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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읽자

김여갑 칼럼

Next Society(2002년)의 저자 피터 드러커는 “교육은 경험을 대신할 수 없고 지혜를 제공하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치과의사에게도 통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이제는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매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조그만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이론적으로는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만물박사가 될 수도 있다. 설명에 의하면 챗GPT는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10시간 넘게 걸리던 영어논문 작성을 1시간으로 줄였다고 하였고, 구글의 듀엣 AI는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 음성을 인식해 메모를 작성, 요약하여 18개국 언어로 자동 번역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LG는 특허, 논문 등 45,0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전문지식특화 AI를 공개했다고 한다.

 

더하여 前에는 사람이 넘볼 수 없는 數싸움으로 算術的인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창작의 영역까지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창작성은 인류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제는 챗GPT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창작물을 쏟아내면서 ‘도대체 創作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나온다고 하였다. 전 세계의 대부분의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자를 인간으로 정해놨는데, 이제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고도 하였다.

 

필자가 단편소설을 신문사 주최 신춘문예에 출품한 적이 있는데 당연히(?) 떨어졌다. 아는 작가가 말하기를 그렇게 출품해서는 심사위원들이 읽어보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정말 그래? 어떻게 응모하는 거지? 봉투에 응모부분, 이름 등 다 썼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한 것이 슬픈 얘기지만 차라리 AI가 심사한다면 AI심사위원이 한 번은 읽어보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내년부터 프로야구도 심판이 서 있기는 하지만 컴퓨터로 판정한다는데.

 

이젠 환자들이 치과의사를 당황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이 안다는 것도 사실이 되었다. 다행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서는 치과의사가 환자 상태를 아는 것만으로 되지 않고 치과치료는 직접 몸을 움직여 치료해야 한다. 해부학적으로 까다로운 위치에 있는 전립선 수술을 위하여 로봇수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는 것처럼 구강 내 로봇수술도 더 발전되어 마음먹은 대로 로봇 손이 움직일 만큼 정교해질 테지만 무엇보다 환자와 이야기하며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가 음성으로도 설명한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와 치과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무엇인가 개발되면 그것을 계기로 큰 발전이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1850년 영국의 윌리엄 헨리 퍼킨(William Henry Perkin)이 아닐린 염료를 발명한 후 현대 화학 산업이 발전되었고, 베르너 폰 지멘스(독일, Werner von Siemens)가 전기 모터를 발명한 후 현대 전기산업이 시작되었고, 사이러스 매코믹(Cyrus McCormick)이 수확기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면서 농업의 기계화를 촉진시켰다고 한다. 각각의 시기에 신기술의 발명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철도관련 대기업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에도 대기업다운 대기업이 없었고, 경쟁도 없었다고 하였다.

 

또한 철도가 등장했다고 소멸된 산업도 없었고, 아무런 혼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들이 많아서 대기업의 사활이 걸린 심한 생존경쟁은 물론 인원 감축 요구의 증가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20년 전 피터 드러커는 대기업도 혁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즉, 대기업은 혁신을 통해 자신들을 재창조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의 파트너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우리들의 공유가치와 공유목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 치과계도 치과의사를 한 덩어리로 보아서 “국민들은 치과의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사회에서 우리들이 공유가치와 공유 목적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못난 政治가 스스로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한 줌의 부끄럼도 없이 남의 손에 넘기듯이 우리 치과계도 이를 他山之石으로 삼지는 못할망정 스스로의 일을 남의 손에 넘기면서 잘 진행되어가던 핵심 사업마저 불투명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는 핵심 역량 만들기를 스스로 무너트리면서 우리의 성공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피터 드러커는 이것을 성공의 거부(rejection of success)라고 표현하였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와도 직접 관계있는 일이라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독일 화학자 알프레드 아인호른(Alfred Einhorn)이 외과 대수술 시 마취를 위하여 마취제 노보카인을 발명했지만 적절하게 잘 사용되지 못할 때 치과의사들이 국소마취용으로 사용했는데 알프레드 아인호른은 자신의 위대한 발명품이 치아에 구멍을 뚫는 “시시한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대수술용 마취제로서의 장점을 알리기 위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실패하였다고 한다. 기업가들은 자신이 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함정인데 그만큼 현장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치과계도 현재의 사회적 흐름에 잘 올라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얼마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 임시총회가 있었는데 결과를 보니 서로 아쉬운 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유권자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다투지 말고 치과계의 한 구성원으로 있으면서 자존심을 높이고, 성취감을 느끼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당장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나? 서로 돕자. 그래야 앞날도 있다.

 

자신이 회장이 되었을 때 일 할 경우도 생각해보자. 그래서 易地思之란 말이 생겼나보다. 우리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마음을 갖지 못하는데 환자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국회를,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나? 어림없다고 본다. 제일 만나기 싫은 단체가 있다면 두 목소리가 나오는 단체, 바로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단체일 것이다. 지금의 치과의사가 똑똑한 것은 모두가 잘 안다. 하지만 힘을 합치지 못하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모래알일 수밖에 없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