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갖는다는 것 얼마 전 스승의 날 행사를 했다. 내가 당신들의 제자였듯이 나도 공직에 남아 교육을 시키다 보니 세 번의 스승의 날 행사를 했다. 나의 석사 지도교수님 모임과 나의 박사 지도교수님 모임 그리고 내 제자들이 마련해준 나를 위한 행사. 석사 때 나를 지도해 주신 스승님은 고희를 넘기셨으나 아직도 정정하시고, 내 박사때 지도교수님은 지천명을 훌쩍 넘기셨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계심에 감사함과 더불어 부러운 마음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30대인 나의 제자들, 그 사이에 나는 이미 불혹을 지나 40대 중반의 스스로는 부족함이 많다고 느끼는 중년의 구강외과의가 되었다. 내가 모시는 스승이 계심에,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제자들이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매 해 스승의 날을 맞이 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보면 옛날과는 사뭇 다른 학교생활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초등학교에서는 촌지근절이라는 이유로 한때는 스승의 날 학교를 휴교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선물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기에는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체벌이
정보의 홍수와 지구의 날 요즈음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에 익숙해져 집안밖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그것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지구촌너머 만나보지도 않은 친구들과 관심이 비슷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보다 편리하고 세련된 제품들이 나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고 있다. 전자매체들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가끔 뉴스에서 이러한 전자매체를 통해 게임이나 놀음에 중독되어 가정이 파탄되고 어린아이를 방치한 기성세대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가끔 접한다. 이러다 보니 책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전자매체를 켜면 수많은 정보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있으니 도서관에 갈 필요도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시간만 나면 전자기기를 가지고 몇 시간이고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가상세계에 빠져 현실감각이 무뎌지고 자연의 모체인 대지와 바다와는 점점 멀어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력도 서서히 녹이 슬고 있는 듯하다. 오늘도 출근하니 입구 우체통에는 수많은 관련 잡지와 신문, 편지들(대부분
성각(成覺)스님의 선 서화(禪書畵)전에 가다 화사한 벚꽃이 피는 가 싶더니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 비바람이 몰아쳐 올해도 싱겁게 벚꽃이 다 저버려 구경 한번 못하고 말았다. 이제는 이번 주말 추풍령 영운만(嶺雲堂)에 가서 피기 시작한 영산홍을 구경하기로 작정을 하고 있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성각(成覺)스님의 선 서화(禪書畵)를 구경 하자고 며칠 전 부터 미술을 전공한 큰딸이 조른다. 전시기간이 너무 짧아 일주일 동안 이라니 오늘 수요일 직장이 쉬는 기간에 못가면 이마 저 놓칠 거라는 성화에 오전에 나섰다. 가면서 차안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큰딸이 TV에서 잠깐 비친 성각스님의 선 서화를 보고 느낀 소감이 탈속의 경지에서 붓끝에서 단숨에 나오는 선(線)은 수천 번 수만 번의 반복에서 오는 달관과 무심(無心)의 경지에서 만 나오는 선(線)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열을 낸다. 아니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이 동양화 영역인 스님의 선 서화에 탄복하고 격찬을 하다니 의외이다. 듣고 보니 나도 은근히 기대 속에 예술의 전당에 갔다. 한가람 전시장이 아니라 서화 박물관에서 한다고 안내인이 말하고 입장료는 무료라고 한다. 박물관 3층에 마련한 전시장은
새로운 시작 4월 20일로 복무만료 지난 4월 어느 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출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 2층 관사에서 씻고 덜 마른 머리를 털며 1층 진료실로 내려오니 2011년 4월 20일부로 공중보건의사 복무만료를 알리는 공문이 내 자리에 놓여있었다. 이미 책상 위의 달력에는 ‘전역일’이라고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써놓았었지만, 막상 인쇄된 공문을 받아 들고나니 이제야 모든 것이 끝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 어느 날 2008년 4월 24일, 아직 조금은 군인 티가 남아있는 반 까까머리에 독하디 독한 훈련소표 감기를 달고 경북에 배치 받은 49명의 신규 치과공중보건의사들이 경북도청 강당에 모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복불복 제비뽑기로 3년간 근무하게 될 부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초등학교 앞에서 커다란 황금잉어를 경품으로 건 뽑기통 같은 곳에 1번부터 49번까지의 번호가 들어있었다. 다들 앞 번호가 뽑히길 바라면서 순서대로 뽑기를 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8번을 뽑았다. 그러나 딱히 갈 곳은 마땅치 않았다. 근무조건이 좋다는 곳은 벌써 자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
