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다음을 묻는다면, 구강 미생물 관리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8년 초판 출간되자마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선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권장도서로 추천된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가 최근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자인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사과나무치과병원 원장)은 이번 개정판에서 최신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실제 임상 경험을 한층 깊이 있게 반영했다. 특히 구강 미생물은 구강질환의 원인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만성질환 관리로 연결되는 임상 변수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 이사장은 해당 저서의 초판이 나온 2018년 이후 7년을 구강 미생물 연구가 가설에서 명확한 과학적 근거(Evidence)로 넘어온 혁명적 변화 시기로 평가했다. 바로 ‘세균 감염설’에서 ‘생태학적 병인론’이라는 인식 전환인데, 이번 저서에서도 이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는 병을 일으키는 특정 세균을 박멸하자는 것이 정설이었다”라며 “이제는 수백 종의 세균이 무조건 없애야 할 적이 아닌 우리 몸의 면역을 훈련시키는 파트너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치과의사 독자에게는 키스톤 병원균(Keystone pathogen)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 gingivalis)처럼 소수의 균이 미생물 군집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면역계를 교란해 전신 염증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김 이사장은 “치과의사는 이제 전신 염증을 가장 앞단에서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항균 가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장-타액 순환(Enterosalivary circulation) 기전에 따르면, 구강 상주 세균은 혈관 확장에 중요한 산화질소(NO) 생성에 관여한다. 김 이사장은 “강력한 항균 가글이 유익균까지 제거해 오히려 혈압을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이 강조하는 통생명체(Holobiont) 개념은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한다. 인간은 단일 개체가 아니라 미생물과 공존하는 생태계이며, 입안은 그 생태계의 입구라는 인식이다.
김 이사장은 “스케일링과 잇솔질은 전신 면역과 염증을 관리하는 가장 기초적인 투자”라며 “치과의사가 다루는 이 작은 입안이 우주만큼 광활하고 전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김 이사장은 진료 현장에서 임플란트 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구강 미생물 검사와 혈액 검사를 기본 프로세스로 가져가고 있다. 또 향후 구강 미생물 관리를 기반으로 한 치매 예방·치료 연구까지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현미경 기반 스케일링, 장기 팔로우업을 결합한 진료도 하나의 프로토콜로 정립해, 교육과 확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량 경쟁에서 벗어나 관리 중심 진료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 저서는 임플란트 진료 이후의 블루오션을 찾고 있는 치과계에도 새 방향성을 제시한다. 임플란트 시장의 저수가 경쟁과 포화가 개원가 공통의 고민이 되고 있는 만큼, 구강 미생물 관리는 ‘포스트 임플란트’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포스트 임플란트? 나는 구강 미생물 관리에 있다고 본다”며 “21세기는 바이오의 시대고, 치과에서 바이오는 결국 구강 미생물이다. 만성질환 관리와 연결되지 않는 진료 모델은 지속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