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0 (화)

  • 맑음동두천 0.7℃
  • 맑음강릉 5.4℃
  • 맑음서울 1.6℃
  • 맑음대전 3.7℃
  • 맑음대구 5.6℃
  • 맑음울산 6.4℃
  • 맑음광주 6.1℃
  • 구름많음부산 6.2℃
  • 맑음고창 4.0℃
  • 구름많음제주 10.7℃
  • 맑음강화 0.9℃
  • 맑음보은 3.5℃
  • 맑음금산 3.8℃
  • 구름조금강진군 5.3℃
  • 맑음경주시 6.1℃
  • 구름많음거제 5.8℃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병오년(丙午年), 협회장 선거; 치과계의 새 시대를 기대하며

시론

다사다난했던 을사년을 뒤로하고,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육십 간지 중 ‘붉은 말’의 해이다. 예로부터 말은 강인한 생명력과 도약을 상징하며,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만물을 생성하는 양(陽)의 기운을 의미한다. 유난히도 안팎으로 어수선한 지금, 우리 치과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이 ‘적토마’와 같은 강렬한 기상과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대외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동맹도 이웃도 없는 ‘각자도생’의 구도 속에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해 있고, 여기저기 지구촌 도처에서의 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불안정성과 이에 따른 국내의 불안한 상황은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새해 희망차고 즐거워야 할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치과계 내부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여러 사정으로 우리는 협회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고, 리더십의 공백과 과도기적 혼란은 당면한 치과계의 주요 현안을 ‘길 잃은 떠돌이’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더더욱 올해 예정된 협회장 선거는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위기의 시대 치과계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과정인 동시에, 만신창이가 된 치과계를 단합시키고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중차대하고 새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선거이기에,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선거는 부디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 치과계 선거는 정책 대결보다는 불필요한 인신공격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져, 선거가 끝나고도 깊은 상처와 분열의 후유증을 남기곤 했다. 지금 개원가는 보조인력 구인난, 저수가 덤핑 치과의 난립, 과도한 행정 규제 등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 신음하고 있다.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계파 간의 정치적 득실이 아니라, 당장 내 병원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실질적인 ‘민생 대안’일 것이리라.


따라서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부디 ‘누가 더 상대를 잘 비난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정교한 해법을 가지고 있는가’를 두고 공정한 경쟁을 했으면 한다. 따라서 후보들은 정부의 의료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여 치과계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정치력과 협상력을 갖춘 리더임을 호소해 주시길 기대한다. 아울러, 사견이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선거 과정 자체를 계파 간의 정치싸움이 아닌 치과계의 집단 지성을 모으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상대편에 있다면, 이에 호응하고 공감하면서, 추후 집행부가 되어서도 이를 대신 추진해 줄 수도 있는 포용력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분명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새로운 치과계를 위해 부디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언어가 아닌, 포용과 통합의 언어로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바른 리더십의 복원만으로 치과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선장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폭풍우에 망망대해 길을 잃은 배에서는 선원 한명 한명의 사려깊고, 희생적인 역할 또한 중요하다. 그 와중에 극한의 이기심으로 나만 살겠다고 배 안의 조금 남은 음식을 혼자 독식해 봤자, 잠시 일 뿐, 굶고 힘이 빠진 다른 선원들이 역할을 못해 결국 배가 제갈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모두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따라서 초심으로 돌아가 회원 각자가 서로 위기의 난파선에 탑승한 운명공동체임을 자각하고 그간 삶에 찌들어 다소 느슨해졌던 ‘윤리성’과 ‘책임의식’으로 무장하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면, 달콤한 ‘이기적 편법’의 유혹에서 벗어나, 회복된 리더십과 함께 어떠한 난관도 능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치과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이 이제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각성과 시정이 늦춰진다면 결국 국민들은 치과계에 그나마 남아있던 ‘티끌(?)’만한 존경과 신뢰마저 영원히 거두게 될 것이고, 조만간 우리 자식들은 자라면서 자기 아버지 어머니가 치과의사임을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 수도 있다.


2026년 병오년은 치과계에 있어 여러모로 명운이 걸린 분명한 ‘변곡’의 해이다. 새로운 정신으로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각성과 변화 없는 과거의 구태속에서 분열과 갈등으로 계속 정체(퇴보?)할 것인가?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위기가 닥치면 달라지는 한국인의 특성을 볼 때 분명한 ‘위기’인 이 시대 이번에는 뭔가 반드시 해낼 것 같다.


과거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누비던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기하며 미래를 위해 거침없이 질주할 ‘붉은 말’처럼, 새해 우리 치과계가 ‘좁은’ 시야의 갈등과 반목을 넘어 비상(飛上)하는 역동적인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3만 치과의사 회원 모두의 가정과 일터에 병오년의 붉은 태양 같은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우리 모두 화이팅 !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