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자의 치료 계획을 위해 좌측 우식 수복치료 및 우측 치아의 근관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하던 중, 환자는 좌우측 브리지의 철거와 치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측 오래된 보철물을 철거한 의사의 실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2-3년을 사용할 보철물이 아닌 10년을 바라보는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니 당연한 과정이고, 너무나도 명확한 병변을 가졌음에도 환자의 주장은 번복되지 않았다. 환자의 신념(信念)이 의료인에 대한 신뢰(信賴)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뢰라는 말은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단어이기는 하지만 이 단어의 갖는 의미의 가치는 숨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는 한자(漢字)를 배운 세대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능숙히 활용하는 세대는 아니다. 신뢰(信賴)의 첫 글자인 信자는 사람 人자와 말씀 言자가 결합한 것으로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이다.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의미를 담은 信자는 친숙하고 쉽게 기억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賴자는 그리 익숙한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도 궁금증이 생기는 한자이다. 인터넷 힘을 빌어 이를 찾아보면, 의뢰할 뢰(뇌)로 씌어 있고, ‘의뢰(
2020년, 세계가 코로나19를 몹시 혹독하게 겪어내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고, 서로 만나더라도 마스크 착용이 에티켓이 된 요즘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회와 모임이 제한되고 있고, 집합 제한 행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직접적인 대면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간은 소통에서 해방되기 보다는 끈질기게 자신의 무리(group)에 속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관찰된다. 단적인 예로, 대표적 온라인 플랫폼인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그룹채팅’ 등의 이용이 더욱 활발해져, 주식회사 카카오는 올해 매출 성장율 50% 이상을 달성했다. 왜 인간은 무리를 이루어 사는가? 불안하기 때문일까? 첫째, 아마도 나 자신을 온전히 설명하려면 타인이 언제나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은 타인의 인식에 의해 설명되어 진다. 언택트 시대이지만,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은 자아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둘째, 무리에 속한다는 사회적 소속감은 정서적 안정성을 가져다주기에 중요하다. 정서적 안정성이 바탕이 될 때 인간은 보통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셋째
의료법 28조 3항은 의료인 단체, 중앙회와 지부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치과의사는 전국적 조직을 두는 치과의사회(중앙회)를 설립하여야 하며, 설립된 중앙회에 치과의사는 당연히 회원이 되며, 중앙회의 정관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일까? 2010년 의사학 제19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본 국가의 의료통제: 1950~60년대 무면허의료업자와 의료업자의 실태를 중심으로]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법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현 의료제도의 발자취는 조선 말기 근대화 시기와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의료법의 시작은 한국전쟁 중에 공포된 국민의료법(1951.9.25.)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료법(제53~57조)에서도 [동업자회를 중앙과 지방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1952년, 각 의료인 단체들이 법정단체(사단법인)로 공인되었다. 1962년 전면 개정된 의료법 제58조 3항에 [중앙회가 설립되었을 때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원 및 간호원은 당연히 그 해당하는 중앙회의 회원이 되어야 한다]라는 의사 강제 가입 조항이 신설되었다. 회원의 중앙회 정관 준수 의무에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4년 성탄절에서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포로수용소에서 일주일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특별히 이 기간 동안에 사망률이 더 증가한 이유가 가혹해진 노동조건, 식량사정의 악화, 기후의 변화, 새로운 전염병 때문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수감자들이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다가왔어도 기대하는 일이 생기지 않자 용기를 잃었고, 결국 절망감에 빠진 것이다. 삶의 희망이 없어지니 생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이다. 이토록 삶에는 의미가 필요하다.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한다. 의미를 추구하다 보면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그 간극이 긴장인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50년 가까이 개업의로 살면서 20여권의 저서와 수많은 위대한 논문들을 남겼다. 30세에 개원을 하였고, 66세에 상악암(maxillary cancer) 수술을 처음 받은 이후로 그 합병증으로 발성 부자유와 청력 감퇴로 평생 고통 받았다. 그 사이에 사랑하는 딸 하나가 병으로 죽었고, 누이동
