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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베이커리와 치과계의 온정

Relay Essay 제2518번째

기대와 떨림이 혼재된 한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고 1993년 인천에서 아내 명의로 부부치과를 개원했습니다. 당시 대다수 치과의사가 그랬듯이 유니트체어를 비롯한 장비는 할부로, 임대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은 대출을 이용해서 전액 빚으로 시작한 개원이었습니다. 그때 개업 장소를 물색하며 인천지역을 함께 헤집고 돌아다녔던 신흥 소장님을 비롯해 젊은 직원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1990년대 유니트체어를 포함한 아날로그 시대의 장비는 문제가 생겼을 때, 급한대로 원장이 임시 처치를 하면 치과 직원들이 맥가이버 원장님이라고 치켜올려 주기라도 하면 우쭐하기도 했던 시절입니다. 위생적인 문제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끔찍한(?) 장비일 수도 있겠네요. 누구나 그렇듯 바쁘게 지낸 세월을 돌아보니 어느새 30년이 되었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길어졌으나 개인적인 개업 회고담을 쓰려는 것은 아니고, 지난 8월 20~2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인천국제바이오종합학술대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인천의 치과의사와 약사님 등 의료인들이 후원을 많이 하는 ‘꿈베이커리’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이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함께하던 분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기관인지라 의료인 후원이 많고 특히 제빵시설을 처음 들여올 때 폐금을 오랫동안 모아주신 수도권은 물론 전국 치과의사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져 치과의사와는 인연이 각별합니다.

 

사단법인 꿈베이커리는 주로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어린이를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등에 무상으로 당일 만든 따뜻한 간식용 빵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꿈베이커리는 인천에서 진행하는 치과의사, 약사 학술대회에 정기적으로 참가해 회원분들의 간식을 제공하고 홍보를 하는 기회를 얻어 지금까지 많은 후원약정을 받았습니다. 올해의 행사에도 어김없이 참석했는데 이정우 인천치과의사회 회장님의 따뜻한 배려로 특별히 전보다 좋은 위치의 부스를 받았습니다. 인천치과의사회 임원진 모두에게 수고하셨고 감사하다는 아부성(?) 인사를 드립니다.

 

 

8월 21일 둘째 날 일요일 행사에서 여러 부스를 돌아보는데 참가업체 모두가 제품홍보를 위해서 방문 선생님들에게 열정적으로 응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각각의 부스에서 ‘삶의 활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문득 이분들 이른 아침에 나와 행사를 준비하느라 식사도 제때 못했겠다는 생각에 몇 곳을 방문해 간식용 빵을 드렸습니다. 특히 신흥은 처음 개업하던 추억뿐 아니라 AS를 통해서 직원과도 밀접한 접촉이 있던 곳인지라 빵을 드리면서 어색함을 지우려 “내가 처음 개업했을 때 만난 소장님도 젊은 직원분도 지금 이 자리에 계시지 않으나 수고하시는 여러분에게 빵을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고하세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신흥 사장님께서 직접 꿈베이커리 부스를 방문하셨습니다. 몇 가지 말씀과 함께 가멕스 행사 등에 후원을 겸해서 꿈베이커리 빵을 참가 치과의사 회원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는 드렸으나 당일 사장님이 부스에 계실 것은 생각지도 못했고, 일이 이렇게 전개될 줄도 정말 몰랐습니다. 개업하고 30년이 흐르고 나니 지금의 나도 혼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땀과 열정이 어우러진 속에서 나의 길을 열어갈 틈이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나에게 치과계는 치과의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등 의료인력을 포함해서 기업과 엔지니어 등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발전해가는 ‘한가족’이라는 생각을 깊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치과계 가족 여러분도 시덱스, 가멕스 등의 학술대회 부스에 방문하기 전에 얼마나 그들의 제품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긴 시간 땀을 흘렸는지, 부스에서 짧은 순간이나마 홍보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인지 열기를 느끼시고, 비록 당장은 나에게 필요한 제품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열정과 땀이 미래의 치과계를 만들어갈 동력이라는 점은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비록 신흥과의 이야기를 썼으나 많은 치과계 업체들을 대표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지 특정 업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해 문득 치과에서 썼던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은행나무

 

나의 일터는 삼 층에 있다

처음 치과 개업 장소를 계약했을 때

이 층 높이에서 은행나무 끝이

옷을 벗고 차가운 바람에

떨고 있었다.

봄이 되면 나무 꼭대기에서

연둣빛 새싹을 틔우고 해마다

싹을 틔우는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고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 나무의 끝은 사 층으로 올라가

나무가 나를 내려본다

나무는 말없이 홀로 자라면서

나의 생각도 함께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