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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 흔한 도시 나무 – (6) 소나무

릴레이 수필 제2667번째

대한민국에서 소나무를 빼고 어찌 나무를 논할 수 있겠는가. 소나무는 도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사랑받는 나무이다. 2014년도 갤럽조사에 의하면 일반인의 가장 좋아하는 나무(46%)가 ‘소나무’라고 답했다. (은행나무 8%, 벚나무 7%)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나오며 TV방송 종영 시의 애국가 영상에 추암촛대바위와 함께 소나무가 등장한다.


소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 침엽수로 높이가 30~40m에 이를 정도로 자라며 나무껍질은 적갈색을 띠고 수피(樹皮)는 거북등처럼 갈라진다. 잎은 2가닥으로 갈라져 5가닥으로 갈라지는 잣나무와 구별된다.

 

햇빛을 무척 좋아하는 극양수(極陽樹)로 햇빛을 찾아 줄기가 구부러져 자라며 숲이 우거져 그늘이 지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숲이 무성해지면 이를 피해 산꼭대기에 군락을 형성한다. 다행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상 자갈이 많고 절벽같이 험한 데서도 꿋꿋이 잘 자란다. 이런 점이 여러 외세의 침입에도 잘 버텨낸 우리 민족성과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꽃은 암수가 같은 나무에서 피며 암꽃은 자주색으로 꽃대 위에 피고 수꽃은 암꽃 아래 노란색 방울들을 이루며 피어나는데 개화 시기상 수꽃이 1주일 정도 늦게 핀다. 풍매화의 특성상 바람에 의해 꽃가루로 수정하는데 암꽃과 수꽃의 위치와 발화시기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같은 나무에서의 자체 수정을 피해 근친상간으로 인한 열성 유전형질을 피하기 위함이다. 이런 자연현상을 보노라면 이런 나무조차 얼마나 지혜로운지 또 인간의 지혜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좋은 자손을 만들려는 욕심은 사람이나 소나무나 한결같은가 보다.


소나무의 종류 중 적송(赤松)은 줄기가 붉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며 해송(海松)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소나무로 곰솔, 흑송(黑松)이라고도 불리며 반송(盤松)은 땅에서 여럿 줄기로 갈라 올라오며 옆으로 넓고 낮게 자라고 춘양목(春陽木)은 해방 직후 영동선 춘양역에서 많이 가져온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금강소나무’라 불기기도 한다.

 

우리 민족과 소나무와의 뗄 수 없는 관계는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단어에 나와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나무뿌리를 캐서 배고픔을 잊었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나무껍질은 소나무이고 나무뿌리는 칡이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음식으로 사용되었는데 꽃가루는 송화다식(松花茶食)이라고 하여 꿀에 반죽하

여 과자를 만들어 먹었고 솔잎은 송편에 같이 쪄서 먹기

도 하였으며 소나무의 진인 송진(松津)은 접착제, 기름, 악기연주 등 여러 생활용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소나무는 조선시대부터 존재감이 드러나는데 율곡 이이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송(松), 죽(竹), 매(梅)를 꼽았고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바위, 소나무, 대나무, 달을 노래했으며 김정희는 세한도(歲寒圖)에서 소나무를 그리며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는 공자의 말씀을 인용했다. 『경국대전』에는 ‘송목금벌’(松木禁伐)이라 하여 소나무를 벌채하면 곤장 100대를 때린다는 기록이었다.


속리산의 정이품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는 600년 된 나무로 세조가 지나갈 때 가마가 걸린다고 하자 나무 스스로가 가지를 들어주었다 하여 세조가 정이품 벼슬을 내렸으며 경북 예천의 석송령(천연기념물 294호)은 세금을 내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이 일대 1,890평을 상속받아 매년 세금을 낸다고 한다.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소나무는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눈이 없어도 볼 수 있고 손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또 필요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소나무가 늘 우리곁에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소 나 무                                   

                                      조세종

 

당신의 모습이
내 눈으로 들어와
가슴 속에 남아버렸습니다.

 

나의 몸짓 나의 소리를
바람에 실어
당신께 보내오니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당신 곁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