최근 통합치과전문의 1차 시험이 끝났고 합격율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2차 시험까지 마치면 새로이 약 3000명 정도의 새로운 통합치과전문의가 배출된다. 작년까지 배출된 2182명의 통합치과전문의 숫자를 합치면 올해까지 5000명 이상이 배출되는 셈이다. 현재 통치 전문의 경과규정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 통합치과전문의 숫자를 감안하면 경과조치가 끝나는 내년에는 최종적으로 총 10000여명 가량의 전문의가 예상되고 있다. 통합치과전문의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기존 치과전문의들의 숫자를 더한 총 수가 현재 약 6000명 가량임을 감안하면 가히 단일 전문과목으로서 최대규모의 전문과목이 되는 셈이다. 다소 정치적인 탄생의 역사로 인하여 통합치과전문의의 전문의로서의 지위부여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아마도 이미 통합치과전문의를 획득하신 분들조차 전문의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듯 하다. 일반적으로 전문의라고 하면 체계적인 수련과정 하에 기본 교육을 받고 특정 분야에서 외골수로 파고들어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알고 있을지라도 자기 분야에서 만큼은 다른 분야 의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의미로 통합치과
대한민국도 5년 후 노인 천만 시대의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베이비 붐 세대(1952-63년생)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생애 마지막 10년에 가장 후회하는 것 중의 첫째가 ‘치아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구강이 전신건강의 입구(gate)이자 바로미터(barometer)이며 거울(mirror)임을 알게 해 주는 대목으로 노인의 건강한 구강이 최상의 노후 준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치과치료에 대한 많은 두려움과 심한 스트레스, 잦은 치료 약속과 오랜 치료 기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 치과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에서도 노인들에게 년 1회 스켈링과 심지어 의치와 임플란트(평생 2개)까지 건강보험보장(본인부담금 30%)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아직도 40% 이상의 노인들이 ‘저작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의치의 본인 부담금마저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이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이는 필자가 2018년 구강보건의 날 행사 중에 약 160명 노인의 ill-fitting denture 이장 및 수리를 하면서 확인한 사실임을 밝혀둔다). 더불어 이 분들의 만성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 군위, 필자가 개원한 이곳은 전국에서 평균연령이 제일 높다보니 환자분들 대다수 연세가 많으시다. 예전에는 아이들도 제법 있어서 환자의 연령층이 다양했었는데 술자가 나이 듦에 따라 함께 환자의 연령층도 높아졌겠지만 이제는 소아 청소년 환자가 별로 없다. 출산율도 낮아진데다가 자녀가 있는 경우 가까운 도시로 이사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초등학교도 전교생 수가 몇 명 되지 않아 통합운영 되고 폐교 되는 경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 면소재지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기울음 소리 듣는 게 참으로 희귀할 정도다. 이런 지역에 살다보니 유입인구는 적은데 남아있는 단골환자들도 필자와 같이 나이를 먹게 되니 노인환자가 많은 건 당연한 현상이리라. 전국적으로 치과의사 수는 점점 늘고 인구는 줄어드니 개원환경도 예전 같지가 않다. 노인환자가 특히 많은 이곳의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이전에는 필자의 치과가 2층이어도 별 문제를 못 느꼈는데 근자에는 대다수 환자들이 2층에 치료받으러 올라오시기가 힘들다 하신다. 새로 개원한 근처의 치과의원들 모두가 1층이다 보니 경쟁력에도 뒤처질 듯하고 단골 환자분들을
