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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교정 전 세계 확산 국내 진출 위협

미국 투명교정업체 S사 부작용 사례 속출
12개국 서비스, 홍콩·싱가포르 등도 진입
각국 치과계 ‘비상’ 대책 골몰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투명교정 원격 진료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 업체와 환자가 직접 연결돼 교정 치료가 이뤄지는 데다 치과의사의 역할이 사실상 배제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실진료 우려가 높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의 투명교정 업체인 S사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이 업체는 가정용 교정기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압도적 위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회원 고객만 150만 명이 넘는다.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투명교정 서비스의 핵심은 업체와 환자 간 직접 소통으로 교정 치료가 이뤄진다는 데 있다.


즉 치과의사의 직접 진료를 거치지 않고도 투명교정 장치를 제작해 처방하고 있는 것인데, 특히 간소화된 절차와 경제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치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치아 인상 키트’가 환자에게 배송된다. 환자가 이 키트로 직접 치아 본을 떠서 다시 업체로 보내면, 업체에 소속된 치과의사 판단하에 환자에게 투명교정 장치를 처방하게 된다.


기존 투명교정 장치로 널리 알려진 모 업체의 경우 치과의사의 대면 진단을 거쳐 환자에게 교정 장치가 처방되는 반면, S사는 이를 원격 진료로 대체해 진료비용을 낮춘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총 진료비용이 1950달러(한화 220만원)로, 이는 기존 치료비용의 60%를 절감한 수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7년간 미국 내 부작용 사례만 1800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기관인 ‘BBB(Better Business Bureau)’에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부작용 건수만 1800여 건이다. 같은 기간 보고된 기존 투명교정 장치의 부작용 건수가 5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상당수가 교정기 파손이나 배송 지연에 따른 것이지만 이 중에는 치아 수십 개가 부러지거나 신경이 손상되는 등의 심각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해당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한 환자는 “교정 치료 이후 편두통과 턱관절 통증 때문에 업체 소속 치과의사에게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며 “다른 치과의사 진단 결과 무리한 교정으로 인한 교합 장애가 원인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악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업체가 최근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S사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홍콩, 싱가포르, 쿠웨이트, 스페인 등 주요 12개국에 진출해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각국 치과의사 그룹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치과교정학회(AAO)에서는 이미 S사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동한 상황이다. 또 지난해 초 치과의사, 의사, 약사 출신의 미국 국회의원 9명이 미식품의약국(FDA)과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당 업체의 관행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지지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치과협회에서도 S사를 위시한 ‘DIY Treatments’ 업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문어발 확장에 국내 치과계도 ‘긴장’
이 때문에 국내 진출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원격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국내 의료법상 해당 서비스를 접할 공식적인 루트는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기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로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환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불법적 루트이긴 하지만 해당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에서도 뒤끝이 개운치 않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유명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버젓이 해당 업체의 치아 인상 키트를 판매할 뿐 아니라 국내로 배송이 가능한 정황까지 다수 포착됐다.


국내 치과계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대한치과교정학회 측은 이와 관련 “직접 소비자 접근 교정 업체의 국내 진출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며 “해외 부작용 사례를 분석해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대국민 홍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치협 국제위원회 역시 최근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 발송한 ‘NLO Report’를 통해 해당 서비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