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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최악의 적은 치과의사다

릴레이 수필 제2658번째

삶의 깊이는 그가 가진 힘이 아니라 그가 만든 태도에서 결정된다 - 니체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인간은 사회의 다양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주체성을 정립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만약에 나 이외에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다른 사람이 없다면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존재가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 중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밥벌이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실은 현생인류가 생기고 난 다음부터 지금까지 거의 차이가 없을듯 하다. 과거에 사람은 주로 사냥을 하거나 농작물을 키우면서 밥벌이를 한 반면에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 인간은 직업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나가게 된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성공이라고 부르는 모습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성공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다양한 모습 중 치과의사인 내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나는 치과의사인 나를 사랑하므로 치과의사란 직업을 멋지게 만드는 뛰어난 임상가들, 우리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의사들, 꼼수가 아닌 실력으로 뛰어난 경영성과를 내는 원장님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 분들 만큼은 하지 못해도 그 분들과 같은 직군에 속한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것이다.

 

반면 덤핑을 치며 과잉진료를 일삼는 원장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 거짓 정보를 마치 진실인양 이야기하는 원장들. 나아가 환자에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하는 원장들은 극혐한다.

 

내가 사랑하는, 내 삶의 전부를 건 치과의사란 직업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소수의 몇 명 때문에 전체 치과의사 직군이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도매금으로 매도될 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내가 너무 부정적이라고 얘기한다. 그분들이 나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건 내가 치과의사의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무리들이나 혹은 악한 자들이 꼼수로 성공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자께서는 도청도설을 경계하셨다. 왜? 현혹되기 쉬우니까. 현혹당하지 않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공부가 필요하고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며 제아무리 자명하다고 생각되는 생각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쉬웠지만 요즘엔 어떤 사실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은 그것을 구별하기 훨씬 더 어려워졌다. 왜냐하면 가짜가 훨씬 더 진짜 같은 가면을 쓰고 너무나 그럴듯해졌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그럴듯해도 그럴듯한 것은 가짜다. 우리는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진짜를 추구해야 한다.

 

제아무리 현학적이고 믿음직스러운 표현으로 감싸도 기본 정신이 천박하고 거짓이라면 그러한 글과 말은 보고 듣는 순간 역겨움이 치밀어야 한다. 마치 구더기 득실거리는 썩은 생선을 감싼 향이 나는 종이를 보고 만지는 것처럼 말이다.

 

썩은 물속의 생선은 모두가 더럽고 오염되었다. 너도 더럽고 나도 더럽다. 마치 썩은 물 속의 생선들처럼 천민자본주의 사회인 이 곳에서 삶을 영위하려면 모두가 어느 정도 오염되어 더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악스러운 것이 존경의 대상이 되고 그런 것을 지향하며 살아서야 되겠는가?

 

오십보 도망 간 것과 백보 도망 간 것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죄악이다. 오십보 도망 가서 버티고 있는 자는 백보 도망간 자를 비난해도 된다. 우리의 직업적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들은 동료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들은 우리 치과의사의 최악의 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