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치의학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임상 현장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 바로 치의학 기초교실의 위기다. 최근 심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치과대학의 기초교실은 인력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융합 연구가 취약하고, 미래를 이끌 후속 세대 육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기초학교실 교수요원이 50명이 안되고 타 대학들은 20명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 2~5인 교실로 운영되고 DDS/PhD의 비율이 낮다. 구강마이크로바이옴, 조직재생, 정밀의학 기반 응용 연구로 확장하고 있지만 기초 연구가 임상과 단절되는 경향이 있고 기초교실의 미래인력 부족으로 미래 세대 육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임플란트 등 한국 치과 산업 제품의 수출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과연 임상 실력만으로 세계 치의학을 선도할 수 있을까? 임상 현장의 발전이 기초 연구의 든든한 지원 없이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과거 한국의 번영을 가져왔던 Fast following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치과계에서도 미국, 일본, 중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기초와 임상의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의 치과대학들이 통합 교육과정과 연구 시스템을 통해 기초 연구의 성과를 곧바로 임상에 적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기초-임상 교수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동 연구를 모색해야 한다. 논문 한 편을 쓰더라도 기초와 임상을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본이 정부 주도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도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투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치악 상태에서 배아세포를 이용해 신생치아를 만들어내는 연구는 일본의 연구 시스템에서 나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주요 치과대학(북경대, 상해교통대, 우한대) 등에 국가중앙실험실을 설치하여 국가적으로 집중 투자하며 교육/임상/연구가 연계된 통합모델로 운영된다. 치과바이오메디컬, 스마트덴탈, 조직재생, 미생물, 면역에 집중투자 되고 있고 막대한 자금과 박사급 인력이 공급되면서 의료기기 및 바이오기반 치과 벤처기업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K-dentistry가 갈 길은 멀고 험하다.
다른 국가가 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연구 결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사업화 전담 부서를 강화하고(국립치의학연구원이 제 궤도에 들어서면) 민간 투자 유치를 활성화해 치의학 R&D가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품어야 한다. 치의학을 전공한 인력만으로는 미래 융합 시대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의 치과대학들이 생명과학, 공학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비(非) 치의학 전공자에게 기초교실의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파격적인 지원과 인센티브로 이들이 치의학 연구에 매력을 느끼고 뛰어들게 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변화는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치의학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덴탈 R&D 기초 체력을 튼튼히 다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한국 치의학의 밝은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