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예방치과가 임상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는, 즉 예방치과 수련병원으로 인정되어 있는 병원은 2021년 현재 세 곳에 불과하다. 현재에는 상급종합병원 전체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예방치과가 유일하다고 하고, 전국에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가되어 있는 학교가 11개인데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은 모두 부속치과병원을 갖고 있고, 각 치과병원별로 8개에서 10개의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예방치과”를 표방하고 있는 치과부속병원은 강원도에 한 곳, 충청도에 한 곳 뿐이다. 나머지 9개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은 비용, 효과 분석을 해서인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내부 사정이 있는지 부속치과병원의 문턱을 넘지 않고 있다. 예상은 되겠지만, 필자가 속한 예방치과는 매출액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의료원 전체에서 최하위라고 해도 이의가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의료원에서 ‘치과’의 매출이 낮다고 질책할 때마다, 병원 재무팀과 치과교수들은 ‘예방치과’ 같은 과가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하여 답변했고, 5개 과의 구성이 되어야 수련병원 지정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들어, 어쩔 수 없이 현재로서는 예방치과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이
최근 자동차의 미래와 관련하여 사회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요소와 함께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국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내연기관을 갖춘 기계장치로서 바퀴달린 이동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 의미는 종합 과학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며 정보통신과 빅데이터는 물론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현대과학의 총체로 인지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필자는 오늘 자율주행 자동차나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하기보다는, 차량의 구조와 기능에 비유하여 사회의 각 단위 구조에 속한 우리들의 역할과 그 조화로움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4차 산업시대의 현대 과학의 산물이지만, 그 구조 하나하나를 다시 들여다보면 과거 내연기관이 장착되기 전부터 수레나 마차에서도 적용되었던 바퀴 구조처럼 여전히 유지되는 부분도 있고, 말을 조련하여 방향을 간접적으로 조정하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운전자의 의지대로 직접 조향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등은 탈것에 있어서 필수적이면서도 가장 기본 개념적 요소로 보인다. 흔히 핸들이라고 부르는 차량의 조향장치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차량을 유도하는 가장
사람은 무리에 속해 살아가며, 평생동안 무수한 리더가 될 기회를 가진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은 소수이다. 우리는 리더에 따라 구성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도 있고, 지지부진하게 되거나, 심지어 실패로 끝나기도 하는 예를 무수히 보아왔다. 리더의 리더십(leadership)은 무리의 흥망성쇠와 닿아 있기 때문에 무리는 진정한 리더에게 무리를 이끄는 기회를 주게 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개체가 육체적으로 늙거나 병들면 리더에서 쫓겨나게 되지만, 인간의 무리에서는 사회적으로 리더십을 잃게 되면 리더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따르는 일은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무리를 처음 이루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서로간 소통을 시작하면 즉시 리더들이 주도하게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가 무리를 이끌 가장 강한 리더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리더는 무리의 조직을 구성하고 무리의 나아갈 방향 등을 제시하고 판단한다. 신기한 점은 일반적으로 리더십 수준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의 리더십 수준이 어떠한 지
미국에 사는 처남으로부터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충치 치료에 대한 문의였다. 며칠 전부터 상악 제2대구치 부위에 찬 거에 시렸는데 핸드폰 불빛을 비춰보니, 꽤나 큰 충치가 발견됐단다. 아직 치과는 가보지 않았고, 알아보니 root canal treatment나 filling을 조금만 해도 200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단다. insurance가 있긴 한데, 절반 밖에 커버를 안 해준단다. 이런 경우에 한국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받는게 나을지,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치료를 받아야 할지를 긴 장문의 카톡 문자로 물어왔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먼 타지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아내와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치아 통증과 불편보다는 미국에서의 높은 치과진료비가 걱정되었는지, 치과의사인 매형에게 우선 상담을 해온 것이다. 나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치과에 가서 구강카메라와 X-ray 사진을 찍어 치아 상태를 확인한 뒤, 신경치료를 할지 단순 수복치료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당장 치료가 급한 건 아니니, 우선 첨단칫솔(uni-tuft brush)를 구입해 1450ppm 고농도 불소치약으로 충치가 생긴
새해 대한민국 의료계는 작년부터 시행되었던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를 금년 1월부터 의원급까지 확대하기로 한다는 소식에 어수선하게 시작하고 있다. 당면한 더 중요한 의료계 현안들이 많은 듯 한데 갑자기 왜 이런 제도가 지금 시행되어야 하는지 궁금하여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들어가 본 법령의 제정취지를 살펴보았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 및 그 결과를 공개하는 항목을 다빈도, 고비용 및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항목 등을 추가하여 국민들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알 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나와있다. 결국 그동안 비급여 치료에 있어 국민들의 알권리가 부족하였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 선택을 잘 할 수가 없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그러면 그간 환자들은 비보험 진료 시 본인의 비급여 진료 비용을 잘 모르고 진료를 받았거나, 혹은 다른 병원과의 진료 비용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었나? 또한 의사들도 진료 전 치료 비용에 대한 안내도 하지 않았고, 진료 후에 환자에게 과당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환자들에게 많은 피해가 있었던가? 하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 삶을 온통 뒤바꿔 놓고 있다.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재택근무를 하고, 화상 회의와 협업 도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변화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전대미문의 혼란을 일으키며 우리 삶의 패러다임(paradigm)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2021년을 사는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더 잘 생존하기 위해서 총체적인 개편(reset)을 요구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혼돈의 시대에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기원전 250년 경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코헬렛(Kohelet)은 인간이 얼마 안 되는 나날 동안 이 땅에서 행하기에 가장 훌륭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했고, 참된 즐거움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했다. 그는 인간이 자기 성취를 위해 줄기차게 달려가지만 결국 공허함만을 발견하게 되는 ‘쾌락주의의 역설’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이 역설을 풀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신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세계 최장기 성인 발달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의
