각났고, 멧돼지 철(?)이라 야생 멧돼지를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기숙사 곳곳에 붙여져 있었기에 그 두 개를 합쳐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만화를 첨부할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불가능하여 글로 대체한다. (궁금하다면 구글에 “여기는 호그와트 2화”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1컷. 사냥꾼이 멧돼지를 총으로 노리고 있다. 2컷. 갑자기 남학생 총 앞으로 뛰어들며 “안되욧!!” 3컷. 사냥꾼 놀라며 “아니 학생 왜 이러는 거야!!” 4컷. 갑자기 예뻐진 멧돼지. 속눈썹이 그려져 있고 리본이 달려있다. 남학생 왈 “학교에 여자 수 줄이지 마요.” 나는 학교에 여학생 수가 적으니, 암컷 멧돼지라 할지언정 여자라 소중하니까 숫자를 줄이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만화를 그렸다. 나름 학교에 여자 수가 적다는 포인트를 멧돼지와 잘 엮었다고 생각해서 뿌듯한 마음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막연하게 물어보면 나의 내면이 더 단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부 자극에 무덤덤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정신과학의 측면에서는 이런 내면의 단단함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사이코패스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기 어렵고 자신의 단단한 경직된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공감이 부족하고 유연함이 부족한 연장자는 ‘꼰대’로 불릴 수도 있지요. 모두 지나치게 단단한 내면 때문에 생깁니다. 오히려 우리가 존경할만하면서 내적 단련이 잘 된 사람들은 상처받고, 흔들리며 타인의 아픔에 쉽게 공감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빨리 회복하고, 혼란 상태에서 의식의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사람들입니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이런 사람들이 가진 특징을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했습니다. ‘리더의 용기’의 저자 브레네 브라
노란 낙엽이 가을 엽서처럼 켜켜이 쌓여가는 거리 달콤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고 슬퍼말아라. 붉게 화려했던 치장들이 조막손같이 쪼그라들어도 위축되고 망설일 것이 아니다. 눈 내리고 꽁꽁 어는 거칠고 혹독한 추위가 오기 전에 바람에 낡은 이파리들을 모두 떨궈내야만, 돌아오는 명년 봄 초록의 향긋함을 맛볼 수 있으리니…….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봄여름 내내 녹색을 보이던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붉고 노란 색소들을 드러냅니다. 떨켜를 만들어 이파리를 떨어뜨리면서 수분과 영양소의 손실을 차단하고, 벌레의 침입을 막습니다. 찬 겨울을 이겨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아름다운 낙엽이 실상은 생존을 위한 치열함의 산물입니다. 기온이 하락하면 녹색 엽록소는 파괴되고, 대신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과 노란 색소인 크산토필이 밤낮의 온도차가 클수록 화학작용이 더 활발해지면서 나타나게 되어, 울긋불긋 단풍과 은행 나뭇잎이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결핵예방법과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에 저희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는 결핵검사와 잠복결핵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지난 7월 개정된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결핵검사의 경우 매년 받아야 하고 잠복결핵검사는 근무하는 기관에 소속된 기간 중에 1회 받아서 결과를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일을 시작하고 아직 이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서 검사를 받으러 금쪽 같은 오프날을 쪼개어 검진기관을 방문하고 검진을 받았습니다. 검진기관에 확인하였더니 오전에 와야 검진이 가능하고 요즘 국가건강검진환자들이 연말로 다가오며 많이 오고 있어서 복잡하고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 일찍 검진기관으로 갔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차가운 아침공기를 맞으며 병원으로 향하는데 참 쉬는 날까지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싶었습니다. 검진기관인 병원에 도착하니 안내 받은 것처럼 검진환자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다리며 보니 국가검진환자 뿐 아니라 코로나 검진환자, 저와 같이 직장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온 검진환자, 이 뿐만 아니라 건강을 생각해서 예방차원에서 이런저런 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 등 지금 아파서 진료를 보러 온 환자가 아닌 검진과 예방을 위해서 온 환자들이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의사로써 간혹 의사나 사회의 시각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의사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직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하지요. 그래서 묻습니다. 의과와 치과, 의학과 치의학은 어떻게 나누어지게 되었나요? 앞으로 이런 차이에 변화가 생길까요? 익명 ※ 이번 회차까지 세 번에 걸쳐 의과와 치과의 분리에 관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