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사상 초유의 재난사태를 맞았던 강릉이 한고비를 넘겼지만 일선 개원가의 시선은 여전히 무겁다. 당장은 숨통이 트였지만, 장기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짙다.
강릉은 지난 9월 19일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했던 시간제 제한급수를 전면 해제했고, 22일에는 행정안전부가 국가재난사태까지 공식 해제하면서 극심한 가뭄 국면은 일단락됐다.
개원가 현장에는 제한급수 당시의 긴장이 여전히 선명했다. 상가 밀집 지역 치과는 아파트 단지와 달리 급수 차질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다만 단수가 현실화되면 진료가 곧바로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진료 시스템에 대한 정보나 단수 계획을 예측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특히 치과 진료의 특수성은 상황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스케일링, 멸균, 기구 세척뿐 아니라 석션 장비가 모두 물에 의존하기 때문이었다. 개원가의 대부분이 습식 석션을 사용한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켰다. 물이 부족해도 생수로 어느 정도 대체는 가능하지만, 석션이 멈추면 환자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우려였다.
강릉에서 개원 20여 년 차인 변웅래 강원지부 의장은 “개원가의 90%가량이 습식 석션을 사용하는 만큼 물이 끊기면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도 단수로 진료에 큰 차질을 빚은 경험이 있었다. 20년 전 경험을 떠올리며 준비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 저수율이 곤두박질친 상황은 또 다른 위기였다”며 “회원들이 단톡방에서 장비 대체법과 가격 정보를 공유하며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단수 계획이 불투명해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강릉분회는 제한급수 기간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유니트체어 물 공급 대체 방식과 장비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건식 석션 공동구매, 이동형·포터블 석션 장비 도입, 물탱크 보강 등 대책을 모색했다. 또 지자체에 단수 계획을 사전 공유할 것을 지속 요구하며, 응급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물 공급 불안정에 대한 치과의 취약점을 보여준 만큼 수원 다변화와 장비 보조, 단수 대응 매뉴얼 구축 등 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릉분회는 “최근 비로 숨통은 트였지만 가을·겨울에도 물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수가 장기화되면 환자 방문 자체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개원가 경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수 시 진료 공백을 피하기 위해선 구체적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석션 작동 중단이 가장 큰 위협이므로 이동형 장비 지원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