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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정원이 있어!

Relay Essay 제2463번째

어린 시절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작으나마 정원, 폼 나게 말하자면 가든이 있었다. 철이네는 봉숭아물 들이고 종이네는 채송화, 길 건너 큰 기와집 가든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 집 딸내미가 이뻐서인지 꽤나 이뻤다.

 

미루나무를 기둥삼아 나무대문이 달린 동네에서 유일하게 초가집이었던 우리 집은 찾아오시는 분들이 꽃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게 빨랐을 만큼 수많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다.

 

5학년 여름방학 촌놈은 서울로 전학가고 방학이 되면 예닐곱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데 몇 시간 연착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 어느 여름 여전히 연착된 기차를 내려 달님 따라 다다른 집대문을 여니 툇마루까지 길 양옆 글라디올러스 꽃과 잎사귀 위 수많은 이슬방울에 스며든 백열등 빛은 그야말로 보석이었다. 순간 걸음을 내닫지 못하고 멍히 서 있던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오신 어머니. 누구나 그 때는 나름 정원을 갖고 있었다.

 

낚시대 드리운 석촌호수 옆으로 덤프가 흙먼지 날리더니 여기저기 솟아오르던 높은 주거지, 그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츰차츰 저 멀리 땅 끝까지 아파트로 덮여가면서 정원은 남의 나라 일처럼 되어버렸다.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는 정원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 같다. 정원을 잃어버린 대부분의 아파트와 주택들. 실내에 정원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장난감 블록으로 원하는 다양한 모양을 만든다. 그 블록에서 식물들이 살 수만 있다면 누구든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정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식물을 키우면서 곤란했던 물주기와 흙 관리, 좀 더 편리하고 용이하게 할 수 없을까?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몇 년 전 수경재배블록을 만들어 국내외 특허도 받았고 식물 기르기에 더 다양성을 주기 위해 블록에 칼라조각을 혼용할 수도 있도록 만들었다.  

 

메마른 도시의 삶에 어릴 적 향수를 되뇌이며 쾌적하게 숨쉴 수 있는 실내정원을 그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