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솔 숲 - 소수서원 김유진 / 김유진치과의원 원장
Relay Essay제1870번째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5학기동안 덤덤하게 대학원 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졸업을 하게 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런 저런 소회 속에서 지나간 학창시절의 졸업식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졸업식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답사문을 읽었던 기억, 대학교 졸업식 때 학사모를 쓰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낭독했던 기억…그 이후로 다시는 졸업과의 인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한번 배움의 터를 오가다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래왔듯이 졸업식이란 이 너머의 삶에 대한 설레임과 그동안 정들었던 교수님, 동기님들과 작별을 해야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처음 입학 면접을 볼 때, 왜 우리학교에 지원했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임상치의학대학원 1회 선배님으로부터 학교와 교수님 자랑을 많이 들었다고 대답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선배님은 재학 당시에 수업이 워낙 즐거워서 요즈음에도 특강이 있을 때면 종종 강의실을 찾는다고 하십니다. 저희 역시 수업이 뜻깊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손에 놓은지 오래였던 논문을 해석하느라 애먹었던 기억, 교수님의 농
Relay Essay제1869번째 잘못된 의학 정보의 위험성 “옥수수를 먹고 나서 남은 대를 삶아 먹으면 잇몸이 좋아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치커리를 갈아서 헹구면 시린 이가 없어진다는데 진짜인가요?” “바나나 껍질로 이를 문지르면 이가 하얗게 된다던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진료실에서 또는 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이런 유의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강 영역에 관해서 가장 큰 전문가가 치과의사이긴 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배운 지식과는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효과가 없다고 대답하는 것도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을 뿐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었을 때 치의학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자일리톨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단순한 설탕 대용품이었고 20세기 후반까지도 당뇨 환자들이 먹던 감미료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옥수숫대나 바나나 껍질의 효능을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유의 소문은 자칫 환자
Relay Essay제1868번째 꽃보다 사람 #1 우리가 간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컸던 나는 조그마한 캐리어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들 음용수를 포함하여 현지의 날씨에 대해 한 가득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 현기증이 일만큼 햇빛은 뜨거웠고 어지러웠다. 이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과대망상병에 걸린 듯 상비약을 한 묶음씩 챙기며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너무도 챙기고 있었다. 구강악안면외과 신효근 교수님, 백진아 교수님께서 도착하셨다. 의아하리만큼 간소하고 편안한 복장이셨고 여지껏 자신을 너무도 챙기고 있었던 내 자신은 한 없이 작아지는 부끄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교수님들의 평온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챙긴 의료기구들만 해도 신기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지만, 전공의 선생님의 지도하에 철저히 준비하였고 공항에서의 부산스런 행동 덕에 안전히 비행기 내에 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 혼자였었다면 가당치도 않았을 ‘합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위대하다. #2 우리가 가고 있다는 걸
Relay Essay제1867번째 절약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께서는 하교후의 나를 돌봐주시기가 어려워 할머니 댁으로 들어갔고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마 지금 나에게 생긴 습관과 가치관은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항상 절약하시는 종이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셨다. 가령 시장에서 장을 보신 후 식재료를 담아온 검은 비닐봉투는 작은 삼각형으로 접어 항상 씽크대 서랍에 넣어 재사용 하셨고, 달이 지난 큰 달력은 뜯어 공책크기만큼 잘라 한쪽 바늘로 꿰매 낱장으로 흩어지지 않게 한 뒤 나의 연습장을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식사 준비를 하실 때에도 쌀을 담다 행여 쌀이 바닥에 떨어지면 한톨도 남기지 않고 주워 밥을 지으셨다. 모든게 부족한 시절에 여덟남매를 키우신 할머니의 오십년간의 습관일 것이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익혀왔던 생활의 절약방법이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모습으로 다가갈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애늙은이 같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
Relay Essay제1866번째 여성,그 Sense of Dignity를 위해(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임신한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임신한 여성은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 어렵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요? 치과의사가 남성인 경우에는 그냥 치과의사라 부르고 여성인 경우에는 여자치과의사라 부릅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존경하는 대의원 여러분들과 부회장님 앞에도 그분이 여성일 경우에는 꼭 ‘여’자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까지 여성으로 활동하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인지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임신기간에 여성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좀 더 사회 친화적으로 변하고 출산 및 양육이 순조로운 선진적인 사회시스템이 구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산 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나요? 남편에게는 부인으로서, 시댁과 친정에는 며느리, 딸로서 아이들에게는 엄마로서 한정된 에너지를 다 나누어 준 다음 잉여 에너지로 환자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요? 정신적 육체적