제1642번째 봄은 어느 곳에나,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유난히도 바쁜 올해는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어서 하루가 마치 한달 같고 한달이 마치 하루처럼 흘러가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계절이 바뀌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서류더미에 코를 박고 일만 하다 보니, 늘어나는 것이라고는 자판실력이요, 일회용 커피잔밖에 없더군요. 더군다나 강남 한복판이란 겉보기에는 젊고 활기찬 동네인 듯싶지만, 그 속 빌딩숲 직장인들에게 있어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보다는 1/4분기, 2/4분기, 3/4분기, 4/4분기라는 업무 마감일이 더 가까운지라 매일이 그저 그런 일상처럼 느껴지기가 일쑤입니다. 사실, 올해도 그렇게 무심한 시간 속에, 무심한 계절 속에서 한 해를 보낼 것만 같았습니다. 만약 코끝에 닿는 은은한 라일락향이 아니었다면, ‘봄"이라는 단어를 잊은 채 그렇게 5월을 흘려 보냈겠죠. 어김없이 바쁘게 빌딩 사이를 지나 회사로 향하던 출근 길, 코끝에 살포시 라일략향이 내려 앉았습니다. 순간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휘휘 주변을 둘러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주차장을 지나
거문도와 백도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 정도를 떠나서 여행 없이는 살수가 없다.우리는 일상에서 웃음을 갖고 살 때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smile)을 비타민S라고 한다. 나는 여행(travel,trip)을 비타민T라고 하고 싶다.왜냐하면 여행은 우리에게 휴식, 변화, 탄력을 주어 우리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 시대를 살면서 한곳에 머물러서 날마다 같은 굴레 속에서 일관된 생활의 연속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광활한 하늘, 아득한 수평선, 출렁거리는 파도, 장엄한 산맥, 산, 숲, 그리고 드넓은 들판…대자연을 찾아 나서면 큰 숨을 한번 쉬는 것이다.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서 진실로 머물면서 우리를 반긴다.숨을 쉬지 않고 살수 없는 것처럼 나는 여행을 하지 않고는 내 일상이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숨을 쉬지 못하면 답답한 것처럼 내 눈에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않고, 내 가슴에 새로운 천지 기운을 담지 않고서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할 채비를 미쳐 못하는 것이다.어디 멀리 떠날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 저절로 휘파람 소리가 난다. 거
멘사의 추억 천재집단이라고 불리는 멘사. 그러나 회원들 모두가 천재인 것은 아니다. 그 태동은 1946년도로서 영국에서 두 사람에 의해서 탄생되었는데, 천재들의 두뇌를 인류의 발전과 복지를 위해 활용한다는 표어아래 상위 2%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로 결성되었으며 영국에 국제멘사 본부가 있고 각 나라에 국가멘사가 있다. 라틴어인 ‘MENSA’는 ‘둥근 탁자’라는 뜻인데 인종, 직업, 종교, 연령 등 그 어떤 제한이나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한 관계를 가진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한국에서는 1996년 7월 서울의 63빌딩에서 첫 테스트를 가지면서 시작되었으며 필자도 그때 첫 테스트를 통과한 한국멘사의 창립회원으로서 2대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평생회원으로서 2008년도에 부울경지회를 창립하여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우수두뇌 집단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체로서는 유일하다보니 지능이나 우수 두뇌에 연관된 논문이나 실험, 연구 등을 위해 도움을 요청받는 일이 많다. 예전에 카이스트에서의 유전자와 우수두뇌와의 연관성 연구를 위해 회원들의 유전자를 제공한 적이 있고 또한 관상학 측면에서의 우수두뇌에 관한 논문을 위해 회원들의 자료를 제공
1982년 야구, 추억 그리고 꿈 1982년,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벌써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그때의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나쁜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는 내 체질(?)에 비춰보아 아마 좋은 추억이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뭐든지 처음은 쉽게 잊혀지지 않듯이 ‘첫경험’이라는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야구는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포츠이지만, 나의 어린(초등학교) 시절에도 지금 못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였다. 물론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이므로 그때에는 그 몫을 고교야구가 대신하고 있었다. 당시 고교야구 결승전이나 주요경기는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로 방송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그 방송은 결승에 진출했던 고등학교의 해당 지역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을 정도였다. 지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니 가히 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82년은 지금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 바로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이다. 또한 그해 1월에는 소위 교복자율화 조치라는 것이 발표되었다. 이것은 두발제한과 교복착용이 학생들의
