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소망이 있다. 먼 미래에 나를 그리는 원대한 꿈도 있고, 도파민과 스트레스에 따라, 순간순간 이끌리는 바람도 있다.
99년에는 누구보다 스타크래프트를 잘하고 싶었고,
(4 드론이 실패하면, 전원을 끄고 도망치기도 했다)
병리학 시험을 보기 직전에는 세상이 멈추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병리학 교실 바닥은 차가웠고, 나의 무릎은 시큰했다.)
그리고 아내가 분만실에 들어갔을 땐, 그저 건강한 우리를 바랐다.
내가 아주 오랫동안 가져온 소망은, 나만의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몰라스’라는 밴드를 하며, 수년간 노래를 불렀지만, 내 노래를 갖고 싶다는 바람은 줄곧 내 안에 커지고 있었다.
두 번의 개원을 하고, 두 명의 아이 그리고 한 명의 아내와 15년을 살던 나는 조용히 보컬 레슨을 등록했다.
노래하는 방법과 작곡하는 방법을 배우며 몇 개의 계절이 지나갔고 하나의 노래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권유에, 가수 이름을 만들려 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본명을 쓰기엔 부끄럽고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조합하니 우스운 단어가 나왔다.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기 위해 ChatGPT에 문의하였으나, 그분의 개성 있는 명명에 나는 당황하였다.
이름 짓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처음이 아니다. 치과 이름을 지을 때도 ‘박주현 치과’, ‘옥정 치과’, ‘옥정 미남 치과’(이를 추천한 친구는 거의 시각장애인이다) 등 수많은 이름을 고민하며 2~3달을 보내고 마지막에 고른 이름이 ‘옥정 아트 치과’였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진료’를 하고 싶다는 나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다.
이름에 관한 시련은 멈추지 않았는데 진료를 시작하니 주변 친구들이 ‘너의 아트를 보고 싶다’며 놀려대기 시작했고, 몇 개월 후 직원 한 명이 ‘옥아치’라는 말을 시작했다. 뭔가 상스러운 그 이름이 ‘옥정 아트 치과’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하필 ‘옥정’이 ‘양주시’에 속해있어 더욱 상스러운 줄임말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특정인을 구별하여 나타내는 단어이고 자신의 소망과 의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줄임말에 당황스럽지만 ‘아름답고 가치 있는 진료’를 하기 위해 ‘옥정 아트 치과’로 이름 지은 것처럼 노래를 향한 나의 사랑을 담은 이름을 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