Relay Essay제1865번째 여성,그 Sense of Dignity를 위해(상)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동안 저 하늘은 우리의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눈물을 흘려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눈에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명확하며 아무도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느니, 여자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느니,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는 관례로 굳어져 온 잘못된 신념들은 이미 성차별 발언이라는 ‘죄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되고 있습니다. 또 이미 어릴 때부터 우리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도서관에서 미래의 동량이 되기 위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상관없이 늦게까지 불을 켠 채로 공부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어머니 세대에 갖지 못했던 사회적인 지위를 이 세대에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만 있으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엄연히 존재하는 남녀 차별을 인식하지도 못했던 단발머리 문학소녀 중학생 시절부터 자랑스러운 치과대학
Relay Essay제1864번째 여름의 추억 여름휴가가 끝나고 걸려온 전화 한통! 치의신보 기자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내용은 즉, 수필 좀 써달라는 것이었다. 글 솜씨 없는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만 몇 글자 적어본다. 신문에 게재가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여름이 되면 누구나 더위를 식히려고 휴가를 떠난다. 해외로 많이들 가지만 요새 대세는 캠핑인 것 같다. 방송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캠핑에 대한 그림이 너무나도 많이 떠오른 것 같다. 가족들과 펜션이 아닌 텐트 속에서 오순도순 얘기도 하면서 고기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시간은 참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이번 휴가 때 가족들과 캠핑을 하면서 20년 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난 시골에서 자랐다. 우리 집은 과수원을 하고 있어서 부모님과의 추억도 떠오르지만 친구들과의 추억이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더운 여름날 난 친구들과 산에 올라간다. 현재와는 틀리게 어렸을 적 우리동네는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물고기도 많이 살고 가재도 살았다. 친구들과 시냇물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큰 웅덩이가 나온다. 올라가기 전 준비물은 삽, 냄비
Relay Essay제1863번째 AGD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6년간의 치과대학 생활 중 한학기가 남은 지금 날씨만큼이나 내 앞에 펼쳐질 미래가 막막하기만하다. 치과의사라는 목표를 잡고 열심히 해온 초·중·고 그리고 대학시절 어떻게 보면 힘들었지만 과정들을 열심히 밟아가며 편하게 지내온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눈 앞으로 다가온 국가고시를 마친 뒤, 이젠 여러 가지의 길이 놓여있다. 능력있는 치과의사라는 최종 목표는 같지만 어떤 길이 나의 길인지 선택의 기로에선 막막하기만 하다. 공중보건의가 먼저인지, 아니면 전공의의 길인지…. 전공을 한다면 어떤 과목인지 늦게 입학한 나도 전공의의 길이 있을지…. 그런 고민들 속에서 이번 통합치과 임상전문의 학술대회 참여는 나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주는 자리였다. 통합치과임상전문의(AGD)가 어떤 일을 하고 어느 수준의 진료를 하는지 사실 그런 과정을 원광대학교 치과병원에선 볼 수가 없었기에 관심이 있어도 아는 것이 적었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 1부에서 서로의 케이스들을 발표하고 자유로운 토의와 질문의 시간이 오가는 것을 보았고 2부에서는 포스터로 케이스들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것을 보았다. 그 내용들은 내가
Relay Essay제1862번째 치과의사의 사회활동 동아건설의 최 회장님과 인연을 맺은지 어언 20년째에 접어든다. 컬럼비아대학에서 페리오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서울에 귀국하여 동문들과 함께 공동개원하고 있을 때, 환자와 치과의사로 인연을 맺었다. 최 회장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동아예술방송대학의 사외이사를 6년째 역임하고 있었는데, 올해 이사회의 감사자리가 공석이 되어 그 자리에 천거 받고 보니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책임감도 막중하게 느껴진다. 치과의사가 방송예술대학의 재단법인에 관해 얼마나 알기에 그런 일을 맡았을까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하여 본다. 대단한 소명이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흔히들 치과의사는 남의 아픈 입 속을 들여다보며 그 고통을 해결하고 치료해주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환자가 내원하여 상담을 할 때, 나는 그 사람의 구강문제뿐아니라 식습관, 버릇, 고민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환자를 전인격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간혹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그분의 사회활동과 그에 따
Relay Essay제1861번째 충북 명물 대학옥수수가 왜 대학을 나왔는지 아십니까? 스마일재단과 충북치과의사회의 공동주최로 이루어졌던 2013 이동진료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던 중 스마일재단 식구들은 아쉬움을 달래려 대학옥수수를 먹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 나온 옥수수라해서 시시한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특산물이 없어 지역 농민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것을 안타까워한 충북출신의 농과교수님께서 계량하신 작물이라 그 이름이 붙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청도에 특허를 제안하여 지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이 사례는 장애를 가진 이웃들을 위해 노력하는 스마일재단의 마음과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치대졸업 후 한국에 잠시 나온 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번 이동진료 봉사활동에 지원하였습니다. 이번 이동진료팀은 이틀 동안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거주하시는 충북 청원 모듬의집과 괴산 청천재활원을 방문하여 현장에서 구강검진 및 교육을 실시 했습니다. 원내생 클리닉에서 장애 환자를 진료해왔지만 이렇게 시설방문은 처음이라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잠시 먼저 다가와 안아주는 투명하고 순수한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