치열교정전문 진료를 표방하면서, 진료비를 선납 받고 증발해 버린 OO치과 사건과, 지하철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50만원대 임플란트 진료비를 선전하는 광고 등을 보면서 우리 치과의사들은 그냥 착잡함과 분노가 섞인 감정을 느끼지만, 국민들을 대변한다고 하는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우리와는 다른 듯하다. 정부 관계자와 다른 안건으로 논의할 때 언뜻 드는 생각은 교정 진료나 임플란트 진료를 그간 착실하게 해 온 대다수 치과의사들에 대해, 그 동안 터무니없는 고액 진료비를 받아왔다고 생각하거나 제대로 진료도 해 주지 않으면서 진료비만 챙긴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느낌이 드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매도해 버린 셈이 되는 것이다. 공중구강보건학이나 구강보건통계학의 조사방법론을 공부할 때 등장하는 용어 중에 ‘사례조사연구법’이라는 말과 ‘표본조사’라는 용어가 있다. 전자는 하나의 case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상 범위를 전체로 확장할 경우의 예상되는 문제점과 결과를 예상할 수 있기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고, 후자는 전체 대상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 어려움이 수반되므로, 일부만을 선택하여 조사한 결과를 통계적 확률 이론을
최근 치과계에 전해진 작지만 기쁜 소식 한가지가 근관치료 수가의 일부 개선 소식이었다. 11월부터 반영되는 내용은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의 최대 인정 횟수를 일부 추가 인정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으로, 근관장 측정을 기존 1회에서 3회까지 확대 인정하고, 근관성형은 1회에서 2회를 인정한다. 그리고 재근관치료 시 시행하는 근관와동형성도 급여로 인정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반갑지 않을리 없지만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과연 이런 최대 적용 횟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한편으로 고민이 되기도 한다. 물론 보험 청구와 관련된 과목이 따로 있기도 하지만, 보험 과목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 진료의 원가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진료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을 받기 위해 진료 횟수를 늘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자로서 바른 입장이 될 수 없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근관치료는 봉사의 마음으로 재능기부의 마음으로 진료하고 비보험항목인 전장관 수복으로 모자랐던 부분을 보전할 것인가 임상 치과의사들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임상은 아주 간단하다. 비감염 근관인 경우는 즉일 근관치료가 가능하고 감염이
사람이 성공하려면 줄을 잘 타야 하는데, 가장 잘 타야 하는 줄은 탯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많은 부분, 성공에 필요한 기본조건도 어느 정도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 DNA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요인이 결정된다. 아기가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오는 순간, 부모의 영향력으로 만들어지는 환경적 요인이나 형제, 친척, 이웃들과 이루는 인간관계 요인, 그로부터 파생되는 요인들도 일정 부분 자동적으로 결정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든든한 배경없이, 성공을 향해 노력하고, 여기에 운이 더해져 크게 성공하는 것도 보아왔다. 국가 차원에서 앞의 탯줄 이야기를 적용해보자. 지구상에서 한 국가가 타고난 지정학적 요인, 즉 물리적으로 고정된 요인은 국가의 역사적 생존과 성쇠를 판가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 상에는 70억 이상의 인구와 195개 정도의 국가가 있다. 국가의 경제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주요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으로 195개 국가의 경제규모에 순위를 매길 수 있다.
이번 학기 필자가 담당한 교과목은 본과 2학년 대상 공중구강보건학 실습 과목이다. 이 과목을 설계하면서 설정한 수업 목적은 다음과 같다. 개인의 구강건강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경제, 문화, 제도 등 거시적 영향요인을 살펴보고, 지역사회 목표 인구집단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실천한다. 우리나라 구강보건 및 치과의료 관련 제도 및 현황을 이해하고 국민구강건강증진을 위한 구강보건의료 인력의 역할을 모색한다. 이러한 거창한 수업목적을 학생들이 한 학기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는 바라는 바는 미래의 치과의료의 공급자 및 수혜자로서 진료실 밖 사회와 관련 제도에 관심을 갖고, 바람직한 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예년과 같았으면, 초등학교 구강보건교육, 노인요양원 노인구강건강관리와 교육, 보건소 구강보건사업 견학을 위한 준비와 관련 조별 토론으로 진행됐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외부기관 학습활동과 대면실습이 불가한 상황에서 한 학기 수업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 방식은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팀기반학습(Team Based Learning, TBL) 방식을 차용하였으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