코로나19로 일상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부터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 의료진과 숨은 조력자들, 모든 사회체제까지 감염으로부터 예방과 치료, 완치를 위해 끊임없이 힘쓰는 사회현상을 두고 코로나 전 후로 문화의 변혁을 구분 짓고 있을 정도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 맞고 온 국민이 코로나19에서 해방되어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바램이다. 이런 무거운 현실 속에서 마스크 착용하는 현실을 빗대어 떠올려진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조금 싱겁게 느껴지더라도 양해를 구하면서 시론을 펼쳐볼까 한다. 거리는 온통 마스크 물결이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이나 대형마트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이 경험하지 못한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고 마스크착용이 이젠 일상이 되어 예전보다는 그리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서로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과 예절 그리고 배려가 몸에 배여 외출할 때는 제일 먼저 마스크부터 찾게 된다. 바이러스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지만 달리 보면 검고 흰 마스크를 비롯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두 하회탈을 쓰고 지나는 것같이 여겨질 때가 있
요즘 본의 아니게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정부 기관의 실무 담당자들을 만나 회의를 할 때가 있다. 치과 진료제도 개선에 관하여 이야기를 할 때, 말미에 필자가 묻는 질문은 단 한 가지이다. 쉽지 않은 진료를 잘 해온 치과의사에게 ‘상’을 주는 게-예를 들면 해당 수가의 인상과 같은- 시술한 치과의사들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요청을 하면, 그 자리에 배석한 정부 기관의 배석자들 다수가 난감함을 표시한다. 그 분들과의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또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나이든 위원 한 명(필자) 때문에 회의가 늦게 끝날 것 같기도 하여, 치과의사들에게 피해만 없도록 하는 선에서 확인을 하고 자리를 빠져 나오곤 한다. 우리는 정부기관과 대화 시, ‘상’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추진’이나 ‘치의학산업연구단지 설립 추진’과 같은 일이 성사가 된다면, 아마도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정부 입장에서는 ‘상’을 주는 셈이 될 것이다. 현재 이 정부의 ‘치과의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러한 ‘당연한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지는 의문이 되면서도, 이런 사업이 모든 회원들의 입
치주질환과 치아우식증이 2019년 외래 다빈도 질환과 국가 의료비 부담에서 각각 1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치과 양대(兩大) 질환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 부담은 국가구강검진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보아야 할 시점임을 말해주고 있다. 현재 국민 구강건강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제도에는 학생구강검진(초 1~6, 중 1, 고 1 대상, 교육청), 국가구강검진(19세 이상 모든 국민 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민건강영양조사 내 구강검진 및 설문조사(전 연령 대상, 질병관리청) 등이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시행해오고 있는 학생구강검진과 시행 후 11년이 지난 국가구강검진은 지금까지도 처음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후퇴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5년마다 수립되는 3차 국가건강증진 종합계획(2021-2025년, 보건복지부) 어디에도 국가구강검진에 대한 종합계획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필자는 치과질환의 높은 유병율과 의료비 부담에 이어 곧 닥쳐올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실효적(實效的)이면서도 종합적(綜合的)인 평생 국가구강검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 국가구강검진에 치과 파노라마 항목 도입 시급 먼저 진정한 의미의 국
형제, 자매, 혹은 남매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며 손위 피붙이들에게 의지하던 동생들은 형, 누나, 언니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여하며 혼자 덩그러니 세상에 남겨지는 듯한, 홀로서기하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집 첫째 졸업식 사진에서 둘째의 세상의 모든 고민을 짊어진 듯한 무거운 표정이란… 나 역시도 새로운 학년에 올라갈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잘 타일렀지만, 형까지 졸업하고 학교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둘째는 그 불안감이 더욱 컸던 것 같고 심지어 학교도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그 때일 뿐, 시간이 지나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둘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다. 성공적인 홀로서기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수많은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100세 시대를 향해가며 나이가 들면서 직업을 바꾸며 변화를 겪는 삶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고, 선천적으로 변화를 좋아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삶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2000년 1월 1일자 ‘치의신보’ 제 11면에 게재된 본인의 시론 ‘새 천년의 지평에서’를 회고한다. “세기의 기원이 비록 종교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뿐이고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할지라도 또 한 세기는 오늘부터 새로이 열렸다.....이토록 과학화되고 정보화된 미래의 모습에서 우리는 홀연히 피어나는 새로운 진리와 이성의 실체를 본다.....개개인의 도덕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진실한 사랑과 행복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며 희망과 열정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 진정한 인본주의 시대를 여는 일, 즉 ‘테크노 휴머니즘’의 실현이야 말로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기대와 우려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새 천년의 여명은 밝았다.” 그 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만 21년의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갔다. 새로운 세기에 걸었던 기대와 신비로움은 예기치 못했던 온갖 사회적 소용돌이의 굴레에 갇히고 크고 작은 우려들만 더욱 부각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지난날의 인간사는 언제 어디서든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나 성취를 누릴 수 있는 구도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열심히 씨 뿌리고 가꾸어도 ‘거두어 나누리라’가 아니라 ‘나누어 거두리라’가 정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