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개원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이 시작됐지만, 개원가에서는 경영 진작 효과를 두고 “변화 없다”는 냉담한 반응과 일부 긍정 사례가 교차하는 등 체감 차이가 엇갈리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최근 발표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업종별 사용액 및 비중’에 따르면 병원·약국은 전체 사용 금액의 9.1%로 7개 대분류 중 5위를 기록했다. 이는 대중음식점(40.3%), 기타(17.5%), 마트·식료품(15.9%), 편의점(9.5%) 다음이다.
현장의 체감도는 엇갈린다. 서울의 개원 26년 차인 A원장은 “저희는 교정 전문이기 때문에 변화는 크게 없었다”며 “20여만 원을 받았다고 해서 교정을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른 진료 과목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북의 개원 22년 차인 B원장은 “기존 환자 중에 결제를 소비쿠폰으로 하는 분은 많이 있었지만, 신환이 늘진 않았다”며 “가라앉은 경기가 회복되지 않다 보니까 소비쿠폰을 치과에 쓰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경영전문가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은 “보통 불로소득으로 인한 돈을 쓸 때는 먹고, 마시고, 가꾸는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즐거운 건 반복해서 하고 싶지만 치과 치료는 그렇지 않지 않나”라며 “소비쿠폰이 개원가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일부 긍정 사례도 보고됐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소비쿠폰 사용 우수 사연 중에는 고령 부친의 보철·임플란트 비용을 본인·배우자·자녀의 쿠폰으로 분할 결제해 부담을 낮춘 사례가 포함됐다. 소비쿠폰이 고액 진료를 전면 견인하는 건 어렵더라도, 이미 시작한 치료의 결제 전환이나 충치 치료 등 소액·단기 진료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과계 내부에서도 평가는 갈린다. 모 치과의사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설문(104명 참여)에 따르면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다” 15명(14.4%), “효과가 없다” 42명(40.4%), “잘 모르겠다” 47명(45.2%)으로 나타났다. 대표성에 한계가 있지만, 현장 인식이 일방적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령·소비 패턴 측면의 데이터는 추가 해석 여지를 남겼다. NH농협은행 ‘NH트렌드+’ 분석(7월 21일~8월 20일)에 따르면 4050세대의 쿠폰 사용처 1위는 음식점(한식)이 차지했으며, 이어 편의점, 음식점(기타), 슈퍼마켓, 일반병원·치과가 각각 2~5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