강화도 답사기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역사탐방모임에서 올해 첫 답사로 강화도를 다녀왔다. 원래는 석모도 보문사와 강화역사박물관, 성공회 강화성당을 답사할 계획이었지만 비가 와서 광성보, 전등사, 강화역사박물관, 성공회 강화성당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비가 오는 강화도의 3월은 조용하고 호젓하기만 했다. 평소 교통이 많이 막히는 강화이지만 아직 나들이가 시작되지 않은 3월이고 비까지 와서 비교적 수월히 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조용히 비가 내리는 산성 속의 전등사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 동화책에도 나오는 ‘나부상’이 대웅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전등사. 전설에 목수를 배반한 여인이라는 설, 절을 지키는 나찰이라는 설, 전등사와 인연이 있는 고려 충렬왕의 부인을 괴롭힌 원나라제국 대장공주라는 설, 불교경전에 나오는 원숭이라는 설 등 다양한 상상력을 일으키는 조각품이다. 전등사의 대웅전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지붕 곡선이 아름답고 실내의 닫집과 수미단에 정성을 들인 것이 역력히 보인다. 조선중후기 목조건물 중 손꼽히는 건물이라는데 수긍이 간다. 세월을 머금고 있는 반들반들한 기둥이 정겹다. 산사에서는 전각 구경도 좋지만 조용히 찻집에 앉아
제로존 이론과 구조론으로 본 관계 의미 얼마 전 2007년도 신동아에 실렸던 제로존 이론에 관한 글을 아내가 전해주며 읽어 보라고 권하였다. 모든 물리량을 숫자로 통일하는 꿈의 방정식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의 단순명료함은 호기심을 자극했고, 더우기 제로존을 발표한 분이 치과의사인 양동봉 원장님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 내용은 모든 물리적 실험을 c=h=s=1(c:빛의 속도 h:플랭크상수 s:시간)이라는 공준(公準;증명이 불가능하지만 학문적 실천적 원리로 인정되는 것)하에서 물리량(단위)간의 상호관계를 밝혀 단위를 무차원하여 단위상호간에 산술적 계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과학언어를 무차원의 수로 통일하는 이론인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E=mc2 이라는 식으로 에너지와 질량 사이에 비례상수 c2인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으로 물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듯이 제로존 이론은 이와 같은 비례관계가 모든 물리적 단위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날의 과학계는 질량(kg), 길이, 시간, 광도, 물질량(mol), 전류, 온도의 7개의 국제단위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위자체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위적
산과 물은 서로 거스르지 아니하니… 분수령(分水嶺)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분수령은 말 그대로 물길이 나누어지는 곳입니다. 그리고 분수령은 산줄기의 마루금에 있어서 물의 흐름 즉 수계(水系)가 달라지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산과 물은 절대로 서로 거스르지 않습니다. 산이 억지로 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산줄기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물길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산줄기에는 그에 따라서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분수령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일생동안 크고 작은 분수령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어느 쪽이든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만약 매우 큰 분수령인 경우는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가야할 길과 삶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인생이 바뀌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요즘 산행하는 인구가 많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산줄기에 대한 관심도 꽤 커지는 것 같습니다. 산줄기를 알고 산행을 하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산이 더 친근해집니다. 조선조 지리학자 여암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山徑表)에 보면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정맥 그리고 많은 기맥과 지맥들이 있습니다. 이 들 산줄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