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시골 치과의사 보라 원장 ‘촌마을 차차차’

대도시 경쟁 피해 농촌 개원 어느덧 4년차
주변 흔한 카페·은행도 없지만 행복한 삶
의사·환자간의 정에 푹 빠져 보람 느껴
인터뷰 - 진보라 금마제일치과 원장

 

최근 종영된 ‘K-치과의사’ 로맨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이하 갯차)가 전 세계인의 애간장을 녹였다. 특히 갯차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치과의사가 겪는 삶의 단면을 생생한 에피소드로 실감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심지어 치열한 경쟁으로 물든 도시를 떠나 “물 맑고 공기 좋은” 시골 치과를 꿈꾸게 됐다는 치과의사도 나타날 정도다.


그런데 이 같은 드라마 속 삶을 현실로 살아가는 치과의사가 있다. 바로 진보라 원장(금마제일치과)이다. 그녀의 치과는 5000명 남짓한 주민이 거주하는 전북 익산시 금마면에 위치해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고령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배경이 어촌인 갯차와 달리 그녀는 농촌에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생활은 드라마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닮았다.


진 원장의 치과 인근에는 흔한 카페도 베이커리도 없다. 은행 업무를 처리하려면 점심식사까지 포기하고 먼 시내까지 운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진 원장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 어느덧 개원 4년차를 맞이한 진 원장. 최근에는 지천에 널린 들꽃을 보며 산책하는 재미도 생겼다.


#개원 4년차 “시골도 좋은 개원 입지”
사실 진 원장도 처음에는 여느 동료 치과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서울’ 개원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막상 개원을 준비하다 보니, 서울의 치열한 치과 경쟁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향인 전주시 인근의 금마면이 눈에 들었고 숙고 끝에 개원을 결정했다.


그렇게 시작한 시골 치과의사 생활. 도시와 다른 환자들의 성향이 낯설기도 했다. 특히 고령 환자가 주를 이루다 보니 번거로운 점도 많았다. 기본적인 태도도 도시에 비해 직설적인 편이다. 이제 진 원장에게 진료 중 어르신의 ‘호통’은 일상다반사다.


‘자녀’ 동의도 필수 항목 중 하나다. 틀니나 임플란트 수술을 예약한 고령 환자의 자녀가 치과를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사가 한창인 ‘농번기’에는 환자가 극도로 감소한다는 것도 치과 운영의 필수 고려사항이다.


이처럼 불편한 점도 고려해야 할 점도 많지만, 진 원장은 시골 개원이 도시 개원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소규모 개원 입지로써는 도시보다 형편이 좋다고 느낀다.


진 원장은 “도시의 대형 치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1인 치과의사가 개원하기에는 도시보다 좋다”며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첫해에 개원 비용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종사인력 구인이 도시보다 어렵다는 것이 진 원장의 설명이다. 4명의 종사인력 중 2명이 그만뒀을 때는 인근 지역 신문에 공고를 내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충원을 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럼에도 진 원장은 시골이 좋다. 무엇보다 이제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의사와 환자 간의 정(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동지에는 팥죽, 복날에는 삼계탕을 손수 끓여오는 환자들을 보면 치과의사로서 인술을 펼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


진 원장은 “도시에 개원한 동료 치과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경쟁의 치열함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시골은 진료에만 전념하기 좋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며 앞으로도 시골 치과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지역 주민의 구강건강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