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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바르며

스펙트럼

버터는 우유 속 지방을 모아서 고체로 가공한 것으로 성분의 80% 이상이 지방이며, 수분은 18%이하 입니다. 버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서 기원전 3500년 수메르의 기록이나 기원전 1500년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인 플리니우스가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한 것을 보면, 남쪽의 올리브유와 북쪽의 버터가 생각보다 오래된 대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정통 프렌치 식당에서는 버터를, 그리고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올리브유와 함께 빵이 나옵니다.

 

버터는 제빵에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서양 요리에도 많이 쓰입니다만,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타지 않게 조심히 조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발화점이 높은 “기버터”라는 정제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버터”는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적어도 3천년 동안 힌두 문화에 매우 중요한 음식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방탄커피에 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빵과 버터를 밥줄, 생계수단이라는 숙어로, 총과 버터를 국방과 민생을 비유적으로 일컫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느끼함과 서양의 대명사로 버터가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BTS의 노래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가사를 살펴보면 버터 같이 부드럽단 가사만 되풀이 될 뿐 버터가 가사에 충분히 녹아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빵에 제대로 버터를 바르려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버터는 너무 딱딱합니다. 그렇다고 실온에 오래 있던 버터는 너무 녹아 있습니다. 가공버터가 아닌 제대로 만든 버터라면 아무래도 다루기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갓 구운 빵에 작은 조각으로 얇게 자른 버터를 얹고 빵의 온도로 살짝 녹기를 기다려 발라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앙버터처럼 대충 버터를 올리고 식빵을 베어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버터가 발린 식빵을 먹고 싶다면, 살짝 녹기를 기다려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다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것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에 있습니다. 일년치 예약이 차 있다는 식당도 있고, 한시간의 대기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식당도 있습니다. 반면에 십분의 대기도 기다려주지 못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다만, 덜 익은 라면을 좋아해서 라면이 완전히 끓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것과 “부먹”도 아닌 “절임먹”을 좋아해서 탕수육 소스를 붓고 눅눅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앞에서 본 기다림의 가치와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물리적인 1년은 똑같이 지날 것입니다. 그 안에는 기다림도, 속상함도, 기대함도, 후회도,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자랑도 모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2021년에도 그러했습니다.

 

2022년은 아주 특별한 해 입니다. 바로 올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의미로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오늘, 바로 지금이 가장 특별한 순간입니다. 이렇게나 특별하고 소중한 오늘, 바로 지금을 멋지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버터가 녹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와 함께 말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