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교정학회지부 창립 25주년

임철중 칼럼

지난 11월 19일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세종·충청지부 총회 및 학술대회가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렸다. 초청받은 연세대 이기준 교수의 연제는 ‘생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역발상 교정치료’ 교정 전문의에게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는 시의적절하고 뜻 있는 강의였다. 첫째, 교정학에 인문학(Humane Studies)적인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자연과학계열이 흔히 그러하듯, 관찰결과를 통합 정리하는 귀납(Induction)법보다, 추리와 사색의 연역(Deduction)적 사고를 예로 들었다. 무조건 외우고 따른 고전적인 이론에 의문을 갖는 역발상(逆發想), 구체적으로는 치조골의 direct와 undermining resorption에 대하여 재해석을 시도한다. 기존 이론에 대한 의문의 제기야말로 창조적 발상(Creative Thinking)의 시발점이요, 현대과학의 시대정신(Zeitgeist)이 아닌가?

 

둘째, 개원의의 공통적인 우려 즉 저 출산과 환자감소, 그리고 전문의 대량배출의 결과인 경제적 어려움에, 나름의 해법을 논하였다. 한류와 치맥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치킨집의 수입이 과연 격감했는가? 다양한 품종과 영업방식의 개발로 win - win이 가능했다며, 30-60이라는 제2의 블루오션을 제시하고, 임상증례로서 mild intrusive force라는 해답을 보여주었다. 물론 mini-screw가 보편화 된 덕분이다.

 

셋째, 종래의 이론에서 벗어나 Tipping 및 순협(脣頰)이동이 내포한 Risk와, 치아의 대량이동에 따르는 age factor에 대하여, 증례에 근거한 좋은 정보들을 제공하였다.

미래지향적이며 균형이 잡힌 훌륭한 강의였다.

 

본회의 전 만찬 건배사 순서. 사실은 25차가 아니라 40차가 넘을 수도 있었다는 말로 운을 떼었다. 70년대에 창립한 지부가, 원로 분들 외에는 수련을 받은 동료회원이 없어서 유야무야, 결국 1998년 재 창립한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여러분, 동료회원이 가장 귀한 평생의 동반자입니다. 잔을 높이 들어 옆에 있는 회원과 눈을 맞추고, 제가 ‘당신!’ 하면, 우렁차게 ‘멋져!’를 외쳐 주십시오.” 사실 그렇다. 치킨집이 많다고 수입이 줄지는 않는다. 신뢰를 쌓고 뭉쳐서 목소리를 함께하면 비관은 낙관이 되고 미래에는 희망이 손짓한다. 본회의에서 초대회장으로서 감사패를 받는 인사말에서, 엄혹한 코로나 상황에서 세종시와 충북회원들을 설득하여, 명실 공히 중부권 지부로서 재탄생시킨 조원탁 회장 집행부에 치하의 말씀을 보냈다. 비교적 폐쇄적인 치과 개업의 단체, 그 중에도 교정전문의들의 모임을 하나로 뭉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까다롭다. 그러나 “두드리면 결국은 열리지 않는가?” 이어 은퇴 5년차를 맞아 느껴왔던, 평생에 잘한 결정 세 가지를 들었다.

 

1961년 선친의 가업을 이어 치과대학에 입학한 것, 1967년 갓 출범한 교정과 수련을 선택한 일, 그리고 30대에 협회임원으로 시작하여 신협 창설과 대의원총회 의장 직으로 마무리한 일. 회원의 공동체의식 쌓기에 작으나마 기여했다고 믿고 싶다.

 

한 가지 뼈아픈 후회도 있다. 우리가 매일 클리닉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은, 생애주기에서 가장 민감한 정신적 육체적인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천하무적의 전교조도 벌벌 떤다는 중2 언저리의 연령층이 주류다. 상담과 진단으로부터 Retention을 마무리할 때까지 줄잡아 4년 여, 50여회 만남을 이어간다. 그 만남에서 환자와 얼마나 대화를 했을까? 고무줄 잘 걸어라, 이 잘 닦아라, 같은 잔소리마저 스태프에게 맡기고, 지극히 일방적 사무적인 한두 마디가 고작이었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시기에 복잡하고 갑갑한 장치를 입에 가득 물고 있는 어린 환자에게, “점심은 맛있게 먹었니? 힘들지 않아? 치료는 잘 되고 있어.” 같은 위로와 덕담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던가? 하는 후회다. 환자에게는 위로와 안정감을, 술자 자신에게도 성취감과 보람을 주는, win - win의 몸짓을 아끼지 말자. 스트레스의 축적을 막아주는 작은 배려의 몸짓들이 쌓이고 쌓이면, 억눌린 감정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후진국형 참극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